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절판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본 세상은
기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표지쪽

이젠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다. 필름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형편이 좋아졌다. 그런데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다. 병이 깊어지면서 삼 년째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다. 끼니 걱정 필름 걱정에 우울해하던 그때를, 지금은 다만 그리워할 뿐이다.온종일 들녘을 헤매 다니고, 새벽까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던 춥고 배고팠던 그때가 간절히 그립다.-27쪽

시인들은 일상의 평범한 언어로 시를 창작한다. 시인들은 평범한 주변의 이야기를 아주 쉬운 언어로 새롭게 승화시킨다. 시인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없는 새로움을 표현하듯, 나도 눈에 익숙해진 평범한 풍경 속에서 보통 사랃르이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오랜 시간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다.-129쪽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름다운 곳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경치가 빼어난 곳을 찾아가면 좋은 사진을 찍게 될 활귤이 높다. 하지만 어떤 바다나 강에도 큰 고기는 있기 마련이다. 운이 좋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운은 사진가 스스로 준비해서 맞이하는 것이다.-145쪽

마라도는 참으로 아름다워서 좋다. 섬 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어서 좋다. 십 분만 거릉면 동서남북 원하는 곳에 가 닿을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은 보고 또 보아도 볼 때마다 새롭다. 사랑하는 연인처럼 늘 섬이 그리웠다.-152쪽

해마다 여름이 끝나 곰팡이 핀 필름들을 태울 때마다 나는 나비박사 석주명을 떠올린다. 전국 각지에서 고생 끝에 채집한 나비 표본을 스스로 태워야 했던 그에 비하면 나는 행운아다. 나에게는 그나마 습기 제거제랃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나비를 불태울 때 석주명 박사의 심정은 어떠했을까?-204쪽

병원에서 루게릭 병 진단을 받고 내 생의 유효기간이 정해졌을 때,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것은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필름들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그것들을 나만큼 사랑하고 아껴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 삶의 전부인 사진들이 함부로 나뒹구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내 손으로 불태워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다. 그러나 나에겐 석주명 선생과 같은 용기는 없었다.
......
-205쪽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요, 죽고 싶다 해서 쉽사리 죽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적은 내안에서 일어난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희망의 끈을 나는 놓지 않는다. 사람의 능력 밖의 세계를 나는 믿는다.-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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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사고싶단 생각만 하고 못 샀어요.
사진만큼 글도 좋은가 봐요^^

한숲 2007-09-2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감동적이고 사진을 찍으면서 겪은 이야기는 눈물겹고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