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 사랑했으므로, 사랑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권문수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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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때때로 그 노래가 생각났다. 이승철의 '사랑 참 어렵다'

그 노래의 특정파트가 반복적으로 나직하게 울려퍼진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이 클라이맥스로 치닫을 즈음에 말이다.

사랑 때문에 아픈 사람들이 있다. '두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은

사랑으로 인한 상처로 제목 그대로 두번은 사랑하지 못할 것만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무감각을 처방한 사람, 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자살기도를 한 사람,

4년 전 사랑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한 사람,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들려주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참 어렵다.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쉬운 사랑은 없겠지만...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그 사랑이 남긴 생채기가 어떤 사람의 삶을 일상이라는 루트에서 밀어낼 수 있다는 건

참 힘든 일이지 않을까 한다. 아픔을 겪고 얼마간은 주위 사람들도 따뜻한 위로의 시선을 던져주겠지만

그 기간이 그들이 생각하는 평균시간을 넘겨버렸을 때, 유난스럽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마음이 상처를 입으면 그 특정한 마음은 더 이상 자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그 나뭇가지는 이전처럼 자랄 수 없다. 다음해 봄 푸른 잎을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 시들고 말라버리지 않을까. 상처받은 마음도 제때에 반창고도 붙여주고 보살펴주지 않는다면

그 나뭇가지처럼 그 부분만큼은 예전처럼 생기를 띌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라는 이유로, 누구나 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잘 살아간다는 이유로

사랑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을 동일한 잣대로 대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가능한 도움을 받는 게 그 상황에서 더 빨리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테라피스트로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밝히지 않았더라면

소설이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이런저런 사랑에 대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랑병이 그렇게 만만하게 볼 게 아닌 것 같다.

사랑 자체가 만만한 게 아닌데 어떻게 사랑병을 무심하게 볼 수 있을까.

그저 지나치는 감기같은 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감기 역시 복잡하지 않은가.

제대로 사랑하고 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온다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책이 나오기 전에는 각자가 열심히 사랑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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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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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슬쩍 들춰보다가 사진 속의 인물과 눈이 마주쳐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사진부터 쭉 살펴봤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사진 속의 인물들과 종종 마주보게 된다.

길 가다 만나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어보이는 인물들이네 싶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보면서 그로테스크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사전적 정의는 알고 있었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그 단어를 말이다.

사진에 대한 첫인상은 그러했다. 무섭다까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하게 독특하다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그저 사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졌달까. 왜 사진 밖을 강렬하게 쳐다보고 있는지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책 속의 이야기와 사진들이 잘 어울린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정말이지 '잘 어울린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인데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다.

그리고 표지에 왜 글 김탁환, 사진 강영호가 아니라 김탁환·강영호 장편연작소설이라고 찍혀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사진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그들이 따로 존재했을 때 지금 이 책에서처럼 강렬하고 스산한 기운으로 독자를 압도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문득 든다.

그저 소설이라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거리와 공간이 등장하고

그렇다고 현실이라 착각하기에는 이 책이 자아내는 공기가 낯선 '99'가 들려주는 일곱가지 이야기에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등장하곤 한다. 현실에 없을 것 같기는 한데 누군가 진짜 없는거냐고 다그쳐묻는다면

애매모호한 대답을 하게 될 것만 같다. 어쩐지 꼭 없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든달까.

그들의 분위기가 그렇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에는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상대성 인간' 만 읽자고 펼쳤던 책을 끝까지 잡고 있게 했다.딱 한 편만 읽고 해야 했던 것들을 미루고 또 한 편을 읽었고,

그 한 편을 읽고 난 뒤에는 예정을 대폭 변경해서 이 책을 마저 읽어내렸다.

드라큘라 성이라고 불리는 사진관을 배경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인물들이 등장해서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나갈지 궁금해져버려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읽자!'를 선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이 들려주는 현실과 몽상은 더치커피의 매력과도 닮아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잊을만하면 책 속에서 더치커피가 등장하는지라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겨울에는 좀처럼 마셔지지 않는 더치커피를 한번 만들어볼까 싶어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계속 될 거라고.

