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 괜찮은 걸까?
오강섭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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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내게 방법을 알려줄래, [불안한 마음 괜찮은 걸까?]

 

불안에 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자 했다는 저자의 패기 넘친 머리말처럼, 과연 책은 불안의 원인부터 시작해 불안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현상, 실제 치료 사례, 그리고 극복을 위한 훈련 방법과 음식, 운동 등의 광범위한 목록을 300페이지가 넘는 볼륨에 꽉 채워 담고 있다.

 

불안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일단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한 경쟁으로 사회는 현대인을 몰아넣고 있으며, 기본적으로도 죽음에 대한 불안은 인간에게 일찍이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1장에서 우리와 불안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2장으로 넘어가면 불안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하지,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라고 느꼈던 사람이라면 자신이 혹시 불안 장애나 신경증처럼 남들과 차이 나게 불안도가 높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실체가 없는 적일수록 상대하기 힘들다는 세간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안이 어떤 녀석인지 감을 잡는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제대로 상대할 지점에 접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3장에서는 강박장애,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분리불안장애, 선택적 함구증, 적응장애 등과 같이 사람들을 힘겹게 하는 불안 관련 현상들을 자세하게 다룬다. 특히 요즘 들어 현대인에게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강박장애와 공황장애의 경우, 본문에 체크리스트가 제공되어 자가진단을 해볼 기회가 주어지는 점이 좋다. 그리고 4장으로 넘어가 신경해부학적으로 불안의 요인을 분석하고 나면 5장에서 몸과 마음, 행동을 지배하는 불안의 양상에 대해 최신 연구 결과와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6장에서는 불안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를, 7장에서는 훈련과 음식, 운동과 기타 전문 치료 방법 및 약물 등의 소개를 통해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을 다룬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고 많은 새로움은 동시에 낯섦으로 이어져 불안을 동반한다. 문제는 그런 불안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일상이 힘겨워지고 심하게는 우울증으로도 발전한다는 점이다. 주변과 어쩔 수 없이 단절되는 코로나 시기이기에 힘든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찾는 발길이 많아졌다는, 참 안타까운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런 전문적인 치료도 좋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우리의 의지일 것이다. 완치가 빠른 시일 내에 어렵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의 농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불안, 그리고 그렇게 불안한 매일을 힘겨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이 훌륭한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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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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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듬어주는 치료 시들의 향연, [마주보기]

 

시는 여백의 문학이다. 함축된 시어에서 읽는 이는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더듬는다. 생각을 끌어내는 짧은 글, 어쩌면 요즘 같은 혼돈의 시기에 가장 적절한 위로의 수단이자 따스한 벗일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다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대표작을 모아 국내 최초로 완역판이 출간되었다. 바로 이 책, [마주보기] 이야기이다.

 

일요일 아침의 소도시처럼 옛 기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두 아주머니를 묘사하는 등, 작은 도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시가 있는가 하면, ‘슬퍼할 용기처럼 슬픔이 소중한 생명을 갉아먹지는 않는다며 맘껏 슬퍼하라고 명료하게 조언해주는 시가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몇몇 시 중에서도 악의 기원을 하나 간단히 소개하자면, 시의 마지막 문단에는 선과 악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간결하고도 또렷하게 드러나 있다. ‘...우리의 본성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악은 고칠 수 없고, 선은 어린 시절에 죽는다.’ 본문 뒤에 이어지는 옮긴이의 글을 보면 저자 에리히 캐스트너의 삶과 그의 시가 미쳤던 영향에 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초기 번역판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신즉물주의를 대표하는 저자의 사상과 삶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대충이라도 꼭 읽어보는 편이 본문의 이해를 도우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 부제로 내건 시로 쓴 가정상비약이라는 문구를, 책 전체를 다 읽고 나면 아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라 하면 대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에 심오한 주제를 떠올려, 자칫하면 어렵게만 접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속 저자의 시는 의도적으로 쉽고 재미있는 시어를 사용해 친근하게 주제를 풀어낸다. , 본문 시작 전에 사용 지침서라고 하여,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날씨가 나쁠 때’, ‘예술을 이해하지 못할 때등 각각의 상황에 읽으면 좋을 법한, 알맞은 시를 따로 모아 놓았다. 책의 콘셉트에 맞춘 듯한 꼭지로 독자들에게 또 다른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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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우는 인체구조와 기능 - 해부생리학의 기초
다나카 에츠로 지음, 김영설 옮김 / 북앤에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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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생리학이 궁금한 당신에게, [처음 배우는 인체 구조와 기능]

 

해부 생리학의 기초라는 부제를 단 이 책, [처음 배우는 인체 구조와 기능]을 살펴보면 전문 서적과 일반 교양 서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그런 만큼 전문 서적으로 읽고 싶지만 책의 전문성은 다소 부담스러운, 반대로 일반 교양 서적이지만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담았으면 하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만족감이 클 듯싶다.

