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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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채워줄 스크린의 언어들과 함께,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영화를 보면 꼭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가 몇 개쯤은 남는다. 안타깝게도 정말 재미가 없고 기대와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던 영화라 할지라도, 그래도 꼭 한 개쯤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처럼 주어졌다. 2013년 개봉했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은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감사하게도 다른 영화보다 훨씬 많은 장면과 대사들이 뇌리에 박혔다. 가상의 세계와 꾸며진 상황이라지만 화면 너머에서 태어난 말들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 급작스레 마주하는 회색빛 현실 속에서도 특별하게 반짝거렸다.

 

인문학자인 저자가 지은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은 그런 영화 속 주옥같은 대사들을 원문과 번역문으로 실어, 독자들의 마음에 가라앉아 있던 추억의 대사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또다시 상기시켜주는 의미 있는 기획의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1,000개의 대사를 영화에서 추려내어 각각 꿈과 자유, 사랑, 인문학적 통찰력, 심리, 힐링, 따스한 인간미, 불굴의 의지와 노력, 끝없는 상상력이라는 여덟 개의 테마로 다시 구분해 구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영화당 다섯 개의 대사와 간략한 영화 소개를 포함하여 한 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이 할당되었다. 수록된 영화의 종류도 다양하다. 유명한 고전부터 시작해 '기생충'과 같은 비교적 최근 영화까지, 또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나 이웃 일본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애니메이션 장르도 실려 있어 어떠한 영화가 수록되어 있는지 목차의 제목을 훑어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를 하나 소개한다. "We a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우리는 삶 속의 매일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이 대사는 타임 슬립이라는 상상력을 소재로 훌륭히 사용해 감동을 준 것도 준 것이지만, 영화관에서 나에게 다가온 그 순간부터 힘들 때, 지칠 때 그리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어야 할 때 함께 해주는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그런 또 다른 친구들을 마음만 먹으면 999명이나 더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이 무척 반갑다. 또 그래서, 현실과 더위와, 그 밖에도 각자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로 씨름하고 있을 또 다른 독자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 같은 이 책이 정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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