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시라이시 가오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일상 속 미스테리를 느껴보자,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가게를 들어가면 유독 또 다른 손님이 모여드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사람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시라이시는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몰고 다닌다. 그래서 그는 책의 제목처럼 모두에게 탐정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시체의 머리를 잘라 하치코 동상 앞에 두는, 문장만 읽어보면 괴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이 주인공은 전작에서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종결된 지 반년이 지난 시기를 배경으로, 스멀스멀 또다시 그의 주위를 맴도는 미스테리한 기운을 가득 담은 후속 소설이 발간되었다. 제목도 좀 별난, 위즈덤하우스의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이다.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는 표지의 문구처럼 반경 3미터 일상에서의 미스테리를 그린다. 이 책은, 소설에 나타나는 작가의 여러 개성 중, 특히 문체가 눈에 띈다.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과 주변 풍경과 배경 묘사가 매우 디테일하다. 글을 읽고 머릿속에 그 글을 토대로 상상해가는, 일반적인 독서 프로세스가 그래서 더 조밀하게 이뤄지는 듯하다. 일본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독자라도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일본의 어둔 밤거리를 시라이시 바로 옆에서 걷고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전작이 큰 사건 하나와 해결과정을 진득하게 그렸다면, 후속작은 프롤로그와 마지막을 빼면 총 네 개의 사건이 다뤄진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회사원임을 강조하지만 세상은, 또 운명은 시라이시를 자꾸만 사건 속으로 데려다 놓는다.

한국에는 지금껏 사설 탐정 제도가 없었지만, 최근 뉴스에 따르면 한 대학원에서 탐정을 길러내는 과정이 신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한국형 일상 미스테리 작품도 나왔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또 기대해본다. 이 작품의 다음 후속작이 나왔을 때, 여전히 주인공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탐정을 숙명처럼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여전히 자신은 일반인임을 강조하며 사건을 마주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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