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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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의 세 번째 소설집  치즈 이야기는 여름이라는 계절의 끈적한 감각, 그리고 일상의 뒤편에 웅크린 잔혹한 환상들을 촘촘히 엮어낸 작품이다. 표제작 치즈 이야기부터 독자는 차가운 바닥 위에 놓인 치즈처럼, 부패와 숙성 사이 어딘가의 경계에 놓인 감정과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맛이라는 문장이 소설집 전체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불쾌하고 낯설면서도 끈덕지게 매혹적이다. 보증금 돌려받기는 주거 불안이라는 현실적인 공포 위에 도시의 섬뜩한 존재들을 겹쳐낸다.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되는 희생과 왜곡된 애정을 폭로하며, 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반쪽 머리의 천사와 소라는 영원히는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묻고, 두번째 해연과 안락의 섬은 기억과 존재, 사랑의 지속 가능성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조예은은 언제나 장르적 상상력을 현실의 아픔과 접붙이는 데 능하다. 그녀의 인물들은 절망 속에서도 묘하게 사랑스럽고, 무너져가는 세계 안에서도 끝내 자신을 재구성한다. 상처 입고, 썩어가며, 그러나 결코 정체되지 않는 존재들. 그것이 그녀가 말하는 ‘치즈’다.


치즈 이야기는 조예은 특유의 잔혹동화 같은 세계관 속에서도,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스며 있는 감정과 기억을 포착하는 예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집이다. 여름의 습기처럼 끈적이지만, 한 편 한 편을 다 읽고 나면 오히려 속이 시원해지는 기묘한 체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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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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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폭력성, 그리고 해방에 관한 치열한 문학적 탐구다. 이 소설은 '영혜'라는 한 여성이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세 인물(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흥미롭게도 주인공 영혜는 단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직접 내지 않으며, 주변 인물들의 서술을 통해서만 그녀의 내면과 변화가 드러난다.


육식을 거부한다는 단순한 선택은, 가족 안에 깊숙이 뿌리내린 가부장제와 폭력,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대한 저항으로 확장된다. 영혜는 끝내 자신이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모든 동물성과 인간성을 벗어던지려 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더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이 아니라, 상처입은 존재로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식물적 존재로 이행하고자 한다.


한강은 이 불편하고도 고요한 탈주의 여정을 섬세하고도 냉정한 문체로 그려낸다.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통받는 존재를 통해, 인간이 과연 내면의 폭력성을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책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이나 극적인 감정 유도 없이,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채식주의자"는 문학이 인간을 어떻게 직면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직면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작품이다. 인간성과 문명, 그리고 삶의 경계에 대해 사유하는 이 시대의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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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1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1
홍끼 지음 / 다산코믹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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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1은 인류 최초의 신화로 불리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만화책이다.


기존에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전달함으로써, 누구나 부담 없이 신화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웹툰 연재 당시부터 높은 조회수와 호평을 받아온 만큼, 작품의 완성도와 대중성은 이미 입증되었다. 


이 책은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인간은 누가 만들었을까?’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신화적 해답을 에피소드에 녹여내며 독자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 1권에서는 바다의 여신 남무, 하늘의 신 안, 땅의 여신 키를 비롯해 엔키, 엔릴, 닌후르쌍 등 여섯 신의 탄생과 그들의 역할이 펼쳐지며, 인간의 창조와 신들의 갈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학문적인 설명이 아닌, 이야기와 이미지 중심의 접근으로 신화의 매력을 전하며, 문화적 기반으로서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이후 다른 문명과 예술에 끼친 영향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신화를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온 이들에게 이 책은 최고의 입문서이자 흥미로운 교양서로, 고대 신화의 세계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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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1 : 역사의 트라우마) - 전3권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노랑무늬영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1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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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그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광주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단순히 역사적 사실로 다루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통과 상처를 심도 깊게 탐구한다. 주인공 동호는 중학생으로서 시위 중 친구를 잃고,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수습하며 죽음을 목격한다. 그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혼란과 고통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강은 이 소설을 통해 죽음의 잔혹함과 그것이 남긴 트라우마를 묘사하며, 당시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 기억이 남긴 상처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한강의 문장은 묵직하고 시적인 힘을 지니며, 그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독자는 그 진심 어린 문장들 속에서 당시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그들이 겪었던 비극을 기억해야 할 이유를 되새기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적 고백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상처의 치유에 대해 깊이 묻는 소설이다. "소년이 온다"는 그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그 기억이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있음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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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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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2형식이다"는 기획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존의 복잡한 기획 논리를 벗어나, 주어와 보어로 이루어진 '2형식 문장'의 단순한 구조에서 기획의 본질을 탐구한다. 즉, 기획이란 'A는 B다'라는 명확한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기획의 방향성과 목적이 분명해진다고 주장한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획을 어렵고 거창한 작업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념으로 풀어낸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을 방대한 자료 조사와 복잡한 전략 수립으로 생각하는데, 저자는 이를 단순한 문장 구조로 정리함으로써 기획의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특히 기획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또한, 저자는 실용적인 사례와 예시를 풍부하게 제공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기업의 브랜딩 전략, 제품 기획, 마케팅 캠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2형식 기획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문장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좋은 기획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이 모든 기획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의 본질을 명확히 정의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나 세부 전략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기획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하지만, 이미 기획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기본적인 내용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은 2형식이다"는 기획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유익한 책이다. 기획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정의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인 기획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기획의 본질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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