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다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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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에서 검색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나이가 있으면 네이버, 조금 젊으면 구글이었는데.. 이제는 그보다 더 진화했더라고요. 글자보다 영상에 더 친숙한 세대라 그런 걸까요? 이런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세대 차이를 느끼곤 하는데요. 그래도 모두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역사가 아닐까 해요. 지긋지긋하면서도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역사..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나요? 이런 면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요즘은 예능처럼 재미나게 알려주는 역사 채널들이 많아졌더라고요. 당연히 유튜브에도 엄청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지식 유튜브 '보다'는 정말 많은 분들이 추천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역사책을 출간했다고 하네요. 오호! 영상에서 못다 한 이야기,, 아니 너무 길어진 촬영에 편집되었던 아쉬운 이야기들을 모았다네요. 궁금합니다! 궁금해요..

유튜브 '보다'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화두를 던지고 조율을 하면서 진행을 하는 허준 MC를 중심으로 세 명의 전문가 패널들이 함께 다양한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토크 중심의 영상인데요. 이슬람과 중동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고 계신 박현도 선생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 소장으로 계신 고대 문명의 정점인 이집트 전문가 곽민수 선생님, 그리고 유라시아와 고조선의 고고학 연구를 하고 계신 강인욱 선생님까지..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보통 메인이라고 하면 중국이나 유럽의 역사일텐데, 이분들은 흔하지 않은 영역의 전문가들이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래서 더 새롭고 더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학창 시절에 주야장천 배웠던 교과서 속의 역사가 아니라서 오히려 재미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피라미드를 능가하는 미스터리가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흑인이라는 주장은? 관우는 정말 바둑을 두면서 뼈를 깎았을까? 나라별로 지우고 싶은 흑역사는 무엇일까? 고대에도 아르바이트나 화장실이 존재했을까? 문화권별로 독특한 머리 스타일은? 고대의 황당하고 특이한 법은?? 제목들만 봐도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들이지만, 이렇게 읽어보니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사실 더 궁금한 것이 있어요. 이런 질문들을 어떻게 만들어서 하는 걸까요? 그리고 오래전 역사에서 어떻게 답을 찾아서 술술 하는 걸까요? 알려주세요~

정말 흥미로운 질문들과 이에 대한 다양한 답변들이 책을 꽉 채우고 있었는데요. 다른 모든 이야기보다 이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네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고 표현했다는.. 그리스도교를 개혁한 것을 두고 '종교' 개혁이라며 전 세계가 변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도대체 피라미드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라면서 세계 미스터리 건축물에 넣어버리고는 고대 문명에 대한 무시를 하고 있다는.. 유럽인들이 만들어놓은 역사 관점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하네요. 곽민수 고고학자의 이야기에 머리가 띵해집니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사실에 당황하게 되네요.

매번 만나던 주류 역사 이야기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사가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정말 큰 착각이었네요. 세계 4대 문명이 탄생한 곳은 분명 다른 곳들인데 말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그들만의 문명을 발달시키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힘의 논리에 밀려 만들어진 그들의 역사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 봅니다. 대한민국 대표 지식 유튜브로 검증된 이야기들은 중동, 이집트, 유라시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어줍니다. 사소할 수도 있지만 궁금한 질문들을 통해 재미난 역사를 보여주네요. 역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보여주는 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됩니다. 역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대한민국 대표 지식 유튜브 역사책 인정..!! 오늘부터 1일 1영상 만나보려고요. 벌써 구독과 좋아요 완료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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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월; 초선전
박서련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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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조조, 손권.. 그리고 수많은 영웅들이 전장을 뛰어다니며 역사를 만드는 이야기, 삼국지 읽어보셨겠죠? 하지만, 영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악당도 필요한 법일 텐데요. 삼국지의 최고 악당은 누굴까요? 선제를 마음대로 바꾸고, 없던 세금도 만들어서 걷고, 아무 여자나 마음대로 취하고, 항거하는 자는 무자비하게 죽이고.. 스스로 왕의 아버지라며 칭하는 자. 바로 동탁이었는데요. 수많은 남자들도 함부로 상대할 수 없던 그를 한칼에 사라지게 만든 여자. 바로 초선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궁금했지만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던 그녀는 박서련 작가의 장편소설에서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을지.. 세상을 구한 영웅? 남자를 잡아먹는 요물?


