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 시나 수필 같은 타 장르와의 차별점을 갖는 지점은 단연 ‘재미‘다. 소설은, ‘이야기‘는, 깨달음 내지는 반성 같은 고결한 어떤 것 보다 일단 재미를 우선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새의 선물>은 소설의 그러한 기능에 아주 충실하다. 해학적인 문체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며 인간의 말초신경을 짜릿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로 꽉 차있다.

작품 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새의 선물>은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으로 당시 문단에 꽤 커다란 파문을 일게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이 세상 밖에 나왔을 때 나는 응애조차 아닌 -1살이었으므로 90년대 문단 분위기에 대해 알 턱이 없다. 하여 왜때문에 이 작품이 그렇게 센세이셔널 했는지 잘 모르지만, 개인적인 소회로 추측해보자면 통속소설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느낌때문이 아닐까? 지금에야 한국 문단에 천명관 같은 작가들이 꽤 포진해 있지만 당대에는 나름 파격적인 작풍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부 근거 없는 추측이지만..ㅎ)


소설은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고 당돌한 고백을 하는 주인공 진희가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60년대를 반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진희의 냉소적인 시각으로 묘사되는 60년대 소읍 정경이 진짜 너무 웃기고 ㅋㅋ가차없다.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열두 살에 이미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끝낸 진희의 독백 한마디 한마디가 곧 잠언이 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받아 적을 말이 한 두개가 아님)
‘백 살 먹은 노인도 하기 힘든 생각들을 늘어놓는 열두 살‘ 이라는 설정이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을만큼 진희는 너무 조숙하다.(사실 ‘조숙‘이라는 단어도 진희를 설명하는 문장에 쓰기엔 너무 밀도가 낮다)
누가 이 독후감을 구구절절 읽겠냐만은 혹여 읽을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기에 책 내용에 대한 서술은 여기서 그만 두고,,,,


1960년대의 벼랑 끝에서 70년대로 넘어가는 특정한 시기를 충실히 묘사한 세태소설임에도 <새의 선물>이 2018년에 무리 없이(오히려 더 재밌게) 읽히는 것은, 우리가 삶의 ‘연한 속살‘이라 일컫는 부분들의 불변성 때문이리라.


무어라 더 쓰고 싶은 말들이 맘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듯하지만 관둔다. 더이상 의미를 찾지 말자. 그게 <새의 선물>을 제대로 읽은 사람으로서 이행해야할 딱 한 가지 도리다. 책 읽으면 기어코 거기서 의미를 도출해내려고 마음에 불을 켜고 생각을 헤집는 것도 나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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