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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 - 글로벌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 신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뱅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가지 못한 길'
정갈한 수녀복을 입고 미사를 드리거나, 파르라니 깎은 뒷통수가 슬픈 비구니가 되어보고 싶었다.
'사람들의 참된 마음자리'
일상에 찌들고 때론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오만한 삶을 살다가도, 겸허해지고 맑아지고 선해지고 싶은 순간.
'인류역사의 한 축'
인간의 역사와 한몸이며 우리네 삶을 규정짓는 보이지 않는 손.
무신론자로서 내릴 수 있는 나름의 종교의 정의이다.
유신론자도 무신론자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종교의 막강한 영향력. 작게는 개인의 순정한 삶의 지표가 되고 크게는 국가와 민족간의 분쟁의 불씨가 된다. 선과 악의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면모를 보여줄 때면, 종교의 탄생의 의미와 필요성에 의문과 회의를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읽었던 현대 법철학계의 거목 로널드 드워킨의 <신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종교를 초자연적인 존재인 신을 믿는 행위로 고착화 시키지 않고 객관적 가치 즉 올바른 신념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신을 믿느냐는 결코 문제가 될 수 없다.
인류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나름의 문명을 창조하고 발전시켰으며, 그 속에서 종교 또한 문명의 특색에 맞추어 각각 다르게 탄생하고 발전되어 온 것이다. 비록 지구상에는 여러 이름의 신과 신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지역이나 인종에 따른 행동양식의 차이이지 긍정과 부정의 기준이 될 수도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올바로 수용하는 것이 글로벌 사회를 이해하는 지름길임을 강조하는 책이 바로 <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이다. 일본의 종교 사회학자인 저자가 게이오 대학에서 강연한 <종교로 이해하는 세계>라는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저자는 특이하게 '비즈니스맨이라면 먼저 종교를 공부하십시오.'라고 얘기한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와 영성을 갈고닦는 종교는 어찌보면 상충된다고 할 정도로 별개의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종교는 홀로 우뚝 선 독립개체가 아니며 지구인의 삶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동반자이다. 지구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주요 키워드이기에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사 이래 무수히 많은 종교가 탄생했지만 저자는 그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현존하는 대표적인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의 탄생과 역사와 의미와 영향에 대해서 정리하였다.
제 1강에서는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다시 프로테스탄트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일신교인 기독교의 탄생을
제 2강에서는 기독교와 자본주의와의 연관성, 기독교에 기반을 둔 미국적 가친관을
제 3강에서는 평화를 추구하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제 4강에서는 카스트 제도의 본질과 모든 종교를 수렴하는 다신교인 힌두교의 다양성을
제 5강에서는 공자와 맹자의 유학에서부터 주자학에 이르는 유교의 면모와 독자적 성격인 중국 불교를
제 6강에서는 신과 인간을 대등한 관계로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종교관에서 대해서, 실제 강연을 듣듯이 현장감있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착하고 고마운 매력은 두 가지이다.
첫째, 그동안 접해본 종교서적들은 어떤 책을 막론하고 한 가지 종교를 심도있게 파헤친 책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다양한 종교가 가지는 각각의 특색뿐만 아니라 상호관계를 비교 설명함으로써, 종교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인류의 문명사라는 큰 그림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둘째,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즈니스맨 중심의 수강생에게 한 강의록이니 만큼 차근차근 알기쉽게 설명하고 이끌어주어 종교학 개론을 이해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신을 믿든, 믿지 않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인류의 정신적 유산인 종교에 대해 전반적인 정리를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가 허상이나 신기루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고 현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삶의 나이테이며 목리(木理)인 종교의 의미와 가치
저자의 한마디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다
'인간이라면 모두 종교를 공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