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교수의 정신없는 하루 - 칸트 편 ㅣ 철학그리다 시리즈 2
장 폴 몽쟁 지음, 박아르마 옮김, 로랑 모로 그림, 서정욱 해제 / 함께읽는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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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칸트 교수다. 우리들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랑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유명한 그 칸트! 그리고 그 일화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려나?

똑같은 시간에 산책을 해서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간을 알았차렸다는 그 엄청난 일화 말이다.

그 주위 사람들은 시계를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저 언덕빼기나 다리 건너

에서 그 교수를 발견한다면 그게 바로 그 시간일테니까.

이 책은 그 칸트 교수의 하루를 담고 있다. 그 하루 안에 칸트의 일화와 그의 철학 명제들

중에서 굵직한 것들을 대체적으로 수록하고 있어서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니까 칸트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자세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칸트 평전이나 칸트가 직접

쓴 그 두꺼운 철학서를 읽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그것을 읽는 동안 칸트에 대한 있지도 않은 애정이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그랬다는거다. 칸트의 철학서를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읽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버릴 수 있느냐? 또 그럴수는 없다. 언젠가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미련만이

덕지덕지 남아있어서 가끔씩 그 책을 발견할 때면 복잡한 표정을 짓게 된다.

읽어야 하는데, 언제 읽을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책은 때때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니까.

그러니까 그런 책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이 책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의 유형에 속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칸트에게 조금 친한 척 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칸트의 에피소드나 철학 이론이 빽빽하게 활차로 페이지를 채운 건 아니고

그 대신에 그 자리에는 그림들이 있다. 칸트 교수의 이런 저런 일화들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일단 페이지를 채우는 문장 수가 많지 않고, 그 마저도 이런 그림으로 해설을 대신하고

있으니까 무척 읽기 쉬웠다. 칸트와 친해진 것 같고, 이제 칸트에 대해서는 벽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해야하나. 칸트에 대한 첫 입문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칸트에 대해서 지금보다는

훨씬 거리감을 느끼지 않았을텐데. 어쨌든 재미있었다.

파르르 파르르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 그러니까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칸트의 정수가 숨어있다. 그리고

그게 무척 신기했다. ‘이 내용까지 나오는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도 있었으니까.

그런 내용들이 칸트의 하루라는 형식으로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을 펼치면 칸트의 하루에

초대될 수 있다. 그리고 확실한 건 지루하지 않으리라는 것.

이 책은 철학서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칸트뿐만이 아닌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마르크스까지

포괄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책들도 칸트 편처럼 쉽고

간략하지만 그 철학의 정수만큼은 확실하게 알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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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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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은 찻집이 있다. 테이블은 단 두 개. 손님이 찾아오기 쉬운 곳에 입지해 있는 게 카페의

기본 조건일텐데, 무지개 곶에 있는 이 공간은 그 룰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카페에는 이 장소만은 목표로 찾아 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 막무가내로

전진하다가 들리게 되고,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뛰다시피 찾아들고, 때로는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금살금 걸어들어온다. 아니면 주인 아주머니의 조카이거나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자일테다. 그리고 그렇게 그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온 그들은 이전까지 짊어

지고 있었던 마음의 무게를 가벼이 할 수 있었다.

치유계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만화책에서도 있지 않던가. 치유계 만화라고 말이다. 치유계

소설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설이 치유계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착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스토리와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급박한 스토리 전개라던가

극적 긴장과 초조함 같은 건 없다. 대신에 편안함과 차분함이 존재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믿어도 된다. 그들이 배신을 하거나 우유부단하게 행동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자신의 현재를 마주하고 앞으로

계속 살아나갈 힘과 기운을 얻어간다. 그건 아마도 이 가게 주인이 내려주는 맛있는 커피와

한 곡의 노래 때문이 아니었을까. 거기다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주는 미소가 무척

아름다운 카페 주인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언제든 찾아들 수 있는 마음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으니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곁같이 대체로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아, 저런 단골 카페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이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커피가 맛있고, 언제나 미소로 인사를 해주고, 풍경이 끝내주게 멋진 작은 가게.

