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리 일본어 첫걸음 - 일본에 미리 가는 일본어 첫걸음
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지음 / 사람in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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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는 날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나나와 그녀의 애견 뽀꼬를 따라가면 된다.

뽀꼬가 외워두라는 것만 확실하게 익히고 넘어가면, 다음 페이지에서 헤매지 않게 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일미리 일본어 첫걸음'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실감한다.

 

'일미리 일본어 첫걸음'은 일미리 일본어 첫걸음과 일본어 문법 첫걸음 두파트로 책이 나누어져 있다.

일본 여행 중에 주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우선 첫번째 파트에서 익숙해질 수 있고, 문법편에서는 히라가나부터 시작해서 필수적인 문법을 익힐 수 있다.

 

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일본 여행을 위한 맞춤식 학습 교재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일미리 일본어 첫걸음은 여행을 결심하기로 시작해서 공항, 교통수단, 호텔, 음식점, 쇼핑몰에서 쓰일 수 밖에 없는 표현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전철 표 발매개 사용법이라던지, 전철 이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음식이나 커피를 주문할 때와 같은 상황들이 예문으로 등장하고 있다. 확실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본어를 시작한다면, 이만큼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예전에 버스에서 정차하기 전에 미리 문 앞으로 가있으려다가 주의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 그 내용도 실려있었다. 세세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 책을 꼼꼼하게 읽으려고 노력하게 됐다.

그리고 일본어 첫걸음편에서 소개되고 있는 문장을 문법 편에서 다시 한번 반복할 수 있어서, 문법과 표현을 동시에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외국어 공부를 할 때, 호기롭게 시작하다가 도중에 어려운 표현이나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의욕이 급하게 꼬리도 찾을 수 없이 사라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책을 한참을 덮어둘 때도 있고, 그러다가 기껏 애써서 외운 표현과 단어들이 순식간에 망각의 늪 속으로 스멀스멀 사라져가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럴 때가 가끔 있는지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감동이 참 고마웠다.

겉장에 책갈피나 오려서 휴대용 히라가나와 가타카나표를 발견했을 때 뿐만이 아니라 재치넘치는 뽀꼬의 한마디이라던지, 인형놀이같이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발상에서 나올 수 있는 거부감과 딱딱함을 많이 해소해줬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끝까지 볼 수 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문법편에는 강의까지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오디오파일이 있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하게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회화편 오디오 파일은 조금 빠르다는 감이 있었지만, 문법편은 차근차근 책의 내용을 짚어주고 있다. 그래서 빠뜨리지 않고 하나하나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혼자서 공부하다보면, 아무래도 놓치게 되는 게 많다. 가끔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던지, 외국어의 경우에는 청음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정확한 발음이 중시되기 때문에 혼자서 공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의 팁이나 음원자료가 이런 불안감에서 조금 자유롭게 한다.

 

우선 일미리 일본어 첫걸음을 확실하게 복습하고 나서, 다음번의 두번째 걸음도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책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미리 일본어 두걸음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혼자서도 재미있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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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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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중에 아이가 타고 있는 열기구가 공중에 떠 있는 걸 본다면, 그쪽으로 아무 생각없이 달리게 될까?

맹자가 우물가의 어린이에 대해서 말한 것처럼, 사람에게는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마음이 있는것일까?

만약 그런 마음이 인간으로써 당연하다면, 그 마음은 언제까지, 어느 범위까지 지속되는 것일까?