어쨌든 분명히 더 놀라게 해주겠다는 그들의 말을 믿기로 한다.

다음 번 작품은 어떤 형태, 무슨 색일까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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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학자들의 서 -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숭고한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
사이먼 크리칠리 지음, 김대연 옮김 / 이마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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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숭고한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에서는 수많은 철학자를 만날 수 있었다.

탈레스에서부터 들뢰즈와 푸코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철학자 190여 명의 삶에서 특정한 장면에

사이먼 클리칠리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 장면은 바로 죽음이었다.

그 이름만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철학자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고,

어떤 방식으로 죽음에 대처해왔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몇몇 철학자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데

이제껏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렵다고만 생각해왔던 것은 그동안 어렵게 쓰여진 책만 읽어와서인게 아닐까를

의심했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철학자들의 죽음에 대한 글이다보니 다소 무겁거나 어두운 분위기라고 짐작할 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도 세부적으로도 그런 분위기가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 하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 여러번 인용되고 있는 키케로의 말이 있다. “철학한다는 것은 곧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 문장 그대로 죽음에 맞딱들여서도 평점심을 잃지 않은 용감한 철학자들도 있었고

콩밭을 건너지 못했다거나, 닭을 눈 속에 파묻다 병에 걸리거나, 과식으로 인해, 불사를 의심치 않으며 활화산으로 투신해서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어버린 철학자들도 있었다.

저자가 책의 첫페이지에서부터 강조했던 것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즈음에야 아주 희미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두려워하고 달아나려고 하는 것은 몸부림칠수록 옥죄어오는 그물을 두르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힘을 빼고 담담한 태도를 보이면 어쩌면 생각했던것만큼 거대하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지 않고 담담하게 대면할 수 있다면, 그런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면

어쩌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뿐이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죽음에 담담했던 철학자들이 대단해보이기는 하지만 그게 정말 가능한건지, 허세는 아니었는지

죽음에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면 삶에 대해서도 정답을 찾을 수 있는건지.

이것에 대한 대답을 알아가려고 노력하는게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해야할 과제인 것 같다.

'죽은 철학자들의 서'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름만 들어봤던 철학자들이 모여있는데다가

그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대부분 그들이 어떻게 죽었느냐가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널리 알려져있는 아주 유명한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좀 더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는 의욕이 샘솟을만큼

그들이 일구어놓은 철학의 일부분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게 서술하고 있어서 

철학자들도 사람이었구나, 결국은 인간으로서 하게 되는 고민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할당해서 풀어내려고 했던 사람들이구나를 느끼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철학자들이 이전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존재하는 것같다.

그동안 철학에 대한 책을 한 권 읽으려면 마음도 단단히 먹어야 했고, 몇 페이지 채 읽지 못하고 책을 덮기도 했었을만큼

그들과의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이전보다 미세하게 심리적인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이 책에서 만나면서 호감을 느낀 철학자들에 대한 글을 가능한한 많이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외면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마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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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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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시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인 존 톰슨의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는 그 제목 그대로 현대 미술을 읽는 법을 알려준다.

이전까지는 그림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그림은 그림대로, 글씨는 글씨대로 따로따로 읽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글을 읽다가 그림을 다시 한번 보게 되고, 그림을 보다가 다시 문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존 톰슨은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의 관람포인트를 집어주고 있는데

그 손끝을 따라가다보면 이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그림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어서

이 책을 읽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예술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그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화가에 대한 최소한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작품을 그린 사람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그림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겠다는 것을

예술가의 삶과 그림을 이어놓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게 된다.

차례가 바뀔때마다 매 파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그림이 있다.

