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집 - 사부작 사부작 오월의 전주
이새보미야 글.사진, 박상림 그림 / 51BOOKS(오일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예향 전주. 예술과 전통이 어우러져 독특한 빛깔을 빚어낸 도시. 예술 지상주의와 숭배주의자로서 전주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도시이다. 딱 삼십 년 전 답사 중 비빔밥을 먹기위해 들렀던 전주 그리고 이십 년 전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내려가 콩나물 국밥을 먹고 덕진공원의 연꽃을 구경했던 전주.

 

 그 두 가지가  내 기억 저장고 속에서 꺼내볼 수 있는 전주 추억의 전부이다. 그때는 전주에서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심지어 예술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그랬던 전주가 언제부턴가 바람결을 타고, 갖가지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전주 국제영화제, 한옥마을, 혼불 문학공원, 전동성당, 먹자거리, 가맥, 모주. 낭만적이고 특색있는 카페들...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전통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주 국제영화제 기간에 전주를 여행한 이십 대 발랄한 청춘들의 사박 오일 간의 에세이. 비록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사부작사부작, 그들만의 시선과 걸음으로 전주의 오월을 노닌 흔적들이 예쁘게 유쾌하게 아기자기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직접 그린 손 지도, 꼼꼼한 일정표, 여행 경비내역서, 발품판 흔적이 역력한 생생한 사진들 그리고 무엇보다 전주를 바라보고 느끼는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여행지의 풍경을 단지 정물화된 풍경으로만 느끼지 않고 숨결을 불어넣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로 여행자의 몫이다. 꼭 깊은 사유나 큰 의미가 아니어도 좋다. 자신이 가진 이성과 감성의 폭만큼 보고 받아들이고 누리고 느끼면 충분하지 않을까.

 

 술집 유리창에 적혀있는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라는 고 김근태 의원의 글귀에서도 위안을 얻는다. 콩나물 국밥집의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란 간판에서 자신의 나날을 반성해 보는 열린 마음들. 즉 여행지의 소소한 풍경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길어올리는 그녀의 마음결이 만저져 한옥마을의 소롯길처럼 예쁜 책이었다.

 

 사람들은 여행을 왜 가는 것일까? 여행지를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잃어버렸거나 잊고 있었거나 미처 몰랐던 자신을 찾으러 가는 건 아닐까.

 

 전주에 가서 옛사람처럼 사부작 사부작 걸으면, 누구보다 시를 좋아했고 예술을 흠모했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던, 내 청춘의 얼굴을 만날 수있을 것 같다.

 

 돌담길 모퉁이를 도는 순간, 진흙 속에 묻힌 연꽃뿌리에 집중하는 순간, 어느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서며 진한 커피향을 느끼는 순간

 

 숨겨지고 억눌려 있던 자신을 찾으러 오라고 자꾸만 유혹한다

 

 이 책은 그 유혹의 촉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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