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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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슴 아픈 로맨스가 있을까?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 한 여인과 한 사람을 향한 복수만이 목표인 남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삶의 의미를 읽은 또 한 명의 남자까지.. 이들의 만남은 인연이었고, 이들의 엇갈린 사랑은 운명이었던 거 같네요.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어요.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마음에 와닿았고, 서로에 대한 연모에 설렜고, 엇갈리는 운명에 안타까워했네요.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운명이 되는 이야기! 눈으로 읽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장면 하나하나가 떠올랐어요. 언젠가 드라마로 나오면 좋겠네요.

 


전국을 덮친 역병으로 아비를 잃은 계동. 홀로 남은 그는 경숙이라는 이름으로 화정패에 들어가고,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인기스타 줄꾼이 되는데요.

하지만, 그는 소리꾼이 되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 아픈 기억 때문에 반드시 복수해야 하는 상대가 있었거든요. 그의 모든 것을 밝혀야만 했거든요. 소리꾼이 되어 임금을 만나야만 했거든요.\

 

 

이년아,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곡비랑 눈 맞으면 삼 년이 재수 없어. 하물며 봉사라니 저거랑은 어떻게든 안 부딪히는 게 상책이야. /p.43


 

어떤 사연이 있는 여인이길래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 된 걸까요? 어떤 비밀이 있기에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는 비천하고 비천한 곡비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소리를 배웠고 소리를 사랑하는 걸까요? 어떤 생각이기에 삶을 내려놓은 표정인 걸까요?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백연에게 따스한 봄이 찾아옵니다. 굳게 닫힌 마음 안에는 선하고 참한 여인이 드디어 마음을 줄 상대를 찾았는데요. 이날치와 백연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단전에서 바락바락 치솟는 것은.. 연심이었다. 의빈에게 절대 허락되지 않은 단 하나, 바로 그것이었다. /p.147


 

누구나 부러워하는 공주의 남편이었지만,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자리에 있는 상록 역시 아픈 과거가 있었네요.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였지만, 요절한 아내의 그늘에서 영원히 살아야만 했거든요. 사랑했던 여인은 타지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뛰어난 칼솜씨는 써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 그에게 한 여인이 홀연히 나타납니다. 의빈에게 절대 허락되지 않은 단 하나, 연심을 품게 만든 그녀는 바로 백연이었는데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파멸의 길로 나아갑니다. 알면서 피할 수 없었던 그 길을..

 

 

 

조선 후기의 최고 명창 이날치라는 실존 인물을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되살려낸 장다혜 작가, 역시 믿고 읽는 작가셨네요. 주변에서 그녀의 장편소설 ‘탄금’에 대한 추천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이날치’도 그녀의 대표작에 추가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저의 추천도서에도 넣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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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 간호천사 아닌 간호전사 이야기
알앤써니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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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읽으면서 이 책은 모두가 함께 읽어봐야 하는 책일 듯 하더라고요. 멋모르던 대학병원에서 좌충우돌과 퇴사, 그리고 다시 돌아간 병원 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간호업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긴 에세이였거든요. '백의의 천사'라고 치켜세우지만, 사실은 환자의 모든 불평불만을 최전방에서 받아야만 하는 서비스업? 풍부한 의료지식으로 환자를 돌보고 의사를 보조하는 전문직인데 말이죠. 씁쓸한 현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었어요. 조금이라도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싶었기에 찬찬히 읽어봤답니다.

 



2019년 말,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초강력 바이러스에 인류는 공포에 휩싸이죠. 살짝 스치기만 해도 전염되어 버리는 바이러스!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 높은 사망률에 다양한 후유증까지.. 가장 단순한 세포였지만 가장 강력했던 존재, 신종 바이러스에 펜데믹이라는 표현까지 쓰게 되었는데요. 정말 우리의 삶을 바꿔버린 사건이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아직도 진행 중이고요.

다행히 길고 길었던 펜데믹은 끝자락에 온 듯합니다. 이제 최고의 방어막이라던 마스크도 필수가 아니라 권장이 되었잖아요. 백신과 치료제가 준비되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은 아닌 듯하네요. 길고 길었던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수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까지 온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들 중에서 가장 고생한 의료진들에게 무한 감사를 드리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그들에게는 의무감과 사명만 있을 뿐이었던 거 같네요.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장이 이렇게 엉망이었다니 안타깝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현직 간호사의 에세이 도서 ‘페이크’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이었답니다. 그녀가 이야기해 주는 간호 현장의 민낯들은 예상을 뛰어넘네요.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고 다양한 문제점이 있겠지만, 여기는 조금 심각해 보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신문 기사에서도 종종 봤던 이야기들은 빙산의 일각인 듯하더라요. 간호사들 사이의 왕따 ‘태움’에 대한 이야기들부터 의료인이 아닌 이들이 벌리는 불법 의료 행위, 비서나 부하처럼 간호사들을 대하는 환자와 의사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었어요. 간호사 1인이 맡아야 하는 환자 수는 선진국 대비 심각했고, 관행이라 불리는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업무는 바뀌지 않았고, 3교대 근무로 누적된 피로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었네요. 이대로 괜찮을까요? 병원을 믿고 치료받으러 가도 되는 걸까요? 내 목숨을 그들에게 맡겨도 되는 걸까요? 살짝 걱정이 되더라고요.

