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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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뻐근해지는 동화책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을땐 그냥 목이 메였는데 부록으로 딸린 한강의 강연 원고를 읽으면서 주룩주룩 울었다
한강의 이야기가 특별히 더 슬펐던 게 아니다
그냥 문장을 눈으로 따라가는데 자꾸 사자왕 형제와 닝기열라를 떠난 사람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터졌다
눈물샘이 한박자 늦는건가

어릴때의 나는 비룡소 클래식 전집을 사랑했다
지금은 두꺼운 책 팔아파서 싫어하는데 그때는 두꺼운 책이 마냥 좋았다. 더 오래 많이 읽을 수 있으니까.
특히 <하이디>와 <피터팬>을 좋아해서 몇번이고 학교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던 기억이 난다
하이디는 스위스 산골짝에서의 일상 묘사가 너무 예쁘고 행복해보여서 좋아했고(치즈바른 빵 정말 먹고 싶었다) 피터팬은 모험과 환상의 나라를 펼쳐줘서 좋아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그 둘을 합친 이야기다
난 이제 한달 뒤 스물 셋인지라 열살 무렵만큼 환상과 모험에 깊게 몰입할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초반엔 걍 애들 읽으면 좋아할 이야기네~ 하면서 설렁설렁 읽었는데 점점 이건 어른의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그저 그런 동화책들과 분리해내는 지점은 사자왕 형제의 본질적 성품이다
보통 아동문학 주인공들은 권선징악 정신이 뚜렷한데, 사자왕 형제들은 자신들을 죽이려 했던 악인의 죽음을 한없이 슬퍼하고 심지어는 살려주기까지 한다. 거진 석가의 환생..

왜냐면 요나탄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유를 위해 싸우지만 누구의 생명도 빼앗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런 그를 향해 오르바르는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만 있다면 죄악은 영영 사라지지 못할 거다” 라 말하지만 이어지는 칼의 말대로 “모든 사람이 요나탄과 같다면 죄악따위는 아예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사자왕 형제의 입에선 사람답게 살지 않으면 쓰레기나 다름 없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자명해서 맘에 든다
나는 아무래도 쓰레기 쪽에 더 가까운 거 같아서 조금 찔리지만 ㅠ

아이들 책 답지 않게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문을 닫는 이야기이나 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물론 어른도!)

그런데 난 죽으면 낭기열라 생략하고 바로 낭길리마에 가고 싶은데
그건 내가 어른이라 그렇겠지.. ㅎㅎ
씁쓸.. 23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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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0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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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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