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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평점 :
왜 이 소설의 제목은 '자유'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그게 궁금했었다.
자유와는 전혀 상관없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오히려 어딘가에 묶여 있는 듯이
갑갑하게 살아가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초반에 등장하고 있어서 의아해 했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에 '자유'라는 제목이 붙었던 것일까?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게 된다면 과연 이 제목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수긍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보통 소설보다는 페이지가 많구나 싶었다. 일반적인 소설보다는 꽤 많은 분량이었다.
하지만 스토리에 일단 빠져들고나면 책의 두꺼움이라던지 쪽수의 압박 따위는 느껴지지 않고
전혀 상관도 없으니 안심하기를 바란다.
미네소타 주의 세인트폴에 살고 있는 월터와 패티, 버글런드 부부가 이 책 속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제시카와 조이, 두 명의 아이를 기르고 있으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마냥 평온하고 화목하기만 할 것 같았던 그들의 가정은 아이가 자라나면서
점점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함에 따라 그리고 그 시간동안 아슬아슬하게 덮여있었던
수많은 불안요소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이들 가족들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월터와 패티의 사이도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만나면서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했다고 볼 수 없었고, 월터의 일방적이고 열렬한 구애에
마침내 패티가 마음을 열여주었고 그리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건 이후의 부부가
삐걱거리는 데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이들은 똑똑하게 자라나고 있지만,
아들인 조이는 성장하면서 부모와 끝이 없을 것 같은 충돌을 시작하게 되고
결국에는 이웃집으로 가출해버리는 사태에 이르고 만다.
평탄하지만은 않은 버글런드 가족들의 모습을 진행시키면서 동시에 이 소설은
패티와 월터의 성장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이 어떤 가정에서 자라났고,
어떤 일들을 겪었으며,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그래서 그들은 어떤 성격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그를 통해서 이들이 이루어낸 가정이 이후에 어떤 타격을 받게 되는지
천천히 공을 들여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다만 한 가정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 가정 안에는 여러 구성원이 있고, 그 구성원들 중에서 부부라는 존재는 이미 어떤 가정에서
소속되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그들 각자의 개성와 성격 그리고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정 내의 갈등, 중년의 위기,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환경보호,
정치적 대립, 전쟁 문제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것을 언급하고 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등장인물의 관심사나 관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그 문제들이 매끄럽게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700페이지, 읽어도 읽어도 아직 이만큼이나 남았네 싶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지겨웠다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린 건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천천히 책장을 넘길 필요가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서두르고 싶지 않았고, 적절한 속도로 페이지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더욱 이 소설 속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들에 대해서도 반감이나 억측 같은 걸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책장을 덮고나서 무척 긴 소설을 읽었구나 싶었지만, 어쩐지 그 많은 이야기에 비한다면
무척 짧은 소설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읽은 보람이 있다고 느낄만큼
여러 가지 생각을 책을 읽는 도중에 내내 불러일으키는 그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