 

생명, 혈액, 순환, 호흡, 소화, 신장, 운동계, 신경, 내분비, 생식이라는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된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올컬러 일러스트와 만화 컷을 삽입하여 학습자, 즉 독자들이 본문의 내용에 좀더 쉽게 접근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는 점이다. 또 노란색 표시로 중요 단어들을 강조했고 주석을 달아 오른쪽에 해당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런 부분에서 학습자들은 물론이고 해부 생리학의 기초를 좀더 깊게 알고 싶었던 일반 독자들에게는 친절하고 쉽게, 또 간단 명료하게 내용의 핵심을 설명하려고 노력한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부생리학 교재로 처음 출판되었다는 저자의 소개글을 보니 내용의 전문성과 정확성은 이미 학회나 교육계에서 확실히 증명된 것이라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해당 학문을 처음 배우는 사람, 흥미를 지속하고 싶은 사람도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각 항목 마지막에 준비한 체크리스트는 해당 장에서 배운 중요한 내용을 나열해 복습에 도움을 준다.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즐겁게 배우길 바란다는 소개글의 마지막 문장은 단적으로 이 책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요 몇 년간 간호대 입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만약 여태껏 의료쪽과 무관한 길을 걸어왔다면 과연 입학해 어떠한 내용을 배우는지 많이들 궁금해한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유로 반가워할 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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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의 모든 말 - 둘의 언어로 쓴 독서 교환 편지
김이슬.하현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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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며 쏟아지는 나의 말들, [우리 세계의 모든 말]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같은 반 친구에게 교환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다. 정말 좋아했던 친구였기에 그 친구가 좋다고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너무 기뻤던 그 기분,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2주 남짓 지났을까? “나 좀 부담스러워...” 그렇게 짧디짧았던,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교환일기 주간은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 속상한 마음에 며칠 동안 식욕조차 없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이 책,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을 다 읽고서.

 

이 책은 91년생 동갑내기라는 여성 작가 둘이 각자 읽은 책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나눈, 그런 편지글을 차곡히 엮은 책이다. 누구에게 연락을 할 때 메일도 아니고 SNS 메신저로 짧지만 빈번한 형식을 취했던 요즘, 한 권에 빼곡한 둘의 편지글은 그냥 그 다정한 문체만으로도 반갑다. 둘의 폭신거리는 우정에 나도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너무 앞서간 걸까. 그냥 좋았다. 굳이 꼽자면 둘의 깊은 감정선과 솔직함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섬세하고 날카롭지만 동시에 몰랑거리는 시선을 보유한다. 둘은 그런 각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살펴보고, 또 표현한다. 또 한없이 흔들리고 급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무게를 드러내는 건 어렵고 또 어렵다. 하지만 풀어놓은 언어는 제멋대로 정렬되어 이슬이의 무게를, 현의 무게를 표시한다.

 

편지 24. 처음이라는 거짓말에 담긴 현의 말 중, ‘우리는 앞으로도 아주 오래 서로를 모를 거야. 몰라서 계속 서로를 배울 거야. 오늘도 내일도 처음인 것처럼 서로의 미숙함에 기뻐하며 너를 오래 배우고 싶어.’라는 구절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진한 애정의 농도에 왠지 마음이 뭉클하다. 이렇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를 살뜰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럴 수 있음을 내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 기뻐서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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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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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채워줄 스크린의 언어들과 함께,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영화를 보면 꼭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가 몇 개쯤은 남는다. 안타깝게도 정말 재미가 없고 기대와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던 영화라 할지라도, 그래도 꼭 한 개쯤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처럼 주어졌다. 2013년 개봉했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은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감사하게도 다른 영화보다 훨씬 많은 장면과 대사들이 뇌리에 박혔다. 가상의 세계와 꾸며진 상황이라지만 화면 너머에서 태어난 말들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 급작스레 마주하는 회색빛 현실 속에서도 특별하게 반짝거렸다.

 

인문학자인 저자가 지은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은 그런 영화 속 주옥같은 대사들을 원문과 번역문으로 실어, 독자들의 마음에 가라앉아 있던 추억의 대사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또다시 상기시켜주는 의미 있는 기획의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1,000개의 대사를 영화에서 추려내어 각각 꿈과 자유, 사랑, 인문학적 통찰력, 심리, 힐링, 따스한 인간미, 불굴의 의지와 노력, 끝없는 상상력이라는 여덟 개의 테마로 다시 구분해 구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영화당 다섯 개의 대사와 간략한 영화 소개를 포함하여 한 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이 할당되었다. 수록된 영화의 종류도 다양하다. 유명한 고전부터 시작해 '기생충'과 같은 비교적 최근 영화까지, 또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나 이웃 일본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애니메이션 장르도 실려 있어 어떠한 영화가 수록되어 있는지 목차의 제목을 훑어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를 하나 소개한다. "We a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우리는 삶 속의 매일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이 대사는 타임 슬립이라는 상상력을 소재로 훌륭히 사용해 감동을 준 것도 준 것이지만, 영화관에서 나에게 다가온 그 순간부터 힘들 때, 지칠 때 그리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어야 할 때 함께 해주는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그런 또 다른 친구들을 마음만 먹으면 999명이나 더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이 무척 반갑다. 또 그래서, 현실과 더위와, 그 밖에도 각자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로 씨름하고 있을 또 다른 독자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 같은 이 책이 정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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