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 닫기 10분 전 급한 마음에 서가를 훑어내리다 그냥 문득 눈에 띄어 빌린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들이 모두 유죄라면 난 대체 얼마나 범죄자인거냐 비아냥대며 읽기 시작. 산문집이라기엔 줄갈이가 지나치고 에세이라 써놨지만 사실 거의가 노희경 드라마 독백처럼 읽힌다. 엄청난 감동이나 통찰을 바라고 읽는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는, 고약할 정도로 진부한 잡문들이나 “희망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말할 가치가 없다”고 딱잘라 선언하는 이 사람의 태도는 인상에 깊이 남는다.그리고 나문희랑 윤여정이 더 좋아짐 ㅠ
에구.. ㅠ 인터넷 독자들이 뒤부아 소설중 최고재미로 꼽기에 나도 한 번 읽어보자!! 하고 읽기 시작했으나 이렇게 의무적으로 페이지 넘기는 소설은 정녕 오랜만이다 싶을 정도로 감흥이 안 생김. 작가가 중요한 장치로 여긴 자살 가족력과 조력자살이 너무 올드하게 느껴짐 ㅠ 개인적으로 프랑스 작가의 가장 큰 덕목으로 빈정거림을 뽑고 싶은데 어째 뒤부아가 구사하는 사캐즘은 과하다는 생각만 들고 웃음이 안 나와. 휴~마니티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듯…?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서 도저히 들고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와중 발견한 경쾌한 에디션! 그 뚱뚱한 양장본이 이렇게 작고 얇은 책이 될 수 있다니 조판의 신비, 판형의 마법이다.손택의 통찰과 생각의 스타일에서 불후의 매력을 느낀다… 특히나 “이성애 성향의 남자는 절대로 동성애 성향의 남자만큼 호색하기 힘들어요. 어쨌든 여자들을 대해야 하니까요.” >이 한마디에서 퀴어이론을 뛰어넘는 어떤 ‘진리‘를 느껴버림.. .
가끔 이런 활동가의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해이해진 정신에 투쟁의 경종을 울리는… 저이처럼 몸에 신나 붓고 공권력 앞에 1열을 도맡아 싸우진 못하더라도, 투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그들을 지원/지지하는 편에 서야겠다는 새삼스런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규식이 탈시설 후 배움ㅡ사회적 관계 맺기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 “집에 가서 쉬는 사람에게 밤늦게 오랫동안 전화하면 민폐라는 것도, 예쁜 교사가 새로 오면 좋아서 은근히 스킨십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굉장히 유감스러웠다. 추행과 민폐를 동일선상에 놓는 게, 문제의 차원이 전연 다른 일을 같은 수준처럼 서술하는 게 너무 놀랍다. 이런 문장은 편집부에서 검열 좀 했으면…. 오늘도 교차성… 이라는 말을 읊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