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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평점 :
나는 1999년 12월 31일을 심판의 날로 정했다. 그때가 되면 모두가 괴로워하며 몸부림칠 테니 이 짧은 시간만이라도 즐기란 말이다.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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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예수가 한국에 출현했다??!!!! 세상에는 스스로 예수의 재림이라며 기적을 행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알고 보면 사기꾼일 수도 있고, 그릇된 믿음에 취해버린 종교인일 수도 있고,, 하지만, 혹시 진짜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진짜인 듯하거든요. 누군가를 죽음에서 살려내고, 순식간에 상처를 낫게 해주고, 가까운 미래를 예견하고, 세상의 종말을 예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르가 신학 스릴러라고 하는데요. 신학과 스릴러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가 있을까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걸까요? 종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요? 처음 만나보는 독특한 장르, 신학 스릴러 장편소설. 단요 작가의 소설이기에 한 번 기대해 봅니다.
철학을 공부하다가 도박에 빠져서 많은 빚과 신용불량의 흔적만 남은 우혁. 그는 어린 시절의 놀라운 경험에서 아직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듯하네요. 폭우로 인해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서 죽음의 순간을 만났던 그날의 순간을 말이죠. 한 아이의 능력으로 죽음에서 되살아난 그 경험, 누군가는 부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바로 그것..!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임시 강사로 꾸역꾸역 다니던 친한 형의 학원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새천년파의 교주였던,, 세상 멸망을 예견했던,, 세상을 위해서는 그를 죽여야 한다며 추격하는 이들을 피해 다니는,, 하는 일마다 성공만 하는 조강현에게 붙들려 능력을 갈취당하고 있던,,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이도유라고 하는데요. 바로 그가 재림 예수라고 하네요. 한국에 나타난 기적..!
그의 행적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그를 쫓는 이들의 진짜 정체와 목적은 무엇일까요? 무한한 사랑을 행하는 것이 종교의 최고 목표가 아니었나 싶은데,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이네요. 세상을 구하기 위한다는 핑계 안에서 말이죠. 자선을 베풀기 위해 그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세상의 종말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서고 있으니 말이죠. 그렇다면, 오래전에 우연히 만난 그를 통해 부활을 경험한 우혁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아니, 그들의 재회는 우연이 아닌 계획이었을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들의 답을 찾아야만 하는 이야기.. 바로 그런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신학과 철학,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처럼 주고받는 주인공들의 대화는 사실 조금은 버겁더라고요. 불쑥 튀어나오는 낯선 단어들과 맥락을 따라갈 수 없는 대화는 집중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함께 긴장하면서 사건들 사이를 헤매는 스릴러를 원하셨다면 살짝 기대감을 내려놓으셔야 할 듯해요. 엑소시즘과 악마 천사가 나오는 그런 스릴러라고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종교와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합리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게 만드네요. 신학 스릴러..! 궁금합니다. 과연 많은 분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 말이죠. 그리고 바로 당신에게도..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