열기구 사고가 일어나고, 주변의 사람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간다. 그리고 열기구에 사람들이 매달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위기감을 느낀다.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서 누군가 열기구에서 손을 놓아 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과연 그 순간에도 열기구에서 분리 될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거기에서 떨어져 나온 다음 순간, 아직도 열기구에 매달린 채 상공으로 떠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죄의식, 타격을 입은 마음으로 이전의 생활을 평온하게 지속할 수 없다. '이런 사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 중 단연 최고였다. 이언 매큐언, 그의 작품은 처음 읽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많이들 추천했었는데, 이래저래 바쁘기도 해서 달팽이처럼 느린 속도로 책을 접하게 됐다. 알랭 드 보통과 빌 브라이슨이 말한 그대로 최고의 심리묘사였고, 이런 소설은 참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원서로 읽어보고 싶은 소설을 만났다. 번역만큼 훌륭하게 해석할 자신은 없지만, 그 작가가 실제로 어떤 단어를 썼는지가 궁금해 지는 때가 있는데, '이런 사랑'도 그런 경우다. 전자수첩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문장도 멋지고, 소재도 신선했다. 책을 읽는 동안 조의 불안감과 복잡한 심경이 문장에서 전해지는 듯 했다. 스토킹을 당하고, 신경 쓰이는 전화와 편지에 시달리고, 혼자서 드 클레랑보 신드롬일지도 모른다는 것과 공격성향이 있다는 것까지 생각해냈지만, 주위에서는 별다른 도움을 얻을 수 없다. 항우울제를 권유받을 뿐이다. '이런 사랑'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인해 상황이 저렇게나 복잡하게 꼬여 버렸는지, 적합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해결을 시도했다면 과연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 것인지.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것을 당사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안정과 평안한 삶이란 단단한 흙바닥위에 경고하게 쌓아 올린 성질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사랑했기 때문에 의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일반 상식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사랑이 이 소설 속에는 존재한다. '이런 사랑'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멋져 보이지 않는 일상의 흔들림이 존재한다. 그리고 소설속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들이 산재해있지만 산만하다거나 방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개그콘서트의 달인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안 읽어보셨으면 말을 마세요~

친구가 '속죄'를 추천해줬었다. 그때 어톤먼트가 한창 상영중일 때인데, 광고를 슬쩍 보고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소재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편견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멋진 소설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

직접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또는 단지 한권만을 읽고 고정된 선입견을 유지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책들을 지나쳐 왔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랑'을 시작으로 그동안 대면대면하게 지내왔던 책들을 한권씩 읽어봐야 겠다. 다음번에는 '속죄'를 읽어봐야 겠다. 그리고 독서에서도 편식은 이제 그만하자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열린 마음으로 책을 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좋은 소설을 읽으면서, 평소의 독서습관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여름의 끝무렵에 올해 가장 인상적일수도  있겠다고 느껴지는 소설을 만났다. 이언 매큐언의 매력에 한번 빠져 보는 것도 여름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지도 모르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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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버드 - 그 사람의 1%가 숨겨진 99%의 진심을 폭로한다면
피에르 아술린 지음, 이효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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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은 많은 사람이 알아챌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것들은 단 몇 명만을 만들어 지는 것이니까.

그 몇 사람을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작곡을 하고,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그들이 만난다면 참 잘 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참으로 안 된 일일 뿐이란다.

맞는 말이다. 디테일을 발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까.

그것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물찾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작가도 그 보물찾기에 꽤 열심인 듯 하다.

 

작가는 일곱 사람에게서 각자의 로드버드를 찾아내려고 한다. 로즈버드는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디테일이지만 그 사람의 가려져 있던 본질을 폭로하는 상징이라고 한다. 작가는 심오함을 건져 올리 수 있는 사소함을 발견하고자 노력한 것 같다. 그저 '장미꽃 봉오리'라고 정의될 수도 있는 로즈 버드는 '시민 케인'에서 등장했던 것 같다. 유명해서 대략의 내용은 알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 봐야 겠다.

 

키플링에게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의 롤스 로이드에 '공작부인'이라는 이름이 있었는지, '만약'이라는 시의 유명세를 지켜 본 그의 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키플링에 대해서 그다지 알지 못했다는 걸 알고 검색을 해봤는데, 풀네임으로 검색하지 않으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가방에 대한 이야기는 잔뜩 찾을 수 있겠지만, '정글북'의 작가 키플링을 찾으려면 풀네임으로 검색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 의외로 사소한 것인 경우가 있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그 개인에게 커다른 의미를 지닌 어떤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소함을 알게 된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상대방이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창작물을 작가의 시각에 좀 더 접근해서 받아들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봐주기 원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그렇게 된다면 그 작품속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걸 느낄 수 있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마주한 때와 어떻게 다를까. 여러가지 궁금한 게 생긴다.

