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사이트 밀'과 '덧없는 양의 축연'의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이다.  

이번에 그가 들려줄 미스터리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그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서 책장을 넘겼다. 페이지를 펼치면 1992년의 일본이  

등장한다. 거품경제가 붕괴하던 바로 그 시점의 흉흉하고 불안했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요시미츠는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학을 입학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가 없어서 그는 휴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시 집으로 내려갈 수는 없어서 우선은 고서점에서 일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에  

눌러살고 있는 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딱히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서  

다시 복학해보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그는 다만 그 작은 고서점에서 모든 상황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해서 갑작스레 집안이 기울어서 다니고 있던 대학을 쉴 수 밖에 없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 대학을 휴학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갔던 친구들과 여자친구,  

사고로 인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을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장소가 큰 아버지의 작은 고서점이었다.

특별히 일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해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곳에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교수의 유품이었던 서적들이 대거 매입된다. 하지만 수량에 비하면  

책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책들이 들어오던 그 날, 한 여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날 매입한 물건 중에서 찾고 있는 잡지가 있다고 말한다. 그 잡지에 실린 단편소설을  

꼭 찾고 싶다는 것. 그 잡지를 찾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마음이 움직인 요시미츠는  

박스를 하나 하나 열고 그 잡지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찾던 바로  

그 잡지를 발견한다. 그 잡지를 건네주는 걸로 그만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단편소설이 4개 더  

있다며 그것 역시 찾아줄 수 없겠냐는 의뢰를 해온다. 게다가 한 편 당 거액까지는 아니지만  

넉넉한 사례비를 제안한다. 학비와 생활비를 모을 수 있는 찬스라고 생각한 그는  

큰아버지 몰래 그 단편소설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편소설이 하나씩 발견되면서  

그 소설들에 대해, 그리고 그 소설을 썼다는 의뢰인의 아버지에 대해 여러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정보들이 모이면서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소설가의 과거가 드러난다.  

의뢰인이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건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고서점 직원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요시미츠는 왜 그 의뢰를 받아들이고  

그토록 열심히 단편소설을 찾아내려 했을까. 비단 돈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분명 사례금이 있었지만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그다지 크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는 왜 그토록 그 의뢰에 매달렸던 것일까?  

단편소설의 비밀만큼이나 주목해서 볼 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발견되는 단편소설이 이 책에 실려있는데, 소설 속의 또 하나의 소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그 소설의 의미와 정체를 추측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말이다.  

5편의 단편소설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지,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추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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