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길을 잃다
엘리자베스 톰슨 지음, 김영옥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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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께서 손주인 저에게 가끔 하시던 이야기가 있어요. 6.25 전쟁 당시에 어린 아기였던 아버지를 들춰매고 남쪽으로 피난 가셨던 기억들, 그 시절 이야기들... 하지만,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6.25 전쟁이잖아요. 할머니의 이야기가 저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두 분의 모습이 한국 역사 속의 한 장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게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아무리 상상해 봐도 전쟁 피난길의 흑백 사진에 두 분의 모습을 포토샵으로 어설프게 합성해서 놓은 듯한 장면만 떠올랐어요. 아시죠 어떤 사진인지? 어떤 느낌인지..!?

 


 

나는 황금 열쇠를 집어 들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열쇠는 우리를 프랑스 부동산의 세계로 들여보내 줄 통행권이라기보다 그저 장식품 같아 보였다. /p.65


 

아마 영국 런던에서 제인 오스틴 투어 가이드를 하고 있는 주인공 해나에게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가족 모두가 모르던 증조할머니가 남긴 파리의 비밀 아파트!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하는 증조할머니의 일기장에서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스콧 피츠제럴드와 동시대를 살았던 증조할머니의 이야기가 말이에요. 파티장에서, 또는 술집이나 카페에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춤도 추고 술도 마셨다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뭔가 굉장하네요!! 하지만, 믿을 수가 없었을 거 같아요. 아니, 감히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 삼각형을 내가 포함된 사각형으로 바꿀 기회라 생각했어.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p.192


 

그런 해나를 증조할머니가 남긴 파리의 아파트를 확인하자며 엄마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누가 아버지인지도 모르고 해나에게 해준 것은 1도 없는 알코올중독자인 엄마는 이제서야 딸에게 관심을 보이네요. 엄마에게 있었던 많은 사건들과 방황했던 과거를 이제야 고백하면서 말이죠. 자신이 함께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삼각형에 이제라도 자신이 한 꼭지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고백! 멋지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믿어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아직도 뭔가 숨기는 것이 많은 엄마이기에 불안불안합니다.

 


 

가족 모두가 모르던 비밀의 아파트!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하는 증조할머니의 숨겨진 과거까지.. 제멋대로인 엄마, 바람둥이 유부남까지 해나의 보물 찾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제대로 된 보물찾기였나 봅니다! 모두가 이렇게 멋진 해피엔딩을! 멋진 남자친구도 생기고, 만나고 싶던 아빠도 만나고, 엄마도 정신 차리고, 새로운 가족도 생기고, 증조할머니의 멋진 유산도 지켜내고...!!!!

 

증조할머니 아이비의 일기장과 해나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차츰차츰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추리 소설 같기도 하면서 로맨스도 있고 가족 드라마도 있는 이야기였답니다. 그 배경에 프랑스 파리라는 로맨틱 장소가 있었기에 뭔가 풍미가 더했던 거 같아요. 제 생각에는,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시기에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 같은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파리에 가서 해나의 멋진 문화투어에 참여하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에펠탑 아래 잔디밭에서 피크닉도요!!! 함께 가실 분 누구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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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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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행복하고 뿌듯한 하루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어깨도 뻐근하고 눈도 뻑뻑하고 피곤한 하루였답니다. 이런 날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맥주 한 잔! 그리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줄 힐링책 한 권이 딱인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요즘 따스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힐링책들을 많이 읽었던 거 같아요. 이번 주 저의 Pick은 제목부터 너무 마음에 드는 신간도서 "책들의 부엌"이었답니다. 여러분도 필요하시다고요? 근데 아직 선택하지 못하셨다고요? 그럼 저와 함께 이 책 읽어보시면 어떠세요?

 


 

3월의 밤하늘은 매혹적이었다. 약간 어두운 구름이 군데군데 흘러 다녔고, 달이 검은 구름에 휩싸여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다만 별은 구름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p.44


 

자신의 소비 행위를 사진으로 증명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포토 소비'가 중요한 MZ 세대가 너무너무 사랑할 만한 곳인 듯하네요. 살랑살랑 매화향이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봄, 쏟아질 듯한 별이 보이던 초여름, 재즈 페스티벌과 함께 했던 비 오던 여름, 반딧불로 수놓았던 한여름, 크리스마스 파티를 축복하듯 소복소복 눈 내리던 겨울까지.. 너무 예쁜 모습들만 보여주고 있어서 샘이 납니다. 정말 이런 천국이 있을 것만 같았어요.

 


 

퀸스를 졸업할 때 제 미래는 곧은 길처럼 눈앞에 뻗어 있는 듯했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제 전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p.187 (빨강 머리 앤 중에서)


 

게다가, 책카페에 어울리는 추천책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그 겨울의 일주일>, <츠바키 문구점>,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빨강 머리 앤> 등등.. 너무 안타깝게도 제가 읽은 책들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북스 키친 손님들의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는 책들이라 그런지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한 권 한 권 다 읽고 싶어졌답니다. 그들이 받은 위로와 그들이 느낀 감정을 저도 하나하나 공감하고 싶어졌거든요.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p.227


 

산자락을 1km나 올라가야 하고 교통도 안 좋고 주변 편의시설도 하나 없는 소양리. 정말 운명처럼 이곳에서 북 카페 겸 펜션을 시작한 사장 유진과 스텝 시우와 형준. 그리고, 남들에게 맞춰가는 자신의 모습에 힘든 다인, 바쁜 하루하루에 자신과의 대화를 잊고 살던 나윤, 그냥 정해진 길로 걸어오다가 잠깐 멈춰 선 소희, 원하는 내 모습을 거짓으로 만들어내고 있던 마리 등등..