 

찰나의 거장이라고 불리운 브레송의 접이식 의자파트는 읽으면서는 조금 아쉬웠다. 브레송에 포커스를 둔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와 브레송의 만남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브레송과의 만남으로 인한 자신의 감동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조금 포인트에 어긋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미처 몰랐던 일부분을 알게 되어서, 그래서 그들에게 이전보다는 한걸음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카소의 그랑조귀스탱 가 7번지에, 파울 첼란이 풀어놓은 시계에, 보나르의 호주머니 속에 그들이 추구하던 것이, 그들의 삶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잡아내고 있다. 작은 것이 스쳐지나가기 섭섭할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문헌을 소개한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고마움과 빚이란 제목으로 된 짧은 글이 함께 있다. 전기는 늘 앞사람들의 책에 큰 빚을 지고 있으니까, 이 책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아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작가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더워서 그런지 책 읽는 속도가 더디었고,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브레송이랑 아는 사이라는 거랑 다이애나의 결혼식에 참석한 걸 자랑하는 거 같다라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참고문헌을 소개하고 있는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찬찬히 책을 읽어 볼 마음이 생겼다. 아직 작가가 책 속에 숨겨 둔 로즈버드를 찾지 못한 것 같으니까. 작가가 숨겨 놓은,그저 그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보물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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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리플리 엔터테인먼트 지음 / 보누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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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났을 때 주위에 사람들에게 '에헴'하고 목청을 가다듬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상대방이 '정말?' 또는 '왜?'라는 반응을 보인다.

다른 책이었으면, '그러니까 말이지...'로 시작하는 꽤 긴 문장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 책의 전후단락을 요약해서 브리핑을 하는 기분이 든다. 궁금하면 읽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왠지 매정한 것 같기도 해서 주저리 주저리 설명을 해댄다. 그리고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서, 문장이 한귀로 들어가서 반대편 귀로 쏟아져 나오는 게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때때로 있다. 설명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우선 이 책은 그런 상황을 적절한 차원에서 필터링을 하고 있다.

'왜?', '진짜?'라는 반응에 대응하는 가장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은 책 표지를 보여주며 싱긋 웃는 것이니까.

'믿거나 말거나!'

 

여는 글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당신에게도 빠삭한 분야가 하나쯤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는 문장에서 웃음이 났다. 당신이 알던 세상을 넓히고,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이 책이 도와줄 것이라며, 이제 '믿거나 말거나!'의 세계는 당신의 것이라는 문장은 자신감에 넘친다. 글자 색을 다르게 해서 강조하면서 밑줄까지 쳐있는 여는 글은 처음 본 것 같다. 여는 글마저 신기했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은 현대의 마르코 폴로라고 불리는 로버트 리플리가 수집한 것이다. 그는 기묘한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전세계198개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들렸었고,  책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었다.  

리플리 그 자체가 믿거나 말거나였다고 그를 아는 지인들이 평가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리플리가 스스로 남긴'믿거나 말거나'와 그의 삶의 일부분도 소개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를 만든 사람답다는 생각이 든다.

 