게다가 음악 선곡은 너무나도 탁월하다. 그런 카페라면 산중턱에 있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꼭 들릴텐데. 최근에 재미를 쫓아서 긴장감으로 읽는 사람을 몰아가는 소설을 몇 권인가

읽었더랬다. 그런 책은 무척 재미있지만 읽고나면 약간 지치기도 한다. 독서의 긴장이랄까.

그런 즈음에 이 책을 읽어서인지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었다. 왠지 마음도 평온하고 마치 조금

착해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었다. 누가 알겠는가? 실제로 착해졌을지도.

때로는 치유계 소설, 꽤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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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ㅣ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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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가지 종류의 다른 도수의 맥주를 파는 작은 가게가 있다. 테이블이 2개 정도 있는,

동네 사람이라도 주의를 기울리지 않으면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그 가게에 미스터리 요소들을 다분히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건 추리에

자질이 있는 이 가게의 마스터 덕이 아니었을까? 맛깔나게 음식을 차여내는 솜씨도

일품이지만, 그에게는 사람이 꽁꽁 닫아건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기묘한 능력이 있다.

하지 않으려 했던 이야기도 주절주절 떠들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라면 이 정도까지 하지

않을 말들을 이 정도까지 하게 만든다. 그래서 숨기고 있던 정보도 때때로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그 정보는 곧 사건 해결의 소스가 되곤 한다. 마스터의 능력이 여기까지냐고? 아니다.

거기다 덧붙여서 추리력까지 갖추었다. 가게에만 있는 마스터임에도 직접 사건과 부딪히고

답사까지 다녀온 사람보다 훨씬 큰 통찰력을 보이며 사건 해결의 팁을 반드시 알려준다.

이런 걸 보면 셜록 홈즈가 생각날 정도다. 셜록 홈즈도 가끔씩 바쁘다는 이유로 왓슨을

대타로 보낸 적이 있지 않던가. 다만 다르다는 점이 있다면 마스터는 셜록 홈즈보다

친절하고 또 친절하다는 것. 관찰에 모든 힘을 실어주지 않고, 배려에도 무척 열심이다.

저런 가게가 우리 동네에도 있었다면 매일 갔을거다. 도수가 다른 네 가지 맥주가 있는

테이블 두 개가 전부여서 바에 앉아서 마스터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게

멋지지 않는가? 게다가 그 가게에는 미스터리도 넘친다. 어쨌든 저 정도의 추리실력이라면

밤에 맥주가게를 하고, 낮에는 탐정사무실을 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가게에 하루가 멀다하고 불쑥불쑥 나타나는 손님들은 미스터리도 끌고온다. 그리고

마스터 구도씨에게 그 미스터리를 의뢰한다. 한 잔의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며.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건은 시와 초를 다투는 그런 사건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면

개운치 않은, 인생에서 한 걸음 더 걸어나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건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어김없이 마스터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사건들을 데려온 손님들과 마스터의 추리실력도, 그들의 독특한 캐릭터도 이 책의

매우 중요한 매력포인트였지만 이 가게만이 갖고 있는 분위기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좀 더 진지하고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무겁지는 않지만 가볍지도 않게 말이다.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보았는데, 번역본이 이것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작가분이 세상을 떠나신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게

하나 더 있다면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 시리즈라는 것이다. 3권이 더 있다고 한다.

