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1 - 치명적인 남자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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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우리의 연애 세포를 자극할 ‘나쁜 남자’가 나타났다, [애프터]

 

클리셰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수많은 작품에서 되풀이되는 만큼 혹 진부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만큼 오랜 세월을 거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교감을 자아내는 것이 바로 클리셰의 힘이다. 자고로 지구상의 많은 여자들은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껴왔다.

 

이 소설, [애프터]에도 그런, 치명적인 매력의 나쁜 남자가 등장한다. 바로 야성미가 넘치는 하딘이다. 바른 생활 소녀로 학창시절을 거쳐 대학마저 엄마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입학하게 된 주인공 테레사는 한 살 아래의 남자친구 노아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한 치의 의심 없이 사랑이라 믿어왔다. 적어도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하딘을 만나기까지는.

소설은 짙은 농도로 둘의 아슬아슬함을 그려낸다. 노골적인 묘사는 능글맞은 하딘과 순진한 테레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권태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아가 주는 안정감보다, 자극적인 하딘과의 만남에 점점 더 마음을 빼앗기는 테레사. 잠은 자도 누군가와 사귀지는 않겠다는, 가치관에 따라 뭇 여자의 뺨을 맞아도 시원치 않을(?)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하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레사가 머리에서 떨쳐내지 못할 정도로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수많은 섬세한 대화문과 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 특히 테레사의 심리 묘사가 하딘이라는 캐릭터를 당당히 마성의 남자로 등극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명불허전, 세계 최대 커뮤니티 왓패드에서 15억 뷰를 기록했다는 대기록을 세운 책인 만큼 아찔한 멜로 로맨스 묘사가 탁월하다. 기어코 천하의 바람둥이 하딘에게 사랑한다는 절절한 외침을 받아낸 우리의 주인공 테레사! 그녀가 2권에서는 과연 어떤 사랑의 행방을 보일지 궁금하다. 제목의 After는 소설의 끝에서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지도 꽤나 귀추가 주목된다. 나쁜 남자와 만나버린 착한 여자의 불꽃같은 격정 로맨스. 깊어지는 가을에 우리의 연애세포를 일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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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2 : TAIPEI ㅣ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로우 프레스 편집부 지음 / 로우프레스(부엌매거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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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닮은 도시의 푸르른 이야기, [나우매거진 대만]

 

부끄럽게도 대만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다. 일본 유학 시절, 같은 기숙사에도 대만 친구들이 있었고 같은 반 바로 옆자리에 나름 친했던 대만 여자애가 있었지만 그때는 그저 중국어를 쓰는 또 다른 나라, 거기까지의 인식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얼마 전부터 나는 대만 자유 여행을 목표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나라의 여러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기본적인 특징을 차치하고, 이 책, [나우매거진 대만]은 좀 특이하다. 화보집인양 대만의 여러 예쁜 풍경들이 차곡히 담겨 있는가 하면 지극히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히 펼쳐진다. 여행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만이란 나라의 여러 잡다한 지식을 전해주며, 읽고 있자면 아, 가보고 싶어진다, 고 불현 듯 생각하게 된다. 고고하게 떠다니는 백조의 발이 실은 수면 밑에서 부단히 움직이듯, 그렇게 차분함 속에 뜨거운 변화와 열정이 담긴 곳이 그러고 보면 대만이며, 수도인 타이페이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화를 이뤘다는, 우리와 제법 비슷한 역사를 지닌 그들은 그 복잡한 역사 속에 다양성을 꽃피워 왔다.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교차하는 도시의 전경들을 사진으로 보고 글로 읽다보면 무채색인 듯 했던 그들의 삶에서 어느덧 원색이 배어나오는 것을 느낀다. 책은 다양한 시선에서 대만을 바라보고 조명한다. 특히 오토바이의 천국이라 불린다는 대만에서 애용되는 스마트 스쿠터 고고로 이야기는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대만 정부의 방향성과 맞물려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또한 책속의 책인 Book Scenary는 침체된 지 오래인 국내 출판계의 타개책을 넌지시 제시하는 듯도 하다. LGBT 문화에 대한 솔직하고 뚜렷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허샹, 왕톈밍 부부의 인터뷰는 자못 귀하게 느껴진다.