 

그들이 만든 북스 키친에 대한 이야기였답니다. 아니, 그곳에서 쉬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어루만져 주는 책들의 이야기였고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책, 책과 휴식.. 따뜻하게 연결되어야만 하는 소재들로 충만한 책이었는데요. 아마 모두에게 이런 장소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잠시 쉴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에요. 소양리 북스 키친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하나 찾아봐야겠어요. 혹시 있으면 살짝 알려주시면 안 돼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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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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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선물 같은 책 한 권을 만났답니다. 3년의 공백, 침묵으로 쓴 편지들을 엮었다는 가랑비메이커의 편지글이면서 감성시 같은 책이었어요. 모두 잠들고 혼자 깨어있는 조용한 밤에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아니면 조용히 밝아오는 아침 햇살과 함께 고즈넉한 안개가 깔려있는 새벽 시간에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었답니다. 오랜만에 저 멀리서 누군가가 저에게 쓴 손 편지를 만나는 느낌이었거든요. 보내는 이의 정성과 관심이 오롯이 나만을 향해 있는 따뜻한 그런 손 편지 말이에요.

 


 

난 매일 새로워지고 있는데 당신은 늘 어제에 머물러 있잖아요. 어제의 어제도, 어제의 어제의 어제도 당신은 늘 같은 것만 보았을 거예요. 나는 늘 내일의 당신을 보았는데 말이죠./p.67 시차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계속 입안을 맴돌았어요. 당신에게 3년의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편지 한 장 한 장에 가득 담아놓았던 건가요? 편지를 보내온 가랑비메이커에게 물어보고 싶더라고요. 어제의 나에게 머물러있는 상대방과 내일의 당신을 보고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당신의 3년을 살짝 볼 수 있었거든요. 저도 알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언제나 이런 차이로 인해 힘들게 하잖아요. 누군가는 다양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누군가 한 명쯤은 내 편이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마 3년이라는 세월 동안 편지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것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던 거 같네요. 당신을 힘들게 했던 이야기들!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함께 느낀 그 이야기들 말이에요.

 


 

더는 어디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 비로소 하얗게 센 머리에도 질문이 따라오지 않는 나이가 됐거든. 결국, 시간이 나를 자유하게 한 거야. /p.48 새치


 

하지만, 결국 시간인가요? 다행히 시간은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꼬박꼬박 흘러가니까요. 어릴 적 새치를 보여주기 싫어서 긴 머리를 묶지도 못하고 모자 속에 감추고 있었다는 당신. 이제는 흰머리가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 되었기에 자유하게 되었다는 당신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모든 이야기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인가 봅니다. 사랑도 용서도 아픔도.. 비로소 보내는 계절에 당도했다는 당신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답니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는 당신의 글에서 조금 안심이 되었네요. 당신과 다른 곳에 있지만, 저 역시 보내는 계절에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나는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당신이 필요해요. 잘 음미해 주세요. /작가 메모


 

책을 읽기 위해 넘긴 표지 안쪽에서 작가의 손글씨 한 줄을 먼저 만났답니다. "당신이 필요하다"라는 메모 하나, 그리고 "잘 음미해달라"라는 또 다른 문장 하나. 만난 것은 분명 짧은 글이었지만, 뭔가 모를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를 머리로 분석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면서 읽었답니다. '무심'이 아닌 '진심'으로요. 마지막에 조용히 속삭이 듯이 앞으로도 종종 편지가 늦을 예정이라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지만, 저는 늦어질 다음 편지가 기다려집니다. 곧 새로운 계절은 시작되겠지만, 보내는 계절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것을 아니까요. 아니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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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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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어디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 비로소 하얗게 센 머리에도 질문이 따라오지 않는 나이가 됐거든. 결국, 시간이 나를 자유하게 한 거야. / p.48 새치


 

결국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어릴 적 새치가 부끄러워서 머리를 묶지도 못하고 모자 속에 감추고 있었다는 당신. 이제는 흰머리를 새치라고 설명할 필요도 없는 시간에 도달하였기에 자유하게 되었다는 당신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시간인가 봅니다. 용서도 사랑도 아픔도.. 비로소 보내는 계절에 당도했다는 당신의 마지막 한마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는 당신의 고백에 조금 안심이 됩니다. 저 역시 그 계절에 당신과 함께 있는 듯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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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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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참 신기하지. 분명 내가 남긴 이야기인데 그 시점을 지나고 나면 나는 사라지고 새롭게 읽는 나만 남는다는 게. 그 시절의 내가 이해의 대상이 된다는 게. 새로운 숙제처럼. /p.31 “남겨진 숙제” 중에서


 

꽤 오래 전이긴 하지만, 대학교 시절에 어딘가 먼 곳으로 잠시 떠나있던 시간이 있었어요. 머나먼 타지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내야 했던 그 시절에 두런두런 남겼던 기록들을 얼마 전에 다시 읽어보았는데요. 기분이 새롭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지냈었구나 라고 감상에 빠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더라고요. 분명 내가 한 글자 한 글자 썼던 나의 기록인데 말이죠. 어리숙해 보이기도 하고, 젊음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외로움과 고독한 하루가 보이기도 했던 그 글들..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나였지만,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했던 시간들이었답니다. 정말 남겨진 숙제가 맞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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