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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 전체주의라는 악몽 ㅣ 오늘을 비추는 사색 3
마키노 마사히코 지음, 전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평점 :

전체주의
개인의 모든 활동은 민족, 국가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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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학살, 제2차 세계대전, 우생학적 우월성, 비밀경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거부하고 비난하고 싸워야만 했을 듯한데.. 왜 독일인들은 그러지 못했을까요? 문명 발달이 덜 되어서? 배움이 부족해서? 세계적인 교류가 부족해서? 글쎄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듯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먼 과거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지금 세상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왜??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에서 답을 얻어봅니다. 전체주의가 뭔지 살짝 들어볼까 해요.

검색해 보니 전체주의 뜻을 이렇게 알려주고 있더라고요. 아렌트 역시나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량학살을 하나의 집단이 저지른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거든요. 일부 범죄 집단이 아닌.. 경찰과 군대, 행정, 실행 부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했기에 가능했던 폭력이었답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적극적이었던 그렇지 않았던, 직접적이었던 그렇지 않았던,, 그곳에 있던 많은 이들을 끌어들였는데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기반 자체를 파괴하였던 현상을 아렌트는 전체주의라고 명명하고 있네요.
유대인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꾀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지만, 이 음모론은 당시 부와 영향력을 거머쥔 유대인 상층계급 2세대로 인해 확산되었다네요. 침묵하는 신문과 방송은 언론이 장악되어 있다는 또 다른 소문을 만들어내었고, 유대주의를 배경으로 금융 스캔들과 정치 부정 스캔들까지.. 약간의 진실이 섞인 거짓말. 모두가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믿지만 허구의 세계는 사실과 단절시키게 만듭니다. 진실은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면서 모든 것을 믿지 못하는 냉소주의가 생겨납니다. 누군가 또는 또 하나의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판단력을 사라집니다. 우리가 아닌, 각각의 해체된 인간을 되면서 전체주의는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 유추해서 만들어진 법칙에 대중은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나치의 인종 우열 법칙, 파시즘의 계급 투쟁 법칙 같은...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상식에서 벗어나는 동물이었다니 놀라게 되네요.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 사상이 이렇게나 쉽게 우리의 상식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니 슬프기도 합니다. 게다가, 언제나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니 무섭기도 하네요. 경제적 격차의 확대로 민족 인종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편향된 정보와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사람들 사이에 불신과 불안이 높아지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다시 나타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나 하나만 정신 차리면 될 일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이 준비되고 모두가 경계심을 가지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아렌트는 특히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유로운 활동으로 연계해나가야 한다고 하네요.
내용이 살짝 어려워 보이나요? 사실 제가 적은 글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가 없네요. 다행히 이 책은 아렌트를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쓴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전문용어와 업계 용어를 철저하게 금지하고, 다른 사상가와의 비교도 금지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인문학 이야기였기에 집중해서 읽어야만 했던 책이었답니다.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네요. 시대의 철학자 6명의 사상이 담긴 사색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답니다. 한동안 인기를 얻은 쇼펜하우어부터 에리히 프롬, 카를 마르크스, 미셸 푸코와 장자크 루소까지.. 얼핏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들도 있어 반갑더라고요. 아마 다음 책은 쇼펜하우어가 어떨까 싶어요. 여러분이라면 누가 궁금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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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