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
뤼후이 지음, 김소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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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랐던 세상의 사랑,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저자가 아닌 외국 저자의 책을 읽을 때는 첫 장을 넘기기 전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 주제에 관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고. 똑같은 주제라도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무려 국적이 다른데 아무래도 나와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란 마음에 작은 호기심이 툭툭 생겨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는 출간하는 책마다 판매 부수 100만을 넘긴다는,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에세이스트인 뤼후이가 쓴 에세이다. 8장으로 나뉘어 각각 제목을 붙였는데, 책 제목이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인 것에 맞춰서 나는 널 사랑하고 있어’, ‘낯선 이가 널 사랑하고 있어’, ‘역경이 널 사랑하고 있어등 모든 장의 제목을, 형식을 통일하여 약간 변형한 것이 흥미롭다. 저자가 장의 제목을 붙인 것처럼, 또 책의 제목처럼 사실 많은 것들이 작은 세상 속 우리를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것들이 많기에 저자는 제목에 굳이 몰래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세상에게 혹 외면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격려하고 손을 잡아주기 위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 책의 마지막 장인 8세상이 널 사랑하고 있어의 한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우물 안 개구리에 대해 언급했다.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에게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느낌들을, 저자의 언급을 통해 신선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따스하고 또 섬세하다. 이런 사람이 존재하고, 또 글을 써줘서 다른 이가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한 행운일지 모르겠다. 글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잔잔하게 나열되는 식이다.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에피소드도 에피소드지만, 그 에피소드를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아마 독자는 포근하게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흔히들 독서는 간접경험이라고들 한다. 세상의 사랑을 몰랐고 또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따스하고 다정한 글들로 작게나마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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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신흥식 역주 / 글로벌콘텐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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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배어나오는 진한 삶의 향기, [채근담]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살다가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여러 책 중에 채근담이 있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 유학자였던 홍자성이 지은 책으로,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또한 도교와 불교의 사상을 인용한 책이다. ‘사람이 항상 나무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라는 말에서 따왔다는 제목처럼 삶을 살고 대하는 자세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이 실려 있는 이 책을, 역자가 전집 225, 후집 135편으로 묶어 펴내 글로벌콘텐츠사의 [채근담]이 탄생했다. 전집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지, 어떤 삶이 제대로 된 삶인지를 말하는 삶의 경영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후집은 도교와 불교의 어록을 담고 있다. 책의 구성은 원어인 한자와 독음, 그리고 역자가 풀어낸 번역으로 깔끔하게 이루어져 있다. 또 특기할 만한 점은 군데군데 수묵의 일러스트가 본문 내용과 함께 그려져 있는 페이지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원문을 읽다가 눈을 쉬게 하고 기분 전환이 가능하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또 명불허전이라는 말도 있다. 이 책은 분명히 느리게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읽고서 곱씹어서 진가를 느껴야 할 책이다. 복잡한 인생사에 책과 함께 잠시 삶이란 큰 틀을 반추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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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일까 사랑일까
유희완 지음 / 토실이하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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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사랑의 상관관계를 묻다, [그리움일까 사랑일까]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게 빠르게 소비되고 변해가는 요즘 세상에 긴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16년 간 열애 중인 저자의 글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리움일까 사랑일까]는 연애 에세이이다. 흔히 말하는 연애 에세이의 정석을 따라 이 책 역시 저자가 겪은 사랑의 이야기를 차분히 담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다른 연애 에세이들과 다르게 남자 이야기’, ‘여자 이야기로 구성을 나누어 한 가지의 주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경험담에서 비롯되어 그렇겠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성별 특성상 남자라면’. 혹은 여자라면과연 그렇게 느낄 것 같다고 여겨지는, 남자와 여자 그대로의 문체로 적혔다. 제목에 들어있는 말처럼 책 속의 화자들은 사랑과 그리움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랑이 지나온 길이 그리움이고 지금 사랑이 놓여진 자리도 그리움이 자리한다. 보고 있지만 그래도 사무치게 그리운 것이 사랑하는 이 아니던가. 추억이 그리움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이 비록 지금의 나에게 잊혀진 시간으로 치부될지언정, 사랑의 형태를 아주 많이 닮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열쇠고리, 반지, 해바라기, 깡통 화분, 불면증 등 일견 사랑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을 법한 소재가 목차에 적혀있다고 놀라지 말길. 그런 일상에서도 우리의 그리움과, 또 그 그리움의 연장선, 혹은 축약점인 사랑이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다 읽고 나면 아무려면 어떤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리움일까, 사랑일까, 그 감정들의 상관관계는 한번 되짚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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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김재식 지음, 김혜림 그림 / 쌤앤파커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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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에 사랑이 내려앉을 때,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가벼운 사랑 에세이이다. 저자가 책의 앞머리에서 밝혔듯, 그 누구도, 심지어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글을 써왔던 저자조차도 사랑이 무엇이냐 묻는 이들에게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대신 이런 말은 할 수 있었다. 찰나에 부서지는 파도를 쉼없이 만드는 일이 우리가 사랑하는 일과 닮았다는 것. 이 말은 어쩌면 위의 물음에 대답하기 힘든, 그런 곤란함을 반증할지 모르겠다. 또 이건, 사랑을 떠나보낸 이, 사랑을 시작하는 이,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도 싶다.