그 그림에 대한 소개와 감상이 주를 이루면서 그 당시 화가의 위치와 입지 그리고 그들의 교류들도 들려주고 있는데,

존 톰슨이 해주는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있는 그림만큼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드는만큼 그 그림에도 한층 관심이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허투로 보아넘겨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게 없나싶어 그림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이전에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볼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을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이 책으로 인해서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화가와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었고,

너무나도 유명해서 이미 그 화가의 이름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그의 것인지 알지 못했던 그림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번 기회에 고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전까지는 화가와 그림을 선을 그은 다음에 이 정도는 알아두어야겠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살폈었다. 그것도 대충대충 말이다.

얼마나 잘못된 방법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는 단 하나의 그림도 제대로 볼 수 없겠구나 느꼈다.

앞으로는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익혀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고 하게 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예외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림도 많이 보고, 그만큼 그림에 대한 공부도 조금씩이라도 해나가야 겠다.

그러면서 그림과 즐거운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이해가 커지는만큼 세상을 보는 시각도 좀 더 넓어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림을 제대로 보게 되면 세상도 지금보다는 좀 더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그러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 같다. 그런 예감이 든다고 해야할까.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는 미술 관람을 위해 꼭 필요했던 멋진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림 감상을 위한 지침을 막연하게나마 마련하게 되었다는데서 감사하고 있다.

마로니에 북스의 이 시리즈를 주목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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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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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회전목마의 말 한마리가 우리를 벗어나 파란 하늘로 날아오르는 표지를 보고 해피 엔딩을 짐작했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이 과연 해피 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무겁거나 어두운 건 결코 아니다.

'회전목마'의 주인공은 고향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토노 케이치다.

도쿄에서 회사를 다니다 과감하게 사표를 내던지고 귀향했다. 그리고 공무원 9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온한 직장 생활을 뒤흔들 사건이 일어난다. 아테네 마을 재건 미션이 떨어진 것이다.

아테네 마을은 용케도 운영된다고 감탄할만한 적자 중의 적자 상태에 빠져있는 놀이공원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공간이다.

들어오는 손님도 쫓아내고도 남을만큼의 매력을 발산하는 그곳에 케이치가 몰아넣어진다.

변화나 개혁같은 것들을 비난하고 경계하는 아테네 마을 관계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이대로 계속!'일 뿐이다.

더 잘해서도 안되고, 못해서도 안된다. 그저 하던 대로 하자는 철학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회의를 하더라도 그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은 자기 주머니에서 꺼낸 돈으로는 도저히 사먹지 않을 것이 분명한

고가의 유명 도시락뿐이다.

그런 아테네 마을을 재건하는 프로젝트에 관계하게 된 토코 케이치는 아내와 딸에게도 소심하다고 놀림을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케이치가 이번만큼은 다르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당한 아테네 마을을 리모델링하려한다.

물론 케이치가 마음 먹었다고 순식간에 아테네 마을이 요술봉을 휘두른 것처럼 달라질리가 없다.

그는 이제부터 자갈밭을 김매고, 깨진 독에 물을 채워야 한다. 그를 위한 콩쥐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콩쥐에게 참새나 두꺼비가 있었듯이, 그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헤쳐나가게 된다.

아테네 마을을 재건시키는 과정을 동화같이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었던 알력싸움이 드러나면서 씁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 부분들을 읽다보면 이 책의 주요인물 중 한 명인 괴짜단장이 해주는 콩사나이 이야기가 계속 떠오른다.

그리고 콩사나이의 숙명과 회전목마를 유심히 살피다가 씁쓸해지고 만다.

하지만 회전목마 봉에서 탈출할 말과 운명을 개척하기로 한 콩사나이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분명히 있을것이다. 그러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매일에 익숙해지는 게 무섭다는 대사가 나온다.

어쩌면 더 오싹한 것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매일에 익숙해지는 게 더 이상 무섭지도 않은 게 아닐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덤덤해지는 것, 둔감해지는 것, 적응하는 것...

그런 것들도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에 그래버린다면 안될 것 같다.

코믹하고 유쾌하지만 가볍게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오기와라 히로시는 방심할 수 없는 작가인 것 같다. 그 순간 그의 덫에 걸린다고나 할까.

그리고 숨겨둔 한 방을 결정적인 순간에 날린다. 그게 그가 쓰는 소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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