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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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듬어주는 치료 시들의 향연, [마주보기]

 

시는 여백의 문학이다. 함축된 시어에서 읽는 이는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더듬는다. 생각을 끌어내는 짧은 글, 어쩌면 요즘 같은 혼돈의 시기에 가장 적절한 위로의 수단이자 따스한 벗일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다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대표작을 모아 국내 최초로 완역판이 출간되었다. 바로 이 책, [마주보기] 이야기이다.

 

일요일 아침의 소도시처럼 옛 기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두 아주머니를 묘사하는 등, 작은 도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시가 있는가 하면, ‘슬퍼할 용기처럼 슬픔이 소중한 생명을 갉아먹지는 않는다며 맘껏 슬퍼하라고 명료하게 조언해주는 시가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몇몇 시 중에서도 악의 기원을 하나 간단히 소개하자면, 시의 마지막 문단에는 선과 악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간결하고도 또렷하게 드러나 있다. ‘...우리의 본성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악은 고칠 수 없고, 선은 어린 시절에 죽는다.’ 본문 뒤에 이어지는 옮긴이의 글을 보면 저자 에리히 캐스트너의 삶과 그의 시가 미쳤던 영향에 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초기 번역판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신즉물주의를 대표하는 저자의 사상과 삶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대충이라도 꼭 읽어보는 편이 본문의 이해를 도우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 부제로 내건 시로 쓴 가정상비약이라는 문구를, 책 전체를 다 읽고 나면 아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라 하면 대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에 심오한 주제를 떠올려, 자칫하면 어렵게만 접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속 저자의 시는 의도적으로 쉽고 재미있는 시어를 사용해 친근하게 주제를 풀어낸다. , 본문 시작 전에 사용 지침서라고 하여,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날씨가 나쁠 때’, ‘예술을 이해하지 못할 때등 각각의 상황에 읽으면 좋을 법한, 알맞은 시를 따로 모아 놓았다. 책의 콘셉트에 맞춘 듯한 꼭지로 독자들에게 또 다른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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