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나는 이제 다른 누군가가 쓴 운명대로 살지 않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껏 싸웠어요. 이제 와 그러기를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야 내가 나로 남을 수 있어요.
p.324
왕에게는 형이 하나 있었다.. 이 문장 하나로만 기록되고자 하는 이가 있었는데요. 십이 년 동안 성군으로 군림하다, 어느 순간부터 폭군으로 변모한 사라국의 왕, 영위의 친형 영유인데요. 그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 만남 한 번이 역모로 취급될 수 있기에 조심에 조심을 하네요.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딸 윤해 역시나 세상에 둘도 없는 결혼을 하라 하네요. 잔혹하기 그지없는 남자,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은 그녀는 그의 집안 행사를 돕기 위해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냥개에 의해 죽음의 순간을 마주하는데요. 약혼자의 함정..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의 부름에 마법을 사용해서 살아남습니다. 오히려 죽은 것은 그 남자와 사냥개들..

윤해의 마법.. 그녀는 소문으로부터 도망치듯 북방으로 떠납니다. 마목인들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그곳으로 아버지 대리인으로 부임하는데요.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거대한 요새, 아니 거대한 벽 같은 거문담이 있는 그곳.. 그곳에서 그녀는 놀라운 이를 만나는데요. 말타기에 뛰어난 마목인이면서 글을 읽고 쓰는 경작인이기도 한.. 슬룸고리성 방어군 좌기대대감 달낙현을 만납니다. 그리고 또 한 명, 꿈속에서 야인 여자인 마로하도 만나는데요. 달낙현과의 인연, 마로하와의 운명, 그리고 거문담까지.. 모든 것이 모였네요. 이제 비밀만이 남았습니다.

그녀와 부부가 될 인연이 있었지만, 역사에 한 줄로만 남겠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각자의 길을 가야만 했던 이가 찾아옵니다. 천문을 관찰하는 그가 들고 온 이야기에는 숨겨진 비밀의 힌트가 있는 듯한데요. 태복감 서고에 있던 5백 년도 더 된 책들에 1021이라는 숫자가 제일 중요한 과업에 언급되고 있다는.. 1021일은 너무 짧고 그렇다면 1021년인 걸까요? 그 기나긴 시간이 지나면서 벌어지는 일은 도대체 뭐길래 그리도 머나먼 옛사람들이 적어놓은 걸까요?
거문담.. 그 아래 숨겨진 아주아주 어두운 존재의 비밀이 아닐까 하네요.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후대에 전하기에는 너무나도 긴 세월.. 1021년 주기로 찾아오는 어마어마한 재앙인 듯합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다음 해 춘분 근처라고 하네요. 게다가 그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예언가,, 아니 마법사가 바로 윤해라고 하네요. 큰일입니다. 그녀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거든요. 게다가 코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녀의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라국 대군을 무찔러야만 하거든요.

기나긴 꿈은 윤해의 마법 능력을 키우는 공간이었고, 병법과 전술에 능했던 아버지는 훌륭한 스승이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달낙현은 뛰어난 동료였네요. 윤해는 더 이상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진짜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사리국 대군과의 전투는 어떤 방식으로 승리할까요? 병법은 통달했지만 전투 경험이 전무한 그녀가 보여준다는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전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거문담 아래 괴물은 어떻게 막아야 하나요?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는 성장 소설이었고, 한국적인 모습을 담은 역사 소설이면서도, 놀라운 전략이 돋보이는 전쟁 소설이기도 했네요. 그리고, 전설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놀라운 마법이 세상을 구하는 판타지 소설이기도 했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야기..!! 읽어보시면 아실 겁니다. 아마도 저처럼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올 겁니다.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끝나버렸다는 아쉬움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