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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옷
사토 야스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위태로운 청춘의 세 가지 색(色), [황금옷]
청춘은 역동적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강렬하게 이중성을 내보이는 이 시기를, 그렇기에 많은 예술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명하고, 그려내고 또 써냈다. 여기, 청춘을 흘러가는 삶의 한 단편처럼 차분히 조명한 세 편의 작품을 모은 책이 있다. 바로 일본 작가 사토 야스시의 작품 모음집 [황금옷]이다.
‘황금옷’에서 주인공 요시오는 ‘우리에게 황금옷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키의 말을 떠올린다. “헤엄치고 취하고, 헤엄치고 취하고.” 아키의 이 말은 절묘하게도 물결에 흔들리듯 술렁이는 청춘을 대변한다. ‘황금옷’ 뿐만 아니라 ‘여름을 쏘다’, ‘오버더펜스’에도 불안 불안한 그들의 목소리가 곳곳에 드러난다. 일본 특유의 담담하고도 절제된 문체로 저자는 그렇게 시퍼런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여름을 쏘다’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준이치의 병실에서의 여름을 그린다. 또 ‘오버더펜스’는 비교적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배우 오다기리 죠와 아오이 유우가 출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2017년에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특히 ‘오버더펜스’는 이 [황금옷]에 실린 세 작품 중 가장 사랑의 색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시라이와와 사토시는 둘 다 사랑에 아픔을 지닌 상태로 서로를 만나 각자의 일상에 의도치 않은 균열을 일으킨다. 마지막 문장에서 시라이와는 사랑하는 사토시와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리며 배트를 힘껏 휘둘렀고, 저자는 우리의 상상에 맡기며 끝을 흐렸지만, 아마도 그건 작품 제목인 ‘오버더펜스’처럼 펜스를 넘어 멀리멀리 아치를 그린 멋진 장외 홈런이었을 것이다. 미로 같던 시간을 넘어 결국은 그렇게 청춘이 쏘아졌을 것이다.
다섯 작품이나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을 받지 못한 채, 마지막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기고 스스로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한 저자가 쓴 세 작품의 제목, ‘오버더펜스’, ‘황금옷’, ‘여름을 쏘다’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의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자는 돌고 돌아 ‘황금옷’을 입고 ‘펜스’를 넘어 ‘여름을 쏘고’ 싶은 청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우리도, 물 건너 이웃 나라의 그들도, 결국 청춘의 본질을 그렇게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의 여름이 가고 이제 제법 코끝까지 서늘함이 차오른다.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하며, 제법 여름을 닮은 청춘의 색(色)을 그려보는 독서의 시간을, 나름 의미 있는 초가을 나날들의 소일거리로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