여덟 개의 파트로 나뉜 이 에세이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마음이 조급해지는이들에게는 하지 않을 수 있는 실수를 하게 되고 자꾸만 악수를 두게 되지 않느냐, , 잊고 싶은 기억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잊기 위해 자꾸 그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이라며. 어쩌면 우리 모두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하지만 뇌리에서 맴돌기만 할뿐, 시원스레 나타나주지 않는 대답에 가까운 말들을 일깨워준다. 평범한 언어로 쓰였기에 울림은 더 강하다. 책 곳곳을 채우고 있는 따스한 느낌의 일러스트는 그 사랑의 기억을 더 짙게 채색한다.

편집부는 책을 시작하기 전 한 장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이 책을 선물할 때 선물 받는 이의 이름을 적도록 배려했다. , 그럼 그렇게 단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누군가에게 책장에 살짝 이름을 적어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게 애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한 날이 사랑하지 않은 날보다 더 적은 게 보통 사람들일 것이므로. 그리고 책을 받은 행운의 주인공은 이 책을 읽으며 무조건 기억을 반추하게 될 것만 같고, 그 마음에 반드시 사랑이 살포시 내려앉을 것만 같다. 봄을 향하는 겨울의 끝자락을 향한 길목에서, 바로 내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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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시라이시 가오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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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미스테리를 느껴보자,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가게를 들어가면 유독 또 다른 손님이 모여드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사람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시라이시는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몰고 다닌다. 그래서 그는 책의 제목처럼 모두에게 탐정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시체의 머리를 잘라 하치코 동상 앞에 두는, 문장만 읽어보면 괴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이 주인공은 전작에서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종결된 지 반년이 지난 시기를 배경으로, 스멀스멀 또다시 그의 주위를 맴도는 미스테리한 기운을 가득 담은 후속 소설이 발간되었다. 제목도 좀 별난, 위즈덤하우스의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이다.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는 표지의 문구처럼 반경 3미터 일상에서의 미스테리를 그린다. 이 책은, 소설에 나타나는 작가의 여러 개성 중, 특히 문체가 눈에 띈다.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과 주변 풍경과 배경 묘사가 매우 디테일하다. 글을 읽고 머릿속에 그 글을 토대로 상상해가는, 일반적인 독서 프로세스가 그래서 더 조밀하게 이뤄지는 듯하다. 일본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독자라도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일본의 어둔 밤거리를 시라이시 바로 옆에서 걷고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전작이 큰 사건 하나와 해결과정을 진득하게 그렸다면, 후속작은 프롤로그와 마지막을 빼면 총 네 개의 사건이 다뤄진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회사원임을 강조하지만 세상은, 또 운명은 시라이시를 자꾸만 사건 속으로 데려다 놓는다.

한국에는 지금껏 사설 탐정 제도가 없었지만, 최근 뉴스에 따르면 한 대학원에서 탐정을 길러내는 과정이 신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한국형 일상 미스테리 작품도 나왔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또 기대해본다. 이 작품의 다음 후속작이 나왔을 때, 여전히 주인공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탐정을 숙명처럼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여전히 자신은 일반인임을 강조하며 사건을 마주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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