 

편집부에서 준비한 타이페이의 키워드, Keep Taipei Free를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자유를 이야기하던 대만 국적의 한 셀러브리티도 떠올렸다.

올컬러로 꽉꽉 채운 289페이지를 정신없이 넘기고 나니 마치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 좋은 피로함마저 느껴진다. 그냥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마치 대만의 어느 저잣거리에서 수 십년 터를 잡고 장사를 해온,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와 밤새워 이 나라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대만을 알고 싶다면 꼭 이 [나우매거진 타이페이]를 읽어보자. 아니, 별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은 들춰보자.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낯선 이국의 정취가 당신을 진하게 매혹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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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뿍이의 종이구관 - 종이인형보다 더 재미있는 종이구체관절인형 ㅣ 예뿍이의 종이구관 1
예뿍 지음 / 우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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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뻐져서 돌아온 추억의 종이인형, [예뿍이의 종이구관]

 

어렸을 적 심심하면 무작정 옆집으로 놀러갔다. 그냥 간 것이 아니라 꼭 문구점에 들러 종이인형을 한 장 사가지고 갔다. 정성껏 오리고 있자면 어느덧 학원 갔던 언니가 돌아왔고, 그러면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둘이 신나게 인형 놀이를 하고는 했다.

몇 년 전인가, 옛 추억에 젖은 네티즌들이 옛날에 하던 놀이거리를 모아 게시물로 작성해 올려놓은 것을 보았다. 그 중에 종이인형을 발견하고 내심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이 [예뿍이의 종이구관]은 종이인형보다 좀 더 발전한 형태인 ‘종이구관’이 실려 있다, 종이구관은 구체관절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껏해야 옷만 갈아입힐 수 있었던 기존의 종이인형과 달리 옷은 물론, 가발과 신발까지 자유롭게 갈아입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린이 그림책과 동화책 작업을 주로 해왔다는 저자의 그림은 다소 투박한데, 그렇기에 더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4계절 코디와 함께 잠옷, 스쿨룩, 아이돌룩이라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실려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옷, 가발, 신발 등 오려낸 종이들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는 귀여운 보관지갑과 감성이 물씬 묻어나오는 배경도 수록되어 있는 등 저자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이렇게 종이인형을 가지고 신나게 놀려면 이 책과 함께 가위와 투명 테이프가 별도로 필요하며, 더 오래, 깔끔하게 보관하고 싶다면 저자의 말처럼 손코팅지를 활용해도 좋다.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볼거리가 많으니 시간을 내어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와 함께 해보고 싶은 사람도, 손이 심심해서 놀 거리가 필요하거나 바쁜 일상에서 좀 멀어져 무언가에 정신없이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끝으로, 덕분에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독자로서 앞으로도 이 책이 시리즈물로 나와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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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옷
사토 야스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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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청춘의 세 가지 색(色), [황금옷]

 

청춘은 역동적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강렬하게 이중성을 내보이는 이 시기를, 그렇기에 많은 예술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명하고, 그려내고 또 써냈다. 여기, 청춘을 흘러가는 삶의 한 단편처럼 차분히 조명한 세 편의 작품을 모은 책이 있다. 바로 일본 작가 사토 야스시의 작품 모음집 [황금옷]이다.

 

