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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조예은의 세 번째 소설집 치즈 이야기는 여름이라는 계절의 끈적한 감각, 그리고 일상의 뒤편에 웅크린 잔혹한 환상들을 촘촘히 엮어낸 작품이다. 표제작 치즈 이야기부터 독자는 차가운 바닥 위에 놓인 치즈처럼, 부패와 숙성 사이 어딘가의 경계에 놓인 감정과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맛이라는 문장이 소설집 전체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불쾌하고 낯설면서도 끈덕지게 매혹적이다. 보증금 돌려받기는 주거 불안이라는 현실적인 공포 위에 도시의 섬뜩한 존재들을 겹쳐낸다.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되는 희생과 왜곡된 애정을 폭로하며, 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반쪽 머리의 천사와 소라는 영원히는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묻고, 두번째 해연과 안락의 섬은 기억과 존재, 사랑의 지속 가능성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조예은은 언제나 장르적 상상력을 현실의 아픔과 접붙이는 데 능하다. 그녀의 인물들은 절망 속에서도 묘하게 사랑스럽고, 무너져가는 세계 안에서도 끝내 자신을 재구성한다. 상처 입고, 썩어가며, 그러나 결코 정체되지 않는 존재들. 그것이 그녀가 말하는 ‘치즈’다.
치즈 이야기는 조예은 특유의 잔혹동화 같은 세계관 속에서도,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스며 있는 감정과 기억을 포착하는 예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집이다. 여름의 습기처럼 끈적이지만, 한 편 한 편을 다 읽고 나면 오히려 속이 시원해지는 기묘한 체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