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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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겪어봄직한 사소한 이야기다. 작가를 잊고 있다가 다시 확인하니, '불편한 편의점'을 쓴 '김호연 작가'의 글이다. '작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잊혀질 만큼 누군가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예전 친구와 '영화'나 '소설'의 관전 포인트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대체로 재미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은 모두에게 비슷한 재미를 줄 것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네이버 평점'이 나의 견해와 다른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대체로 그 작품에 대한 가늠이 가능하기도 했다.

다만 친구와 내가 느끼는 '재미있는 작품'의 기준은 꽤 달랐다. 친구의 경우, '해피앤딩' 작품을 좋아한다. 모든 갈등이 시원하게 해결되며 영화가 끝나는 작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실제 어떤 작품은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꼬와두었던 모든 갈등을 너무 싱겁게 해결해 버리며 마무리 해 버린다.

그런 작품에 나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우리 삶에서 그처럼 어떤 시점으로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나는 그런 '해피앤딩'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것 보다 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친구의 주장은 이랬다. 현실을 표현하려면 '현실'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비현실을 '대리만족'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도 그렇다. 나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지나치게 '선과 악'이 구분된 경우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보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분명하지 않다.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면 '살인자'라는 인물에 대해 '악'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어떤 범죄를 옹호하고 싶진 않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만의 선을 행하고 살아간다. 어떤 행위이던 거기에 당위성이 스스로에게 부여되지 않으면 인간은 행동하지 않는다. 고로 어떤 의미에서 모든 행동은 '선'을 동반한다. 악이 왜 악이 됐는지, 행위자의 선은 어떻게 '악'으로 비춰지는지, 그것을 관찰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포인트는 '관계'에 관한 포인트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는 '허준'이다. 허준을 볼 때도 여러 포인트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관계'다. 완전히 외지에서 온 '허준'이라는 인물이 '유의태', '유도지', '임오근', '구일서', '안광익'이라는 인물과 꾸준하게 인연을 맺어간다. 이 과정에서 서로서로가 '잘 아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렇게 인물이 얽히며 인연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프리즌브레이크'나 '포레스트 검프'를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은 이렇게 인연이 얽혀지는 관전 포인트를 담고 있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이런 의미에서 굉장히 취향저격한 소설이다. 모든 일이 각본처럼 목표를 향해 흘러가지도 않고 적당히 비극과 희극이 섞여 있으며 관계가 얽혀진다. 나중에 안 사실은 이 소설이 지극히 작가 경험담이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진실을 넘어서는 허구는 존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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