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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버드 - 그 사람의 1%가 숨겨진 99%의 진심을 폭로한다면
피에르 아술린 지음, 이효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디테일은 많은 사람이 알아챌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것들은 단 몇 명만을 만들어 지는 것이니까.
그 몇 사람을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작곡을 하고,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그들이 만난다면 참 잘 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참으로 안 된 일일 뿐이란다.
맞는 말이다. 디테일을 발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까.
그것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물찾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작가도 그 보물찾기에 꽤 열심인 듯 하다.
작가는 일곱 사람에게서 각자의 로드버드를 찾아내려고 한다. 로즈버드는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디테일이지만 그 사람의 가려져 있던 본질을 폭로하는 상징이라고 한다. 작가는 심오함을 건져 올리 수 있는 사소함을 발견하고자 노력한 것 같다. 그저 '장미꽃 봉오리'라고 정의될 수도 있는 로즈 버드는 '시민 케인'에서 등장했던 것 같다. 유명해서 대략의 내용은 알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 봐야 겠다.
키플링에게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의 롤스 로이드에 '공작부인'이라는 이름이 있었는지, '만약'이라는 시의 유명세를 지켜 본 그의 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키플링에 대해서 그다지 알지 못했다는 걸 알고 검색을 해봤는데, 풀네임으로 검색하지 않으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가방에 대한 이야기는 잔뜩 찾을 수 있겠지만, '정글북'의 작가 키플링을 찾으려면 풀네임으로 검색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 의외로 사소한 것인 경우가 있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그 개인에게 커다른 의미를 지닌 어떤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소함을 알게 된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상대방이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창작물을 작가의 시각에 좀 더 접근해서 받아들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봐주기 원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그렇게 된다면 그 작품속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걸 느낄 수 있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마주한 때와 어떻게 다를까. 여러가지 궁금한 게 생긴다.
찰나의 거장이라고 불리운 브레송의 접이식 의자파트는 읽으면서는 조금 아쉬웠다. 브레송에 포커스를 둔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와 브레송의 만남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브레송과의 만남으로 인한 자신의 감동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조금 포인트에 어긋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미처 몰랐던 일부분을 알게 되어서, 그래서 그들에게 이전보다는 한걸음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카소의 그랑조귀스탱 가 7번지에, 파울 첼란이 풀어놓은 시계에, 보나르의 호주머니 속에 그들이 추구하던 것이, 그들의 삶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잡아내고 있다. 작은 것이 스쳐지나가기 섭섭할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문헌을 소개한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고마움과 빚이란 제목으로 된 짧은 글이 함께 있다. 전기는 늘 앞사람들의 책에 큰 빚을 지고 있으니까, 이 책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아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작가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더워서 그런지 책 읽는 속도가 더디었고,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브레송이랑 아는 사이라는 거랑 다이애나의 결혼식에 참석한 걸 자랑하는 거 같다라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참고문헌을 소개하고 있는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찬찬히 책을 읽어 볼 마음이 생겼다. 아직 작가가 책 속에 숨겨 둔 로즈버드를 찾지 못한 것 같으니까. 작가가 숨겨 놓은,그저 그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보물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