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구병모 작가의 작품이다.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같은 작가의 ‘파과’와 이 작품의 책 표지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작가가 좋은 이야기 꾼이라는 것이다. 이야기의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고,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며, 클라이막스로 이르며 앞서 열거해 두었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거대한 바다의 품에서 하나로 묶인 이야기가 된다.반지하 셋방이 홍수로 잠겨 어른들의 역겨운 욕심으로 오염된 ‘더러운 물’ 속에 있던 소년, 같힌 물이자 죽음의 물인 ‘호수’를 지나 ‘강’에 이르고 마침내 짠내 나는 ‘바다’에 이른다.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하는 소년, 죽음은 그의 삶과 맞닿아 있고, 가족이라 여길 수 있는 사람들의 마지막 죽음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바다를 배회하한다. 여러 죽음이 그를 스쳐가지만, 여전히 ‘삶’을 이어가는 인간과 물고기의 어디쯤에 존재하는 곤.세상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작가는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세상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하여 투영하고 있다. 가족은 모두 ‘행복’, ‘단란’할 것이라는 오만한 편견. 모든 사람이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를 강요하는 사회. 우리 사회는 ‘보통’이라는 것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사회는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차 타인의 고통을 외면한다.작품을 읽는 내내 탄식을 자아낸 지점은 작가가 한 문장 한 문장을 얼마나 오랫동안 쓰고 지우며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끝으로 작품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자 한다.‘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