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무 슬픔
멀리사 브로더 지음, 김지현 옮김 / 플레이타임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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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분명히 에듀윌에서 한국어 검정시험 mp3 파일 받으려고 노트북 켰는데 에듀윌은 들어가보지도 않고 블로그 직행함 ㅋ ㅋ

근데 책 읽고 너무 오랜 시간 지나면 리뷰를 쓸라해도 쓸 말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지금 써야댐ㅋ 그래서 그런거임 ㅋ

큼큼.. 아무튼 이 책은 얼마전 삼요소에서 구매한 책. 갈때마다 한 권씩 꼭 사게 되는 마성의 삼요소^^ 가히 성심당 다음가는 대전의 명소로 뽑아봅니다(사장님 혹시 보고 계세요?..)

매대 구경하다 예사롭지 않은 제목에 이끌려 집었는데, 운명적으로 <안녕, 내 가슴 속 공포랑 인사해> 챕터가 펼쳐졌다.
안녕, 내 가슴 속 공포랑 인사해.
이 문장이 너무 좋았다. 어쩌면 ‘비정상‘이라고 재단될 수 있는데, 그래서 더 상처 입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내면의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의 사랑스러운 인사,,ㅎㅎ


나는 <별것도 아닌 걸로 쓸쓸해지기 선수권 대회> 같은게 있다면 온갖 상을 휩쓸어 올 자신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자신의 사적인 우울에 대해 늘어놓는 이 에세이가 맘에 들 수 밖에 없었다.

아무 날도 아닌 그냥 그런 저녁, 횡단보도를 건너다 가슴이 찢어질 거 같이 외로워서 주저앉아 울고 싶었던 적이 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음) 내 맞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이 아직 파란불도 되지 않았는데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힘차게, 숨을 헐떡이며, 똑바로 앞만 쳐다보면서, 순식간에, 내 옆을 약 10m/sec의 속도로(물론 일방적인 나의 체감임ㅋ), 지나쳐갔다.
근데 그 순간 그게 너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눈물을 찔끔 찔끔 흘리며 집을 향해 터덜 터덜 걷는데, 문득 나 자신의 센티멘털리즘에 혐오를 느꼈다. 이따위 싸구려 감상주의에 주기적으로 빠져서 허우적대는 스스로가 참 별로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이건 유리멘탈 조차 못되고 걍 멘탈이 없는 수준이라고 ㅋㅋ ㅋ,,
사실 나는 공식적인 진단만 안받았을 뿐이지, 저자 처럼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신상태인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뭐 현대인 중에 안그런 사람이 있나 싶기도 하고. 차이점은 병원을 내방했느냐 안했느냐 뿐일듯.

어쨌든,
이건 정말 진솔하고 웃기고 우울하고 귀여운 에세이다. 자기의 욕망(주로 섹슈얼한)과 슬픔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는 저자가 대단하고 또 부럽다. 그는 이미 자기만의 슬픔의 언어를 가졌다.

여성의 글쓰기는, 특히 여성의 슬픔에 대한 글쓰기는 사회로부터 너무 자주 정제될 것을 요구받는다. 나혜석과 전혜린이 남성주류 문단에서 어떤 식으로 폄훼되었고 무시당했는지, 읽고 쓰는 여자들은 어떻게 ‘문학소녀‘가, ‘여류작가‘가 되었는지 이제 나는 안다. 우리는 모두 개성을 가진 개인들로서 저마다 독특하게 슬프고 특별하게 욕망한다. 그런 개인을 ‘여성‘으로 뭉뚱그려 재단할때 우리에겐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사실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발견하고표현할 수 있는 건 엄청난 정신적 위업인건데..ㅇㅅㅇ


근데 이제 그만 역자 김지현씨의 후기를 옮겨 적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공부하러 가야겠다 ㅠ,,


‘여성-정병러‘만이 줄 수 있는 위안이 있었다. 슬퍼도 괜찮다는 것. 슬픔을 말해도 괜찮고, 슬픔을 글로 써도 괜찮다는 것. 세상은 슬픈 여자들에게 대체로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고 참고 또 참으며 거울 속의 자신과 대화하는 캔디가 되는 선택지와 슬픔 속에서 목소리를 잃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 공주가 되는 선택지. 그 둘 중 하나로 떠밀리지 않기 위해, 우리 슬픈 여자들은 자신의 슬픔을 설명할 단어를 찾아 목소리를 내고 또 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슬플 뿐만 아니라 미친 여자들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럼으로써만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면. 각기 무수히 다른 종류와 색채와 방향의 슬픔을 가진 개인들로서 자기만의 존엄한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면.



삶은 결국 다 슬프지만, 그래도 우리가 키스할 수는 있잖아.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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