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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문구가 있다.
이 작품은 픽션으로 실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내용의 문장 말이다.
하지만 그 문장이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게 있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유사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하늘을 나는 타이어'도 그랬다고 한다. 픽션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미쓰비시
자동차의 대형 트럭 타이어 분리에 의한 사상 사고와 미쓰비시의 리콜 은폐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사건이나 이 책의 제목에서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대형 트럭의 타이어가 차체를
이탈하면서 시작된다. 그 타이어는 거리를 걷고 있는 모자를 향해 날아갔고, 아이는 타박상에
그쳤지만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그 사건으로 인한 모든 책임과 비난은 운송회사 사장 아카마쓰에게 쏠린다.
이른바 '정비불량'이라는 것. 트럭을 만든 호프자동차는 '정비불량'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의 수사도 아카마쓰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아카마쓰는 의아하다. 처음에는 정비를 맡고 있는 직원을 잠시 의심했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오해였음이 밝혀지고 회사의 자체적인 정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부터 그는 싸우기로 결심한다.
아내와 아이들, 회사 직원과 그 가족들을 지키기 위하여 아카마쓰는 회사에 씌워진 오명을
반드시 벗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대기업이었고, 아무도 그의 주장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려한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의 승산없어 보이는 분투가 만들어낸 소용돌이는 여러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대기업인 호프자동차의 직원, 은행원, 주간지 기자, 경찰들이 거기에 휩쓸리게 되는데,
그들은 그들 각자의 입장에서 도출되는 이해와 실리라는 걸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도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고, 일정부분의 자유를 박탈당할 수 밖에 없다.
납득할 수 없어도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자신의 의지와 결단으로 옳지 않은
선택을 할 때도 있었고,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우선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들은 정의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슈퍼맨이 아니니까 당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아니다 싶은 것에 아니다고 말할 용기는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각자의 움직임을 마침내 무언가를 이루어낸다.
이 책에는 아카마쓰의 힘겨운 싸움이 그려지고 있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아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사고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큰 일거리는 끊기고, 그동안 주거래은행이라고 굳게
믿었던 은행은 융자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
대기업에 맞써 싸우기로 결심한 그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많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덮어버리고 모든 책임을 약자에게 밀어버리려고 드는 대기업의 비도덕성이
책을 읽는내내 섬뜩하게 느껴졌다.
책 속에서도 대기업에 맞서는 사람은 아카마쓰 뿐이었다. 비슷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싸움을 포기했고, 사건을 덮어버렸다. 책에서도 이런데 실제로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현대 사회는 위험으로 넘쳐나고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누군가는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때 책임의 소재가 소설에서처럼 대기업에 있다면
한 개인이 그를 상대로 적절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던 것 같다. 세상에는 아카마쓰처럼 강한 개인이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대사들이 자못 날카로웠다.
정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고방식, 태도들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그게 낯설지 않다는 사실에서 약간의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의란 지켜지기
힘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지켜져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