배고픈 나날들이었답니다. 누군가에게 음식이 되기 위해 팔려갔지만 도망쳤고, 거리의 어린 거지들 무리에서 죽지 않기 위해 대장과 함께 했고, 황건적의 난리 통에 살아남기 위해 그들을 따라갔던 아이.. 한순간의 거짓으로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었다네요. 관군의 대장, 자사 왕윤의 양녀가 되었거든요. 상상해 본 적도 없던 삶에서 그녀는 행복을 느낍니다. 주워온 아이에게 이처럼 융숭한 대접을 해주고, 아프다는 소식에 달려오고, 아버지가 되어주겠다는데요. 하지만, 이유는 오직 하나! 충신의 자손이라고 했던 거짓말 때문에..




아버지처럼 벼슬에 오르고 싶다는 그녀. 하지만, 여자가 가장 크게 되는 길은 천자의, 태자의 비가 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아니면 초선이 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높은 관직에 오른 사람이 사용하는 담비 털과 매미 날개로 만들어진 관모를 손보는 여인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초선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초선이 되겠다고,, 아버지가 초선관을 받으면 그것을 돌보는 여인이 되겠다고,, 하지만, 과연 이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아는 초선은 그리 평안한 삶을 누리지는 못했는데 말이죠.


거짓은 거짓이었기에,, 사랑은 사랑이었기에,, 배고파 구걸로 삶을 연명했던 거지, 비단 이불과 따스한 음식이 하나 가득이었던 양녀,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매력을 뽐내야 하는 기녀까지.. 동탁과 여포 사이에서 사랑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세상 모든 것을 가져야만 하는 그들의 욕심 때문에 그녀의 삶은 결국 이렇게 마무리되나 봅니다. 사랑했던,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사랑한다고 속였던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혼자 남게 되네요. 이루지 못했던 사랑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살아남았네요. 살아남기 위해 사랑했고, 사랑했기에 살아남았던 그녀.. 결국은 이렇게..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모두를 매혹했던 여인, 하지만 역사 속에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여인.. 초선. 그녀는 삼국지의 수많은 영웅들에게 밀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은 등장인물이었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작가 박서련이 장편소설을 통해 그녀의 삶에 서사를 부여해 주었네요. 세기의 영웅을 매혹했던 그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그녀,,, 아무나가 아닌 바로 초선이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에 이유를 만들어주었고, 명분을 쌓아주었고,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었네요. 하지만, 그녀는 또 한 명의 영웅도 요물도 아니었네요. 그냥 사랑을 했기에, 사랑을 위해, 사랑 때문에.. 아니, 살아나기 위해 살아갔던 한 명의 인간이었을 뿐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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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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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기괴한 이야기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진짜로 벌어진 일이라면? 누군가 경험했고, 누군가 마주한 이야기라면? 그 순간 그 이야기는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가 되는데요. 알고 보면 교묘한 트릭이 숨어있다면 어떨까요? 논리적으로 풀다 보면 저세상이 아닌 우리들 세상 이야기라면 어떨까요?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괴담은 진짜일지도,,,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괴담이 아닐지도,, 기괴한 사건 해결, 오랜만에 만난 섬뜩한 추리소설 추천해 봅니다.

도조 겐야, 탐정 소설과 괴기환상 소설을 쓰는 작가. 그리고 전국에서 민속 탐방을 하는 괴이담 수집가. 특히 기괴한 사건 해결로 유명한 그는 무묘대학교의 특강 강사라는 자격으로 도서관 지하에 창고를 사용하고 있다는데요. 뭔가 으스스한 그곳에 1학년 여학생이 찾아갑니다. 자신의 어릴 적 괴담을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그렇게 도쇼 아이는 과민연과 연을 맺게 되는데요. 매번 괴담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겁이 많은 도조 겐야의 제자 덴큐 마히토는 매번 논리적인 추리를 하는데요. 끊임없이 소름이 돋네요. 섬뜩한 이야기에 한번, 놀라운 추리에 또 한 번..




