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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의 모든 말 - 둘의 언어로 쓴 독서 교환 편지
김이슬.하현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6월
평점 :
너를 생각하며 쏟아지는 나의 말들, [우리 세계의 모든 말]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같은 반 친구에게 교환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다. 정말 좋아했던 친구였기에 그 친구가 좋다고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너무 기뻤던 그 기분,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2주 남짓 지났을까? “나 좀 부담스러워...” 그렇게 짧디짧았던,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교환일기 주간은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 속상한 마음에 며칠 동안 식욕조차 없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이 책,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을 다 읽고서.
이 책은 91년생 동갑내기라는 여성 작가 둘이 각자 읽은 책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나눈, 그런 편지글을 차곡히 엮은 책이다. 누구에게 연락을 할 때 메일도 아니고 SNS 메신저로 짧지만 빈번한 형식을 취했던 요즘, 한 권에 빼곡한 둘의 편지글은 그냥 그 다정한 문체만으로도 반갑다. 둘의 폭신거리는 우정에 나도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너무 앞서간 걸까. 그냥 좋았다. 굳이 꼽자면 둘의 깊은 감정선과 솔직함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섬세하고 날카롭지만 동시에 몰랑거리는 시선을 보유한다. 둘은 그런 각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살펴보고, 또 표현한다. 또 한없이 흔들리고 급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무게를 드러내는 건 어렵고 또 어렵다. 하지만 풀어놓은 언어는 제멋대로 정렬되어 이슬이의 무게를, 현의 무게를 표시한다.
‘편지 24. 처음이라는 거짓말’에 담긴 현의 말 중, ‘우리는 앞으로도 아주 오래 서로를 모를 거야. 몰라서 계속 서로를 배울 거야. 오늘도 내일도 처음인 것처럼 서로의 미숙함에 기뻐하며 너를 오래 배우고 싶어.’라는 구절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진한 애정의 농도에 왠지 마음이 뭉클하다. 이렇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를 살뜰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럴 수 있음을 내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 기뻐서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