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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너와 나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삶의 덕목
엄성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성공에 치열한 시대, 계산은 빠를수록 좋다.
손해 보지 않고, 시간 낭비하지 않고, 언제나 이득이 되는 쪽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다만 단기적으로 그렇다는 의미다. 세상은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이게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라 '뜬구름' 잡는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은행은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보이지 않는 '신용'을 담보도 '돈'을 빌려준다는 개념은 '신용'이라는 것이 보여지는 것보다 더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라는 것도 사실 그렇다. '돈'이라는 것은 '종이'혹은 '디지털 숫자'일 뿐이다. 이것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이유는 실제로 그 '종이쪼가리'에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신뢰'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돈이 가진 실체는 '금'이나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집단적 믿음' 대문이다. 신용, 신뢰, 평판 이런 것은 어떤 의미에서 진짜 '자산'이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라는 것은 굉장히 일차원적인 자산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신용'이 없어 오직 물물교환을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졌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오롯하게 집중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국경선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일뿐, 실제 그곳에 가면 아무것도 없다.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집단적 상상위에 세워진 질서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도 사회가 만든 공동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인권, 법, 계약 모두 종이 위에 문장에 불과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언어가 만들어낸 질서이며, '유발하라리'의 말에 의하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지혁명의 결과'이다.
우리 인간은 인지 혁명을 겪으며 사회적 허구에 가치를 부여했다. 고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가 주는 추상적 신뢰를 얻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아이의 신용'을 담보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다. '무직자'의 신용을 담보로 집을 판매하지 않는다. 대체로 '사회적 평판'은 아주 중요하다.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 이 다섯가지는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항 덕목이다.
겸손, 신뢰를 축적하는 태도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게 아니라 상대를 먼저 보겟다는 의지다. 겸손한 사람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겸손한 사람에게 비난이 아니라 기회를 더 준다. 겸손은 관계 안에서 신뢰가 무형 자산을 천천히 축적하는 방식이다. 감사, 공동체를 순환시키는 에너지다.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은 단지 예의 바른 게 아니다. 그는 받은 것을 의식하고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감사는 신뢰를 환기시키고 타인의 기여를 복리처럼 늘려준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서 신뢰를 끊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효, 책임을 자발적으로 감당하는 성숙이다.
효는 단순한 전통 윤리가 아니다. 인간이 가진 관계의 뿌리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태도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가정을 버티려는 의지력은 사회전체에 신뢰 기반과도 연결된다. 효는 책임감의 가장 오래된 형태이자, 가장 직관적인 공동체 윤리다.신뢰, 모든 보이지 않는 자산의 핵심이다.
신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없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지니는 건, 종이가 아니라, 그 종이에 부여된 신뢰 때문이다. 신뢰는 속도보다 깊이를 만든다. 겸손한 사람, 감사할 줄 아는 사람, 효를 실천하는 사람, 정직한 사람은 결국 신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정직, 평판의 원천이다.
정직은 단기적으로 분리해 보인다. 다만 신뢰와 평판의 기본 재료가 정직이다. 거짓말로 얻은 이익은 항상 그 유통기한이 짧다. 정직한 사람은 오래 기억되고, 위기에 살아남는다. 그리고 어디서나 필요로 한다. 결국 윤리란, 내가 얼마나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은 보이지 않지만 실질을 지배하는 자산이다.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그 자산을 어떻게 축적하며 살것인가에 대한 조용하고 단단한 지침서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계산적이고 약삭 빠른 집단이 언제나 승리를 쟁취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갈것 같지만, 사회가 복잡해 질수록 우리는 '인지혁명' 아래에서 더 정교해진 '사회적 허구 시스템'에 종속받는다. 다시말해 어쩌면 과거보다 더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과거에는 기껏해봐야 품앗이나 두레 같은 방식으로 '신뢰'를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정치, 사회를 포함하여 사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이런 신뢰는 대체로 '시간'이 증명한다. 우리는 '척'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지속할수는 없다. 시간이라는 무한대의 자원 아래 우리는 모두 본성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고로 이러한 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것을 '삶'에 녹여낸 이들이 가져간 '신뢰'는 어마무시한 자산이 된다.
고로 '어른'이라는 것은 '시간'이라는 자원에 의해 자연히 드러난 인격적 침식의 결과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되면서 허물을 다 드러내놓고 산다. 모두가 실수를 하며 본성을 나타내고 경력과 이력으로 자신의 모든 세월을 보여준다.
고로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꼼꼼한 신뢰'를 쌓아하는 삶을 증명해는 것과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계산적이고 더 눈앞에 이익을 쫒을 것이 아니라 신뢰라는 무서운 자산을 쌓아가야 한다는 다짐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