바다에서 불의의 죽음을 맞은 사람이 망자가 되어 망자 길을 헤매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씐다는 동네. 그곳 망자길에서 만난 사람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당했다는데요. 죽은 집안사람을 제대로 공양해 주지 않았다가 저주를 받은 집안에서는 아직도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곰을 잡으려고 설치해놓은 철장 우리 덫에는 동네 아이들이 혼자 갇힌 상태에서 배를 갈린 채로 죽음을 당하는데요. 소원을 들어준다는 할머니를 만나겠다며 여관방에 혼자 들어간 요괴 연구회 회장은 목이 졸리면서 죽을 뻔합니다. 기괴한 존재들에 의한 사건들.. 하지만, 과민연의 도조 겐야 제자인 덴큐 마히토의 추리는 놀랍기만 하네요.

사건은 하나하나 모두 기괴하기만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되고 확대되고 과장되었겠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괴담은 진짜였을까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들을 듣고 있으면 모두 설명이 됩니다. 이야기 안에서 찾은 작은 단서를 근거로,, 지역과 괴담의 언어학적 근원을 이용해서,, 정답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믿고 싶네요. 세상에는 귀신은 없다고.. 괴담 때문이라면 너무 무서울 듯하거든요. 

일본 미스터리 대표 작가, 미쓰다 신조의 새로운 시리즈는 참으로 독특하네요. 미스터리와 지역 괴담을 연결해서 서늘한 추리소설을 만들어냈군요. 한껏 소름 끼치게 하더니, 마지막에는 놀라운 추리를.. 하지만, 괴담에 대한 여지를 남겨둡니다. 독자와의 밀당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러다가 점점 더 빠져들어서 도망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네요. 큰일이네요. 오늘 밤.. 잠들긴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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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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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포장으로 꽁꽁 숨겨놓은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비밀로 해야 하나 싶은 책을 만났는데요. 그동안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과 추리 소설로 쌓은 내공이 있기에 자신만만했답니다. 나를 놀라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하면서요. 하지만,, 이번에도 당했네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특수 상황, 말도 안 되는 살인범의 요구, 철저하게 감춰진 단서들,,, 외부와 단절되어 고립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클로즈드서클물의 새로운 변신이었답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이냐고요? 스포 절대 금지라서 정말 살짝만..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별장이 있는 무인도에 모인 아홉 명의 사람들.. 그들의 둘째날 아침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시작됩니다.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는 살인범,, 그리고 10개의 지시사항, 십계.. 너무나도 구체적이면서도,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지시사항들은 너무나도 철저하네요. 섬에 숨겨져있던 폭탄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범인,, 아니 신의 지시를 어길 사람은 없어보입니다. 사흘만 참으면 집에 갈 수 있다니,, 괜찮은거겠죠? 조용히 지내면 다음 희생자는 내가 되지 않겠죠? 살아남을 수 있는거겠죠? 그런데… 범인이 궁금하긴 하네요.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죽은 큰아빠의 유산,, 최고급 자재로 지은 별장과 방갈로가 있는 조그마한 섬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제안을 한 개발회사 담당자와 인턴, 건물 수리를 책임질 건축사무소 사장과 건축사, 부동산 관리를 하는 담당자 2명, 큰아빠 친구였다는 사람,, 그리고 유산을 물려받은 아빠와 추억이 담긴 섬을 보겠다는 나.. 이렇게 아홉명이 함께 섬으로 향하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 채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이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힘들어하는 3박 4일의 여행을 시작하는데요.