가나리야 바 시리즈, 이 바의 이름이 왜 가나리야인지 마지막 권에서 밝혀진다는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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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은 여자 1
임선영 지음 / 골든북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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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은 ‘이혼하고 싶은 여자’인데 읽다보면 아리송해진다. 이 여자는 정말 이혼을 하고 싶은

것일까 싶어지니까. 시골이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똑부러지고 총명한 여자라는

설정이었던 것 같은데, 가면 갈수록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답답한 여자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 여자의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꼬인다. 들러붙어서 끊임없이 사기를 치는 남편,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는 작은 아버지, 갈 곳이 없어서 거두었으나 결국은 자신의 남자를

가로채려는 친구까지. 답답한 건 이 여자가 용서라는 이유로 그들을 방관한다는 거다.

어쨌든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는 인물은 단 한번의 시도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그 여자를 대상으로 무언가를 꾸미고 저지른다. 그렇다면 그들이 악당이고 나쁜 놈들이라고

설정되었다면 주인공이 불쌍해야 하는게 당연한 게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은 읽다보면 저들을

응징하지 않는 여자 주인공이 짜증나기 시작한다. 남편의 사기 행각은 반복되고, 대체로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매번 똑같이 당하고 결국에는 감옥까지 갔다와야 했음에도

또 걸려든다. 이해가 안 된다. 똑똑한 여자라면서 똑똑한 사람이라면 결단코 하지 않을

짓을 하려든다. 그리고 용서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인생을 마구 휘두르려는 인물들을

방치한다. 마지막 페이지가 오기 전에 신랄한 복수극이 펼쳐지지 않을까 초반에는 살짝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류는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복수극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방목한 학습능력 참 떨어지는 한 여자의 수난기라고

해야하나. 자신의 엄마를 그토록 궁지에 몰아넣는데도 그래도 아버지라서 불쌍하다는 둥

같이 살아가라고 하는 애들도 얄미웠고, 그래도 애비없이 아이를 키워서는 안된다며 이혼을

말리는 자신은 딸을 혼자 키운 친정어머니도 이해가 안 되었고, 자신을 나락에 떨어트리는

걸로 모자라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주인공을 끝까지 지켜봐주는 몇 명의 친구들은

현실성이 너무나 떨어져서 의아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내 스타일과 맞지 않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책과 마찰이 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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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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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아르바이트로 개를 산책시키고 있다.

그는 얼마전에 모든 것을 잃었다. 그가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었고 어떤 일을 했고, 그것은

그가 이제까지 애면글면 쌓아올린 모든 것을 박탈했다. 그는 이제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연인도 없다. 그에게 남은 건 배낭 하나, 재기를 위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믿고 있는 그

배낭 하나와 그 자신 뿐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개를 사육하고 도축하여 공급하는 일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은 개를 산책시키고 있다. 개들이 그를 참 잘 따른다. 아이러닉

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가 개를 산책시키는데 올인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는 투잡을 뛰고 있다.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는 일. 그는 무척 열심히 일한다.

매니저에게 홀써빙을 제의 받을 정도로. 아, 정규직은 아니지만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또

하나가 더 있었다.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 그는 무려 세 가지 일은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집은 없다.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저질렀던 그 일은 그의 이력에

심각한 상처를 냈고, 그 상처는 그가 채용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세 가지 일을 한다는 건 사람을 만나는 장소가 세 군데 정도 있다는 것. 실제로 그는 각각의

일터에서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 접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의

상처와 과거와 마주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짱아오에 대해서 찾아봤더랬다. 짱아오는

주인공이 산책시키는 개다. 라마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그 개 주인이 엄청난 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마찬가지로 엄청난 급여를 지급하고, 그게 걸맞는 엄청난 보너스를

때때로 전달한다. 몹시 부러운 마음에, 정말 저런 아르바이트가 있으면 해도 좋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실제로 짱아오라는 개를 본 적도 없고, 이번에 찾아보면서

기사나 뉴스의 어딘가에서 스쳐 보았던 그 비싼 개가 바로 짱아오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나쁜 남자라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딱 한번 좋은 남자가 되어보겠노라고

하셨는데, 그리 되셨는지. 그리 되셨으면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다음 소설을 기다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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