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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존재, 괴물이 존재할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싶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서 세상 곳곳을 인간이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요? 우리가 세상 곳곳을 전부 확인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종종 들려오는 괴물 목격담까지.. “에이~ 설마?”라고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에 읽어보고 찾아보게 되는 괴물이라는 존재. 역사 속에서 존재했고, 아니 존재한다고 믿었던 수많은 괴물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하는 책을 만났는데요. 그 모든 것들이 사기극이라네요. 사실 그래서 더욱더 내용이 궁금한 사회과학 인문학 책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파과호수의괴물
몸길이 3.4미터, 사람과 비슷한 얼굴, 5센티미터의 이빨, 60센티미터의 두 뿔, 10센티미터의 귀, 박쥐 같은 날개 한 쌍, 두 개의 꼬리, 비늘로 덮여있는 온몸.. 상상이 되시나요? 바로 페루의 파과 호수에서 발견되어 붙잡은 괴물이라고 하는데요. 이 괴물은 곧 유럽에 도착한다는 소식에 온 유럽 사람들이 술렁이고 있다네요. 그래서,, 이 괴물은 유럽에 도착했을까요? 암컷도 포획해서 번식시킬 계획은 성공했을까요? 팸플릿에 쓰여진 모습처럼 상상 그 이상의 존재였을까요?
소동은 소동으로 끝나버렸다고 합니다. 서로 얽히고 얽히면서 자라는 식물이 호수 위를 떠나니는 모습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낯선 곳에 도착한 탐험가들의 착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다양한 호수 괴물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아니면 정치적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퍼뜨린 우화였을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괴물 이야기의 발원지인 타과타과 호수는 19세기 배수 공사로 사라졌다고 하네요.

#박쥐인간
뉴욕 일간지에 짧은 단신이 하나 실립니다. 영국 천문학자 윌리언 허셜의 아들이 희망봉에 최신식 망원경을 이용해 놀라운 발견을 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 뒤를 이어 연달아 나온 기사들은 정말 놀라운 이야기들이 가득입니다. 망원경으로 관찰한 달은 화려하고 풍요로운 장소였다고 하네요. 검붉은 꽃, 두터운 모피의 들소, 푸르스름한 빛깔의 염소.. 38종의 나무, 9종의 포유류, 5종의 난생동물을 발견했다는 건데요.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달의 원주민, 박쥐 인간이었다고 하네요.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열광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지구 밖 존재를 마음껏 받아들였다는 것이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기사는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이는 돈이나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성경이나 뒤적거리면서 외계인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신학자들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과학은 관측과 관찰을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다고 말이죠. 방법은 엉뚱했지만, 의도는 훌륭했네요.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사진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네스호의 괴물’은 그나마 누구나 의심할 만한 증거인 사진이 있기에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교묘하게 만들어진 소문과 증거들, 점점 부풀려지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이미지들, 상상 속의 존재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착각까지..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어마어마하네요. 동굴인간, 지옥분노벌레, 파과 호수의 괴물, 피지 인어, 박쥐인간, 황제벼룩, 코팅리 요정 등등..

이렇게나 많은 괴물들이 있었다니 놀랍네요.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믿었다는 것에 더욱더 놀라면서 읽었답니다. 그것도 엄청 오래전도 아닌 불과 몇백 년 전에 말이죠.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존재했고, 누군가는 그 존재를 만들어냈고, 우리 모두는 그것들을 믿었다니.. 다시 생각해도 인간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존재가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그래서 삶이 재미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예상하지 못한 존재의 출현..! 누군가의 장난과 거짓에 속고 속는 아이러니..!! 아마 지금도 수많은 괴물들이 우리들의 삶 속에서 속고 속이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사기극이라고 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괴물 이야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