살인범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했다는 누군가, 섬에서 탈출하려고 시도했다는 누군가,, 매일 새로운 죽음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은 무시해야만 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말이죠. 영원히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범인이 원한 것은 이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다행히 누군가 용감하게 미스터리를 추리합니다.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서 이야기해줍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이들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스포일러 절대 금지라네요. 역대급 반전이라 함부로 말해드릴 수가 없을 듯합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순간,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였거든요.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반전에 반전에 또 반전이라니..!! 사실 첫 번째 반전은 살짝 의심하고 있었거든요. 숨겨진 비밀은 혹시 이것?이라고 했는데, 딱 나와버려서 실망했거든요. 하지만, 바로 한방 맞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이제 직접 읽어보고, 직접 느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 역시 엄지 척!! 이번에도 강력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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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인문학 로드맵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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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한 인문학 베스트셀러 한 권. 제목부터 심각하네요. 상처받지 않을 권리라니 뭔가 멋져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만 하는 권리일 듯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듯한데요. 우리에게 삶의 자유를 빼앗고 소비의 자유만을 건네준,, 자본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라고 하네요. 그런데, 자본주의는 좋은 거 아니었나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행복과 자유를 보장하는 훌륭한 제도 아니었나요? 저보다 훨씬 똑똑한 저자의 생각이 틀렸을 리는 없을 테니, 제 생각이 잘못되었을 듯합니다. 하지만, 반성하기에 앞서 궁금해지네요. 오늘날 가장 번성하고 가장 확실하게 자리 잡은 사회제도가 상처를 주고 있다..!!? 뭘까요???

백화점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습니다. 우리 주머니에는 돈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쇼핑을 끝내고 나온 뒤에 오는 결여감은 무엇일까요? 내가 구입한 것은 상품일까요? 아니면 그 순간의 우월감이었을까요? 그런데, 백화점에 받은 서비스는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돈이 주인공이었을까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해지네요. 삶을 위해 돈을 쓰고,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고,, 인생을 괜찮게 살고 있는 걸까 살짝 의심이 듭니다.

합리적인 의심,, 모르는 사이에 자본주의에 길들여 있고, 상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일까요?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를 깨우쳐주기 위한 학문이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진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한 경고까지.. 인문학자 다섯 명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네요. 강신주 저자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 안에서 말이죠.

짐멜의 도시 인문학에서는 인간의 지성에 대해 이야기하네요. 대도시에서의 너무 많은 자극을 처리하기 위해 머리로 반응하게 되었고, 이런 지성으로만 대하는 방식은 거리 두기로 이어지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다고 합니다. 서로의 삶이 거의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자유.. 하지만, 어찌 보면 고독이라는 단어로 말할 수도 있겠네요. 벤야민의 에로틱 마르크시즘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탐욕스럽고 잔인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케이드와 백화점은 계속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인간의 욕망과 허영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말이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돈,, 모든 것과 교환할 수 있는 존재인 돈은 이제 새로운 신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미래를 가능성의 장으로 보게 됨으로써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받던 노인이 더 이상 존경과 공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 소비와 생산으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보다 소비에 더 중점을 두는 이유와 기호 가치를 바탕으로 신제품의 유혹에 대한 이야기,, 읽을수록 혼란스럽습니다. 읽을수록 빠져드네요. 읽을수록 어렵습니다. 읽을수록 알게 되네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까요? 이 책은 자투리 시간에 틈새 독서로 만나면 안 됩니다. 흐름을 놓치게 되면 이야기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거든요. 앞뒤 맥락을 잘 이어가면서 읽어야만 했답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충분히 받아들이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거든요. 쉽게 읽는 책은 아니었는데요. 그런데, 쉽게 읽히는 책이기도 했답니다. 흐름만 타면, 맥락을 잘 따라가면 모든 것이 환하게 보였거든요. 게다가 인문학자들의 어려운 글을 쉽게 풀어놓은 저자의 놀라운 실력 덕분에 재미나기까지 했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사회를 돌아보는 눈! 나를 알아가는 눈! 이래서 인문학 도서를 추천하나 보네요. 강신주 작가의 이야기를 추천하는가 봅니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인문학자들의 심오한 사유를 만나면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라는 걸까..? 자본주의라는 무서운 존재의 실체는 충분히 알았지만, 이미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현실은 벗어날 수가 없을 텐데 말이죠. 나 혼자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겠다고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작은 몸부림일 테니까 말이죠.

책의 마지막에도 역시나 같은 이야기네요.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나 해결책은 제안하지 못합니다. 아니, 그보다 앞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네요. 우선 알아야 대응을 할 테니까요. 상처를 상처로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먼저일 듯하네요. 이런 정신과 의지가 모인다면 조금씩 좋은 방안들이 제시되고 실천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한순간에 바뀌지는 못하겠지만, 희망을 가져봅니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그리고 조금 더 깊게 보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파하는 인문학 베스트셀러 책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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