 

건강할 때는 관심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나도 이용하고 나의 가족도 이용하고 나의 부모도 이용해야 하는 곳이잖아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모으면 좋을 듯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병원을 이용하는 분들도 다 함께 말이죠. 그들이 간호 전사가 아닌 간호 천사로 돌아오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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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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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는데 끝나지 않은 이야기 어떠세요? 열린 결말이라 자유롭게 이어갈 수 있으니 좋다고 해야 하나요?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결말에 불만일 수도 있겠네요. 이번에 만난 단편 소설 2편이 바로 이런 결말을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뭔가 아쉽지만, 뭔가 새로웠어요. 뭔가 마음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다음을 떠올릴 수 있어 재미나더라고요


 

 

 

첫 번째 이야기 ‘영’. 캠핑장에 함께 한 두 쌍의 남녀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잊고 싶은 과거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반딧불이를 보러 간 호숫가에서 차 안에서 가스중독으로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을 발견하죠. 그리고 아무 결말도 모른 채로 떠나간 이들. 그냥 스쳐간 한순간의 추억인 걸까요?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 ‘원’. 총기 사업으로 성공한 윈체스터라는 사람이 딸을 위해 지었다는 거대한 미로 같은 저택이 배경인데요. ‘크리에이티브 캐슬’이란 이름으로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들을 한 유튜버가 추적하죠. 바로 주인공의 방송반 선배였던 영원. 그는 진실을 찾아? 방송을 위해? 그곳에 입소하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나죠.

두 이야기의 제목을 연결하니 ‘영원’이 되는데요. 책의 제목인 ‘도메인’이 바로 영역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영원이기도 하고요. 전혀 연관되지 않지만 무언가 연결되는 듯한 두 편의 짧은 소설. 다음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내 안에? 아니면 당신의 삶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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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크레이터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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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발견한다고 하잖아요. 모든 관계는 우연과 인연으로 시작되고, 낯선 만남을 통해 친숙함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중에서 9번째로 만난 책은 바로 이런 우연과 인연,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천체 충돌은 크든 작든 항상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던 거야./p.22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보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결심했다는 세리의 엄마. 그녀는 미혼모였고, 세리도 미혼모가 될 상황에 있는데요. 그녀도 아이에 대한 결심을 하기 위해 운석을 찾아 떠납니다. 현재 남자친구와 오만 년 전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지역을 찾아가죠. 자신에게 찾아온 아이를 품고 싶은 세리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인정할 수 없는 남자친구는 어떤 결정을 할까요? 반대편에 서있던 이들은 초계 분지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받게 될까요?

누군가의 한마디에 솔깃해지는 것이 바로 인간이지 않을까요? 이성보다는 감성에 이끌리는 것이 인간이지 않을까요? 희망 사항에 맞춰서 현실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인간일 듯한데요. 주인공들은 함께 하고 싶다는 서로의 감정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갑니다. 조금씩 생각이 변하는데요. 이게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정답은 없는 거죠. 아니, 정답은 만들어가는 것일 듯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크고 작든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는 관계 속에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시간들이 담겨 있었던 거 같아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계속되는 시간들일 텐데요.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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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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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이후 시를 읽어본 적이 있었나? 아! 읽고 쓴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행가 가사처럼 쉽게 공감하고 쉽게 감동했던 시들.. 누군가에게 보내려고 적어두었던 시, 인생의 진리를 담았다고 생각했던 시, 장난 같은 운율과 유머에 재미났던 시..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짧은 단어와 문장들이 전부인 시 안에는 한편의 소설이 담겨있었거든요. 그 소설을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고 이해하고 맞출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거든요.

 

 

이번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10권 중에서 유일한 앤솔러지 시집을 읽다보니 더욱 더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한국의 시단에서 각 세대와 경향을 대표하는 열세 명의 시인들의 작품들이 담긴 시집이었기에 더욱 더 깨닫게 되었네요. 아.. 이게 시라는 것이었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시를 그들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바라보지 못했어요. 그들 각자의 개성이 담긴 시들을 발맞춰서 따라가기 힘들었네요. 그들 각자가 하고픈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다양한 이야기들이었고, 너무 짧은 글이었고, 너무 낯선 풍경들이었거든요. “아직은 아닌가 보네”라며 그냥 받아들였답니다. 언젠가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내 삶이 되고, 내 시선이 되고, 내 이야기가 되는 날이 올 테니까요. 그 때를 기다려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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