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문해력이 평생 성적을 결정한다 -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최고의 교과서 활용법
오선균 지음 / 부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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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보니 '학업성취'를 결정하는 것은 '책'이 아니다. 그럴싸하다. 책과 성적은 상관관계는 있으나,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문해력이 부족한 시대다 보니, '책읽기'가 마케팅으로 꽤 유용한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부자가 되고 싶으면 책을 읽어라', 혹은 '우등생이 되고 싶으면 책을 읽어라'와 같은 메세지가 유행한다.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면 사람들이 상어의 공격을 받는다. 실제로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릴 때마다 사람들은 상어의 공격을 받는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의 판매가 상어의 습격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바닷가를 방문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릴 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은 이유는 책이 성공을 보장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쩌면 아이스크림과 상어의 습격만큼이나 몇 번의 상관관계를 거쳐야 도달하는 거리일지 모른다. 곰곰히 생각해보건데, 책은 어떤 이유로 '부'와 연결되어 있고, 어떤 이유로 '학업'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연결짓기에 따라 '행복'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은 정말 '만능'일까. 그렇진 않다. 곰곰히 생각해 보건데, 책과 관계로 연결된 그것들에는 중간을 잇는 '다리'가 하나 있다. 바로 '목적의식'이다. 어쩌면 '주체성'과 관련 깊다.

'책'을 많이 읽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학업 성적'이 우수해지는 것도 아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려서 상어에게 습격 당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주체성'과 연관된다. '주체성'은 매우 중요하다. 주체성은 '독해력'의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무개도 ATM기기에 적힌 '아랍어', '독일어', '영어' 중에서 '영어'를 선택한다. 부모가 등떠밀고 선생이 강압적으로 시켜도 하지 않던 '영어 읽기'를 본인이 필요하면 하게 된다. 목적이 생기면 그때는 주체성이 생긴다. 반복이 가능하고 지속이 해진다. 그것은 '문해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독해력은 '주체성'이다. 글을 '읽어 내느냐'와 '읽게 되느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어린시절 공부에 있어서 '게을렀던 성인'도 사회인이 되면 제 몫을 해낸다. 세상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못한 대부분의 성인도 각자 자신의 위치를 꾸리고 살아간다. 우리를 구성하는 사회는 대부분 '야간 자율학습'을 도망간 경험이 있거나, 공부보다 친구가 더 좋았던 이들로 이뤄져 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숙제도 제대로 하지 않던 이들이 갑작스럽게 '사회 구성원'으로 충실을 다하는 이유는 '이제' 목적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목적의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가족일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다. 한 번도 책을 펴보지 않던 성인도 갑작스럽게 관련 서적을 독파해 나갈 지 모른다. 목적의식은 '주체성'을 만들어낸다.

대한민국 성인 중 서울대 졸업 비율은 0.87%도 되지 않는다. 인서울대학 졸업비율도 10% 안팍이다. 성인의 80% 이상은 현재를 기준으로 3등급 이하 성적이라 유추할 수 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바라는 눈높이가 상위 10%를 평균으로 두고 있기에 나머지 90%는 이상한 열등감과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책 한 권 읽지 않아도 학업 성적이 좋은 경우가 있다. 책을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유전자일 수도 있고 환경일 수도 있겠다. 다만, 분명 책이 절대적인 영향은 아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의식과 목적의식 등의 상위에 존재하는 '주체의식'이다.

자신이 분명한 인식과 판단에 근거하여 행동에 방향을 싣는 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톰 크루즈, 알버트 아인슈타인, 애거서 크리스티, 리처드 브랜슨은 모두 어린 시절 낭독증 진단을 받았다. 다만 그들은 세계적인 기업가 혹은 연구가, 사업가, 예술가 등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책'이 만능이라면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책은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꽤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것이 '성패'를 가르는 키워드가 되진 않는다.

이는 화약을 닮았다. 화약은 중국에서 발명됐으나 이들은 화약을 주로 폭죽이나 불꽃놀이를 하는데 사용했다. 오락용으로만 사용되던 화약이 유럽 국가로 넘어가면서 역사를 바꾸었다. 유럽은 군사적 목적으로 화약을 사용했다. 이들은 화포와 총기를 개발했고 세계적으로 식민지를 확장했다. 역사를 바꾼 것은 '화약' 그 자체가 아니라, '화약'을 사용하는 '주체자'에 달려 있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그것은 몹시 중요하다. 헬렌 켈러는 생후 19개월에 병으로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었다. 그는 한 장의 책도 눈으로 보지 않고도 1904년 우등으로 라드클리프 대학에 입학 후 우등으로 졸업한다. '오디오북은 효과가 있는가'. '전자책은 효과가 있는가', '어느 학원을 다녀야 하는가',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가'

부모가 고민하는 그러한 고민들은 결국 '주체성'을 앗아가는 고민이지 않는가. 주체성은 외부에서 심어주는 것이 아니다. 주체성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해내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면 '그깟 책' 한 권 읽지 않고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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