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
아난요 바타차리야 지음, 박병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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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전공하였거나 게임이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John von Neumann에 대하여 잘 모르기 쉽다. 20세기 초, 핵 개발을 포함하여 여러 기술 발전에 종종 이름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은 잘 모른다.

이 책은 헝가리 출신의 위대한 수학자 John von Neumann의 생애를 기록한다. 그의 출생에서 부터 어린 시절, 세계 대전 속의 삶과 이후 냉전체제 속의 삶의 자취를 쫓는 평전이다.

컴퓨터나 제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들이 책에 등장한다. 지금 시대에 구현된 수많은 이론들이 정립되던 시기…. 개인적으로는 낭만의 시대였고, 논리의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오늘 날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인공신경망 이론, GUI, 튜링머신 등등 수없이 많은 기술 및 이론들이 수학적인 방식으로 정립되었던 시기이다. 80년대 이후는 사실상 그 이전에 정립된 수학적 이론을 구현하고 활용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그 정점에 John von Neumann이 있다. 오늘 날까지도 컴퓨터 아키텍처는 폰 노이만이 제시하였던, fetch - decode - execution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책의 제목처럼 시대를 앞서간 어쩌면 미래에서 온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드는 인물이다.

요즘 친구들에게는 스티브 잡스가 추앙의 대상이겠지만, 나는 스티브 워즈니악을 존경한다. 잡스의 아이디어를 결국 구현한 엔지니어는 워즈니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티브 잡스가 존경 받는 이유는 그 사람의 통찰력과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안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계에서 폰 노이만의 위상은 잡스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뛰어넘는 통찰력(multidisciplinary insight)과 선구안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의 돌파구를 제시한 인물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너무나 반가웠다. 위대한 과학자의 삶을 연대기로 살펴볼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대를 잘 충족하였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책의 에필로그에서 인용한 폰 노이만의 글을 남겨본다.

‘진보의 부작용을 막는 치료제 같은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발전의 혜택을 있는 대로 누리고 싶다면 100퍼센트 안전한 삶은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삶’이며, 안전도를 높이려면 국가중대사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내리는 판단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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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 ‘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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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외곽주의자’, ‘이끼 같은 사람’ 이런 글자들에 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각자는 다른 의미로 정의하겠지만, 나는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포기하며,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의 나는 모든 일에 자신이 있었고, 사람들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장하면서 나보다 더 잘 하는 사람, 더 많이 아는 사람,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이후의 삶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맥이 탁 풀리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인가 보다. 이제 인정하자. 내가 주인공일 수 있는 공간은 여기까지다.’

세상만사 많은 경우가 그렇겠지만, 인정이 힘들지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다고 인생을 어영부영 살자는 것이 아니다. 인사이더가 있다면 아웃사이더가 있는 것이 세상사 아닌가? 중심인이 아닌 주변인이면 뭐가 어떻다는 것인가? 나는 ‘다정한 외곽주의자’일까 하는 의문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검사라는 직업. 모두가 선망하는 ‘사’자가 들어간 직업을 가진자. 그 안에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주변인이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외치는 저자 같은 이가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든 비슷한가보다.

한꼭지 한꼭지 신기한 느낌으로 읽었다. 주변에서 접하기 힘든 직업 군이니까.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지금 이 순간, 다정함 여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행복한 외곽주의자가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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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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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하게 잘 읽히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점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이야기들의 조합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느낌의 책이나 영화가 많다. 그만큼 인류의 소멸과 결국은 인간이 기계문명에 대한 통제를 잃게 될 것이라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나 역시 인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결국 소멸하고 말 것이라 여기는 부류이다.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 인류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자원을 고갈 시킨 종이 있을까 싶다. 철저히 종족우상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은 인간 이외의 것을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으로 구분한다. 해충과 익충. 예쁘고 귀여운 애완동물과 공포를 야기하는 동물.

이로운 것 v.s. 해로운 것

이분법적 사고는 지구의 많은 생물과 무생물을 소멸 시켰다. 지구의 환경은 척박하게 변화해 가고 있다.

지구에서 인류의 역사는 언제까지 일까?

삶을 영위하며 배출하는 쓰레기 문제나 지속 가능성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경제적 논리로 좌지우지 되는 과정을 보면,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결국 인간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전에 읽었던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세계‘가 떠올랐다. 효율성과 경제성만이 남게된 사회…. 인류에게 남겨진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일까? 내가 인류의 미래에 남기게 될 족적은 어떤 기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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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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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구병모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같은 작가의 ‘파과’와 이 작품의 책 표지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작가가 좋은 이야기 꾼이라는 것이다. 이야기의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고,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며, 클라이막스로 이르며 앞서 열거해 두었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거대한 바다의 품에서 하나로 묶인 이야기가 된다.

반지하 셋방이 홍수로 잠겨 어른들의 역겨운 욕심으로 오염된 ‘더러운 물’ 속에 있던 소년, 같힌 물이자 죽음의 물인 ‘호수’를 지나 ‘강’에 이르고 마침내 짠내 나는 ‘바다’에 이른다.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하는 소년, 죽음은 그의 삶과 맞닿아 있고, 가족이라 여길 수 있는 사람들의 마지막 죽음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바다를 배회하한다. 여러 죽음이 그를 스쳐가지만, 여전히 ‘삶’을 이어가는 인간과 물고기의 어디쯤에 존재하는 곤.

세상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작가는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세상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하여 투영하고 있다. 가족은 모두 ‘행복’, ‘단란’할 것이라는 오만한 편견. 모든 사람이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를 강요하는 사회. 우리 사회는 ‘보통’이라는 것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사회는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차 타인의 고통을 외면한다.

작품을 읽는 내내 탄식을 자아낸 지점은 작가가 한 문장 한 문장을 얼마나 오랫동안 쓰고 지우며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끝으로 작품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자 한다.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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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도쿄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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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다운 기담

거창하지 않다. 소름 돋지 않는다. 그렇다고 큰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일어날법한, 뒤 돌아서면 길게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나 어린 시절 보았던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좋다. 거창한 판타지는 애초에 비현실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소소하지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은 설레임을 선사한다.

‘그래, 이런 게 하루키 이야기였어.’

책장을 덮으며 즐겁게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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