‘황금옷’에서 주인공 요시오는 ‘우리에게 황금옷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키의 말을 떠올린다. “헤엄치고 취하고, 헤엄치고 취하고.” 아키의 이 말은 절묘하게도 물결에 흔들리듯 술렁이는 청춘을 대변한다. ‘황금옷’ 뿐만 아니라 ‘여름을 쏘다’, ‘오버더펜스’에도 불안 불안한 그들의 목소리가 곳곳에 드러난다. 일본 특유의 담담하고도 절제된 문체로 저자는 그렇게 시퍼런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여름을 쏘다’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준이치의 병실에서의 여름을 그린다. 또 ‘오버더펜스’는 비교적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배우 오다기리 죠와 아오이 유우가 출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2017년에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특히 ‘오버더펜스’는 이 [황금옷]에 실린 세 작품 중 가장 사랑의 색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시라이와와 사토시는 둘 다 사랑에 아픔을 지닌 상태로 서로를 만나 각자의 일상에 의도치 않은 균열을 일으킨다. 마지막 문장에서 시라이와는 사랑하는 사토시와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리며 배트를 힘껏 휘둘렀고, 저자는 우리의 상상에 맡기며 끝을 흐렸지만, 아마도 그건 작품 제목인 ‘오버더펜스’처럼 펜스를 넘어 멀리멀리 아치를 그린 멋진 장외 홈런이었을 것이다. 미로 같던 시간을 넘어 결국은 그렇게 청춘이 쏘아졌을 것이다.

 

다섯 작품이나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을 받지 못한 채, 마지막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기고 스스로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한 저자가 쓴 세 작품의 제목, ‘오버더펜스’, ‘황금옷’, ‘여름을 쏘다’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의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자는 돌고 돌아 ‘황금옷’을 입고 ‘펜스’를 넘어 ‘여름을 쏘고’ 싶은 청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우리도, 물 건너 이웃 나라의 그들도, 결국 청춘의 본질을 그렇게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의 여름이 가고 이제 제법 코끝까지 서늘함이 차오른다.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하며, 제법 여름을 닮은 청춘의 색(色)을 그려보는 독서의 시간을, 나름 의미 있는 초가을 나날들의 소일거리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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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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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는 당연함으로, [사랑하는 습관]

 

“사랑도 습관이야.” 이 말을 드라마에서 어느 배우가 들려주었던 것인지, 아니면 가까운 지인 중 한 명이 건네었던 것인지, 어쨌든 간에 내 머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하다’라는 말은 엄연한 동사(動詞)인 만큼 ‘먹는 습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처럼, ‘습관’이라는 말 앞에 붙는 것도 문법상으로는 전혀 어색할 이유가 없다.

 

2007년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 소설 중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선 [사랑하는 습관]이 출간되었다. 책 제목과 동일한 단편 ‘사랑하는 습관’ 외에 ‘그 여자’, ‘동굴을 지나서’, ‘즐거움’, ‘스탈린이 죽은 날’, ‘와인’, ‘그 남자’, ‘다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 등 총 아홉 개의 잔잔하면서도 담담한 정서가 깔린 작품들이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사랑하는 습관’에서 주인공 조지는 연극계의 명사로 사회적인 지위와 적당한 부를 지녔지만 항상 사랑을 찾고 있다. 그는 몰랐지만 습관처럼 사랑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난봉꾼’이라 칭할 만큼 여러 여자를 만나고 끊임없이 사랑의 감정을 교감할 누군가를 찾아 헤매었다. 젊고 매력적인 새 부인과 남 보기에 전혀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남몰래 외로워하던 조지에게, 새 부인 보비는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날 이제 사랑 같은 것, 그런 것 할 시간이 없다며 체념인 듯, 결심인 듯 말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조지는 심장이 부풀고 눈에 피가 차오르는 듯한 괴로움을 느낀다. 그는 이미 지독하게도 사랑이 단단히 습관이 되어버렸으므로.

이 ‘사랑하는 습관’ 외에도 실린 단편들은 모두 노동당 등 그 시대 사회상을 반영한 주인공들의 생활이 녹아있다. 1950년대 초반 영국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도 독자에게는 적지 않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덧붙임 하나. 불현듯 원제가 궁금해져 찾아보았다. ‘The Habit of Loving’. 기대와 달리(?) 한국어 제목인 ‘사랑하는 습관’은 사뭇 충실한 번역이었다.

덧붙임 둘. 책의 단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랑하는 습관’의 주인공 조지는, 아마 그럴 것 같다. 삶이 다할 때까지 보비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를 그렇게 쭉 끊임없이 사랑했을 것 같다. 알다시피 습관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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