'믿거나 말거나!'는 짧은 이야기들이 무수히 모인 한권의 책이다. 찬찬히 읽어가고 있노라면, 왜 작가가 '믿거나 말거나!'라는 타이틀을 걸었는지 알 수 있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신기한 일들이 정말 많이 모여있다. 분명히 칼럼 연재 당시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문공세를 받았을 것이다. 그것을 한번에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하는 것의 즐거움을 막 터득한 어린아이의 끊임없이 쏟아지는 '왜'공세에 시달릴 때도 사용할 수 있을까? '글쎄, 믿거나 말거나'라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대충 설렁설렁 대답해주다가 귀찮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 그리고 엄청나게 낮은 확률일 지는 몰라도 가능성이 0%가 아닌 이상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발톱보다 손톱이 2배 빨리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심할 때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엄청 신기한 내용들이 많으니까. 주말에 방바닥을 뒹굴거리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어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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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배급회사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2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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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배급회사'라는 책 제목은 그 자체로는 사랑스럽다. 하지만 피터팬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의 믿음과 웃음으로 기운을 얻어 빛을 반짝이며 되살아나는 사랑스러운 요정을 호시 신이치의 책에서 만나 볼 수 없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호시 신이치의 요정은 어떤 모습일지 더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나서 역시나 했다. 우선 모습이 틀리다. 다람쥐 크기에 촌스러운 회색털, 날개가 있어서 조금은 날 수 있는 외계생명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들의 목적도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호시 신이치에게 일반상식적인 관념은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그의 매력이고, 그의 책을 읽는 이유니까.

플라시보 시리즈를 읽다보면,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드는 스토리들을 상당히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사소하고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들은 잡아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요정 배급회사'을 읽고나서도 그런 점들을 찾아낼 수 있다. 지폐는 N박사의 항료가 섞인 잉크로 찍어냈을까라던가, 우리를 조정하는 원대한 계획 같은 게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것들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지점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착한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우게 된다. 끝도 없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줄을 서서 무의미한 스탬프를 받는 공무원들, 손님들의 목마름을 모른척 한 대가로 갈증에 시달리는 웨이트리스, 자신이 만들어 냈던 소음을 이어폰으로 들어야 하는 폭주족과 참을 수 없는 음향을 만들어 낸 사람들, 담배연기로 가득 찬 작은 부스 속에서 벽을 두드리는 흡연자들의 모습을 읽다보면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별 생각없이 무신경하게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상대방에게 불편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스트레스는 의외로 작고 사소한 일로 증폭되는 것이니까. 세심한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고 행동한다면 지점이 생길 정도로 지옥이 포화상태가 되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원대한 계획 아래, 육아기에 의해 길러 진 성인이 된 아이들을 육아기의 목소리가 조정한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었다. 대학 축제때 신입생을 상대로 담배나 주류를 무상 제공했던 마케팅 방법이 언뜻 떠올랐다. 미미하게 하지만 철두철미하게 접근해서 강력한 효과를 내는 상업술이 섬뜩할 정도로 무섭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기발함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기분맞춤보험이었던 거 같다. 작지만 그냥 지나쳐버리기에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문제들을 보상해 주는 보험회사가 신선했다. 소소하지만 신경 쓰이는 것들에 대한 한바탕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절한 상담원,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며 지급해주는 일정금액으로 스트레스는 금새 해소된다. 회사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는 행복해 질 수 있다. 이상적인 쇼트쇼트 공간에서 등장하는 멋진 사업 아이템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해설에는 호시 신이치의 에세이의 일부분이 소개되어 있다. 꽤 멋진 글이다. 기회가 되면 호시 신이치의 에세이집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문장이란 표정과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괜시리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장도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사고와 표정이 오롯히 담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이 사실을 의식한 적은 없었지만, 앞으로는 표정을 찾아볼 생각이다. 이 문장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의 몸짓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인지도 생각해보면서 책을 읽다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설렁설렁 읽어대기만 해서 놓쳤던 많은 것들을 이제는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마감일을 앞두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분량이 짧다고 쉬울 거라는 착각은 존재할 여지도 없을 듯 하다. 짧은만큼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중요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찾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설에서 소개하는 작가의 모습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초조함이 느껴진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쇼트쇼트라서 주로 자투리 시간에 잠깐잠깐 읽었었다. 보통은 시끄럽고 산만한 공간이었다. 이번에는 우연찮게열대야로 뒤척이다 잠에서 잠깐 깨어났을 때, 그 시간의 정적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하나, 둘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도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의 상상으로 채워야 할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동안 그 부분을 놓쳤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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