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명관 작가가 장편소설 『고래』 이후 10년 만에 신작 아코디언으로 돌아왔습니다. 2023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가 특유의 거대한 서사가 이번에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맹렬하게 펼쳐집니다.


소설은 피난길에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년 '동이'의 척박한 생존기를 따라갑니다.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아이들은 양 목사의 위선과 착취 아래 깡통을 들고 앵벌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냅니다. 그 참혹한 절망 속에서 동이는 낡고 붉은 아코디언을 만나 거리의 악사로 거듭납니다. 앞을 못 보는 맑은 목소리의 연이, 비상한 두뇌의 거북이 등 저마다 결핍을 안고 있는 거리의 아이들은 폭력 앞에서도 기어코 서로를 구하기 위해 연대합니다.


이 작품은 비극적인 폐허 속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는 눈부신 생의 합주를 그려냅니다. 가혹한 현실과 매질 속에서도 아코디언과 유행가 선율에 기대어 자기 삶의 리듬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서사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잔혹한 사냥꾼 육손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후반부는 속도감 넘치는 하드보일드 특유의 쾌감과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역사에 굵직하게 기록되지 않은 가장 낮은 곳의 아이들이 벼랑 끝에서 빚어내는 뜨겁고 구슬픈 앙상블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비루한 삶의 밑바닥에서도 찬란한 인간의 생명력을 포착해 내는 압도적인 서사를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사의 시간 AI로 다시 쓰다 - 1시간의 일을 1분 만에 끝내는 마법의 도구
에듀윌 AI 교육 연구소 지음, 황영준 외 편저 / 에듀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 학기 말마다 세특과 행특 작성으로 막막했는데, AI 비서의 도움을 받는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니 든든합니다. 절약된 시간을 교육이라는 본질에 쏟을 수 있게 해줄 거라 확신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몬드 의 작가 손원평이 5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아래에서 서서히 마모되어 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서늘하게 포착해 낸 작품입니다. 문화센터, 최고급 호텔, SNS 공간 등 동시대의 일상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한 10편의 단편들은 돈이 인간관계와 선택, 심지어 꿈의 크기까지 결정짓는 냉혹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표제작의 제목이기도 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라는 문장은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이 말은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스템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낙오시키는 행위를 교묘하게 정당화하는 현대인들의 미숙한 변명에 가깝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악인이 아닙니다. 그저 생존을 위해, 혹은 더 나은 계급으로 올라서기 위해 발버둥 치는 보통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타인의 미래를 빼앗거나,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SNS에 편집된 허상을 올리며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깁니다. 악의는 없었으나 누구도 온전히 결백할 수 없는 이 모순적인 비극은 책을 읽는 내내 묵직한 부채감을 안깁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인물들을 단순히 냉소하거나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한때 희망이었으나 이제는 빚이 되어버린 꿈의 잔해 속에서도, 폭우로 침몰하는 도시를 바라보면서도 끝내 인간다움의 흔적을 붙잡으려는 미세한 떨림을 함께 응시합니다.


이 책은 "우리는 과연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무심코 뱉은 말들이 타인의 하루를 어떻게 무너뜨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거울 같은 소설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고 보면 헌법 - 알고 나면 보이는 사회 속 헌법 이야기 온 세상이 교과서 시리즈 11
전국사회교사모임 외 지음, 박은선 감수 / 해냄에듀(단행본)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게 만드는 구성이 돋보입니다. 헌법이라는 든든한 방패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배우고, 공존의 가치를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고 싶은 모든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완서 작가의 타계 15주기를 맞아 출간된 단편선 쥬디 할머니는 2026년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서늘하고도 뜨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31명의 후배 작가들이 고심하여 고른 10편의 작품은, 우리가 박완서라는 거대한 이름을 왜 끊임없이 다시 읽어야 하는지를 증명해 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지극히 속물적이면서도 끈질기게 삶을 부지합니다. 겉으로는 안온해 보이지만 속으로 흔들리는 쥬디 할머니나, 기품 있는 노년을 꿈꾸다 손자 육아라는 현실에 내던져진 '맹범 씨'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중산층의 허영과 셈 빠른 이기심을 날카롭게 해부하면서도, 그 밑바닥에 깔린 인간적인 비애와 생명력을 놓치지 않습니다.


특히 표제작 쥬디 할머니에서 보여주는 반전이나, 도둑맞은 가난이 꿰뚫어 본 계급 간의 몰이해는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부유층이 가난마저 '체험'의 영역으로 앗아가려 할 때 느껴지는 그 불쾌한 감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비로소 나는 내 아픔을 정직하게 받아들였다는 문장처럼, 작가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듭니다. 전쟁의 상흔부터 고부 갈등, 자식을 잃은 참척의 고통까지, 그가 길어 올린 문장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20세기의 풍속화를 넘어 영원히 고쳐 읽고 싶은 이 소설집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인간의 모질고도 질긴 본연의 얼굴을 마주하게 하는 귀한 선물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