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
조영주 지음 / 마티스블루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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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원을 이루었나요?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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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힘내서 지내셨나요? 슬픈 일이 있거나 하루가 지쳐서 더 이상 힘이 없을 때는 달콤한 빵 하나 어떠세요? 소금빵, 사과파이, 단팥빵, 모닝빵... 각자의 취향에 맞춰서 맛나게 구운 빵 하나와 방금 내린 향긋한 커피 한 잔..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지 않으세요? 피곤함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리고 잠시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보름달이 너무 밝아서 죽기로 했다고 합니다. 샛노란색의 보름달이 아닌,, 은빛 달이 떠 있는 날이었기에 그런 결심을 했을 수도 있겠네요. 로프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집을 나옵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20년도 더 된 빌라 뒤에 있는 귀신이 나온다는 숲으로 향하는데요. 연고자 없는 무덤가에 있는 나무가 딱 좋아보입니다. 나무 아래 놓인 의자도 그녀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듯합니다. 나무에 로프를 걸고, 의자를 발로 찹니다. 그런데.. 왜 안 죽은 거죠? 의자는 어디로 사라진 거죠? 어쩔 수 없네요. 저기 보이는 굴뚝 쪽으로 가서 의자를 좀 빌려야겠네요. 만화책에서나 나오는 2층 벽돌집에서 말이죠. 왠지 낯익은 할머니가 내린 라떼와 맛난 쿠키를 먹으면서 알게 됩니다. 여기는 카페 은달이라는 것을요. 하늘에 은달이 뜬 날만 열리는 특별하고 독특한 곳이라는 것을 말이죠. 

모든 것이 미안하고 죄송하고 자신이 없지만, 모든 것이 멈춰진 세상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뭐든지 뚝딱 해결하고 신기한 말을 하는 할머니도 신기하기만 하네요. 시간과 시간 사이, 찰나의 순간에서 지내게 된 여자는 매일같이 죽음을 시도하는데요. 할머니의 정성과 보살핌도 의미가 없던 걸까요? 결국 할머니는 매일 만들던 소금빵 대신 생초콜릿을 만드는데요. 그녀만의 다양한 제빵 제과 레시피가 담긴 두꺼운 책에 나온 생초콜릿.. 그리고 할머니는 사라집니다. 




할머니를 다시 찾기 위해 생초콜릿을 만들고 소금 빵도 만들고 모두가 멈춘 세상에 있는 은달 베이커리에서 차월우 제빵사도 만납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데요. 집 전체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떠나갑니다. 오즈의 마법사처럼 말이죠. 일제강점기 만세운동을 하다가 총에 맞은 소년도 만나고, 달에 착륙했다가 산소 부족으로 죽음의 문턱에 놓인 닐 암스트롱도 만나게 됩니다. 시간 여행으로 날아간 집에 깔린 소녀도 알게 되고, 심장마비로 쓰러지듯이 은달 카페에 들어온 소설 속 인물 구보씨도, 자기 몸을 돌볼 시간도 없이 힘들게 일을 하던 인력거꾼 김씨도 만나게 되는데요. 모두 죽음의 문턱에 은달 카페에서 찰나의 시간에 들어오고, 그들이 먹고 싶던 빵을 대접하면서 또 다른 시간 여행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자신을 위해 대접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사랑받지도 사랑해 본 적도 없었던 그녀에게 이제는 아끼는 이들이 생기고 사랑을 나누는 방법도 알게 되네요. 

죽고 싶다던 그녀의 소원은.. 아니 처음부터 그녀의 소원은 죽음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은달 카페의 시간 여행을 통해 사랑을 알게 되었고, 나눔을 알게 되었고, 아끼는 마음이 생겨났거든요. 죽음으로써 시간이 멈추기보다는 이 세계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길, 멈춰버린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었던 거 같아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인 듯하네요. 그런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제목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였다네요. 그럼 꿈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나무에서 떨어지면 잠시 기절한 것이었을까요? 




다섯 번의 시간 여행과 다섯 명의 만남을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고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는 재미난 판타지 소설이었는데요. 그 만남들이 평범하진 않았네요. 닐 암스트롱도 만나고, 구보씨도 만나고.. 신기한 일들도 있었거든요. 함께 시간 여행을 했던 독립운동 소년 이월우과 집에 깔리면서 정신을 잃은 소녀 백설은 세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연이 되었다네요. 인력거꾼 김씨도 이들의 인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이들의 인연이 만든 기적과 같은 이야기들.. 그래서 상상 속의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만나고픈 희망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오랜만에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재미난 판타지 힐링 소설을 만났기에 말이죠. 여러분의 마음에도 이 따스함을 나눠드리고 싶네요. 우리 은달 카페에서 만나요. 맛난 빵과 따스한 커피 한잔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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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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