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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 - 우리 시대를 읽기 위한 최소한의 인문 배경지식 ㅣ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가볍고 속물적인 세태를 반영하는 반어법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다.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초만 해도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이었고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기본이었다. 인문학의 중심이라는 문사철, 어릴 때부터 문학을 동경하는 문학소녀였고 역사를 전공하는 역사학도였고 철학과 강의실 뒤편에 앉아 도강하곤 했다. 그 외에도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요 근래 들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관련도서들을 손에 잡아보려 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세월을 무게를 얹은 두뇌 때문인지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류를 읽은 탓에 사고의 영역이 고정돼 버린 탓인지 방향을 설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글자 그대로 출발점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보았다. 우리 시대를 읽기 위한 최소한의 인문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책이라니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기초지식이 부족한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것이 인문학이다'라는 쉬우면서도 명쾌한 개념정의가 마음에 들었고 어렵지 않을까라는 부담감을 해소시켜주었다. 회화, 문학, 과학, 사회학, 미학의 다섯 가지 장르를 다루며 분야를 옮겨가며 읽을수록 지식이 확장되는 계단식 목차 구성도 특이하고 좋았다.
첫째. 모네 이전의 회화는 원시시대 미술에서부터 마네에 이르는 미술사의 긴 여정을 다루어 각 시대 마다 유행하던 미술사조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회화사의 흐름을 온전히 파악하고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문학과 문예사조는 문학작품과 시대를 아우르는 문예사조의 변화와 그 유형적 차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대작가들의 명작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쟁점을 통하여 문학의 정신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우리는 인문학 서적에 과학이 소개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과학은 인류의 지식이 생성되는 과정이고 과학이론들은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세계를 변화시켜 온 중요한 전화점이므로 인문학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넷째. 이론에만 치우쳐 자칫 탁상공론으로 끝날 수 있는 인문학을 사회에 접목시킨 실천분야인 사회과학분야를 다루었다. 사회이론의 거장들을 인물중심으로 다루어 그들이 중요한 논쟁을 중심으로 어떻게 대립하고 계승하는지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다섯째. 근래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학을 다루었다. 그 실체를 알 듯 하면서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미학의 위치를 예술과 철학에 준하는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사회학적 미학의 관점으로 본 대중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최고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지식도 독자가 이해를 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인데, 인문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다양한 인문서를 접해볼 수 있도록 기본배경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집필했다는, 저자의 의도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또 한가지는 한 권의 책으로서 다양한 지식의 만찬을 맛볼 수 있어 흥겹고 만족스러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깊이있고 풍성한 인문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진짜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