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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
손진석.홍준기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3년 12월
평점 :
모든 것은 '석유'으로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석유'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석유는 세계 경제와 정치의 중심이 됐다. 이 시점에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석유 패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을 세운다.
석유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곳은 어디인가. 중동이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국제 원유 거래를 달러로 독점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시작이다. 1970년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합의로 원유는 달러로만 거래됐다. 이는 미국 경제에 막대한 이점을 제공했다. 달러는 국제 원유 거래의 표준이 되면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미국은 이 시스템을 통해서 석유생산과 소비를 통제했다. 자국의 경제적 안정과 세계적 패권 유지를 위해 '원유 수송'을 위한 '해양 장악력'은 미국에게 큰 임무였다. 전 세계 원유의 상당 부분은 해양 경로로 수송된다.
수에즈 운하, 말라카 해협 등은 모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 정치적 불안이 발생하면 에너지 공급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로써 미국은 해상 경로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해양 군사력을 확장했다. 항로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미국 안보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다.
미국의 해군과 항공모함 전단은 이들 해협과 주요 항로 주변에 상시 배치되어 있어야 했다. 우방국 보호라는 '세계 경찰'이라는 목적을 넘어 자국 에너지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다.
다만 이후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자국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진다. 미국은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기존 석유 패권은 더욱 강력해졌다. 미국은 석유를 운반하던 '해양수송로'가 더이상 불필요해졌다. 세계의 안보는 미국의 주요 사안이 아니게 됐다.
'환경보호'나 '에너지 절약' 등도 더이상 지켜야 할 본질적 이유가 사라졌다. 에너지 독립을 이룬 미국에게 '산유국'은 안보는 중요치 않았다. 전 세계에서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했고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유럽과 미국의 격차는 심하지 않았다.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하면서 세계 석유 공급망은 불안정해졌다. 중동의 석유 수출에도 문제가 생겼다. 중동 산유국들은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우리나라에 빈살만이 들어와 기업가를 만난 배경도 맥을 함께 한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는 러시아로 더 기울게 된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주요 공급국으로서 역할을 확대한다. 특히 독일을 비록한 유럽 국가들에게 필수적인 에너지 지원국이 된다.
그 시기 러시아는 '흑해'를 통한 석유와 가스 수출을 확대하고자 한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인해 흑해 운송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러시아는 '흑해'를 주요 항로로 하는 '해상 수송로'를 얻고 싶었다.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계산이다. 해상으로 석유를 공급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석유를 파이프가 아닌 해상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인도', '동남아', '유럽'과 같은 시장을 더 개척할 수 있다는 말과 같고 이는 '에너지 패권'과 연결되어 있다. 고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인 '흑해 부근'까지 나아가기 전까지 전쟁을 종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나토가 쉽사리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을꺼라는 계산도 함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손해를 얻는 쪽은 당연히 '유럽'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전원을 꺼버리면 음식이 상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캠페인은 전개할 정도다.
이런 역사적 흐름 속에서 미국이 부강해지고 유럽이 빈곤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사실 '기술 혁신'이라는 말을 하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메타'와 같은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도 사실은 '석유'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회사들이다. 앞선 회사들은 데이터와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이들의 성공과 운영은 '석유'같은 에너지 자원에 크게 의존한다. 표면적으로는 디지털 데이터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기반에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며 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은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에서 비롯한다.
애초에 데이터 저장과 처리는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테슬라의 '교류전기'의 특성상, '잉여 에너지'는 필수불가결하다. 고로 이런 잉여 에너지는 대부분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된다.
오늘 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3천을 넘어섰는데 잉여 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데 '데이터'만큼이나 '암호자산' 채굴이 그 몫을 한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에너지 패권을 이미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입지가 불보듯 뻔하다.
유럽이 '환경', '친환경'을 외치는 이유도 이에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금 당장 몇년은 알 수 없으나 세계적인 흐름에서 한국의 입지는 꽤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정유 능력을 보유한 국가다. 또한 2023년 기준으로 전세계 조선소의 VLCC 수주잔량은 12척이며, 이중 한국이 33%를 담당한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심에 있으며 원유 주요 생산국인 중동, 러시아, 미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를 통해 원유를 효율적으로 수입하고 정유 후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미국, 인도 시장으로 분배할 수 있다.
또한 단순 가공을 넘어 데이터 산업과 같은 첨단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