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 - 개정증보판
송재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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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아이들을 두고 잠시 외출을 했다. 그 짧은 시간에 아이들 '친구'가 집으로 놀러 왔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집에서 놀아도 되는지 물었다. 어른 없는 집에 아이들끼리 두기 걱정되서 '어른' 연락처를 받았다. 상대방에게 상황을 말씀 드리는 사이에 친구가 돌아간 모양이었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에게는 '저녁'에 다시 오라고 일러두었다.

저녁 6시 30분이 되자, 아이의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무얼 먹고 싶냐고 물었다.

"마라탕이요!"

아이의 친구가 말했다. 우리 아이는 '마라탕'은 커녕 빨간색 음식은 입에도 못댄다. "마라탕? 마라탕 먹을 수 있어?"

물었더니, 아이가 요즘 유행이란다. 아이의 목에는 휴대폰이 걸려 있었다. 아이와 마라탕집으로 갔다. 마라탕집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이는 능숙하게 '보울'에 이것 저것을 담았다.

'분모자, 뉴진면, 넓적당면, 숙주...'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마음껏 담았다. 처음에는 '아저씨'라고 부르다가, 이내 친해졌는지, 아이는 '삼촌'이라고 불렀다.

"삼촌, 뉴진면이 왜 뉴진면인 줄 아세요?"

"왜 뉴진면인데?"

"뉴진스가 좋아해서 뉴진면이에요."

"뉴진스? 그게 뭔데?"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여덟살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뉴진스'가 무엇인지 물었다.

"삼촌은 뉴진스 몰라요? 하입보이 뉴진스?"

거의 확실하건데 우리 아이들은 '뉴진스'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8살 입에서 나온 '하입보이'라던지, '뉴진스'라는 말이 어색했다. 아이는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 속 짧은 영상을 봤다. 우리 아이에게 철저하게 금지된 행위다. 쌍둥이가 쪼르르 와서 물었다.

"아빠, 나도 친구 핸드폰 영상 봐도 돼요?"

된다고 했더니 아이는 어깨 넘어 아이의 영상을 봤다. 그날 아이의 친구는 쌍둥이와 대화를 하다가 '대화'가 막히는 순간에 나의 눈을 봤다.

'이런 걸 왜 모르지?'하는 눈빛이었다. 1학년이기에 아직 '발달'의 차이가 있을까.

식사를 마치고 아이는 '빙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어디를 갈까, '설빙'으로 정했다. 아이는 가자마자 말했다.

"삼촌, 망고 빙수랑 미니붕어빵이요!"

아이의 말에 그대로 주문했다. 쟁반을 내려 놓는 나를 보고 아이가 물었다.

"삼촌 '속' 뭘로 했어요?"

"응?"

"혹시 슈크림 맞죠?"

"응"

아마 우리 아이였다면, '노랗고 달콤한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슈크림'과 '속'이라는 말을 알고 있는 아이였다. 아이의 빙수를 시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함께 시켰다. 찬 커피의 유리잔에 '물기'가 맺혔다. 그것을 숫가락 뒷면으로 슥슥 긁어서 냅킨에 글을 썼다. 한자 '나무 목'을 썼다.

아이의 친구가 말했다.

"'나무 목'이네요?"

"어? 한자도 알아?"

우리 아이에게도 한자를 가르켰다. 가르켰다기 보다 몇 번을 함께 봤다. 아이들은 몇 개의 글자는 알아도 획이 3획만 넘어가면 몰랐다. 친구는 꽤 많은 글자를 알고 있었다. 시험하고자 꽤 어려운 한자를 써서 보여줬다. 아이는 그것 또한 맞췄다.

"대단하네." 라고 아이에게 말해 주었다. 아이는 갑자기 영어를 물었다. 아이가 묻는 질문에 답하니 아이가 말했다.

"오, 삼촌 대단한데요?"

"고.. 고맙네.."

아이는 '성인'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어휘력'을 갖고 있었다. '한자'와 '영어', '수학' 등 많은 과외, 학원을 다녔다. 부모의 조급함이 사교육을 부축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육철학'이 흔들렸다. 저녁 8시 20분, 아이가 놀기 좋은 곳이 있다며 알려 준다고 했다. 아이에게 '쌍둥이'들은 8시에 잠을 잔다고 일러주었다. 아이는 놀랐다. 자신은 아홉시나 열시에 잠을자고 8시에 일어난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이가 물었다.

"아빠, 왜 우리는 핸드폰 없어요? 친구는 있던데?"

아이의 목에 걸린 스마트폰으로 아이는 '뉴진스'와 '마라탕'이 '핫'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들이 아이의 '어휘력'을 늘려 주지는 않았을까.

그날,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를 재우고 생각에 잠겼다. 하루종일 떠올린 생각을 정리해 봤다. '비교'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얄팍한 교육철학이었던지, 쉽게 흔들렸다. 내가 고집하는 교육철학은 이랬다.

-책읽기는 '문해력'을 길러주고 '어휘력'을 높여준다.

국어, 영어, 사회, 역사, 과학 등의 과목은 '문해력'의 차이가 '성적'과 연결되어 있다. 아이는 언젠가 '선생'으로부터 독립돼, 스스로 '혼자' 공부해야 한다. 꾸준히 '선생'을 공급하던지, '책'을 공급하던지, 그것은 문해력이 결정한다.

나는 선생이 아니라, 책을 공급하기로 했다.

-책읽기는 '수학 능력'도 길러준다.

왜? '15+13= ?' 이라는 문제는 단순 훈련으로 길러질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문제는 그렇지 않다.

문제: 철수와 영희가 길을 가다가 사탕을 사먹기로 한다. 철수가 열 다섯 개의 사탕을 구매하고 영희는 그보다 두 개를 덜 골랐을 때, 이 둘이 산 사탕의 총 갯수는 몇 개인가.

단순 계산만 연습한다면 어쨌건 고득점에 실패 할 수 밖에 없다. 산수은 언젠가 저절로 익혀지지만 '수학'은 문해력과 논리력을 확인하는 일이다.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점차 떨어져 나갈 것이 분명하다.

-책읽기는 '한자'와 '영어' 능력도 길러준다.

책읽기는 '어휘'를 높여준다. '무능력', '무대응', '무가치' 등 여러 어휘를 접하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의식치 못하게 인지할 것이다. 그때 '없을 무'의 존재를 안다면 반드시 단순 암기하는 것 보다 이해가 빠를 것이다.

영어는 어느 순간 '문법'을 묻지 않는다. 수능 영어에서 '문법'은 한 두 문제 정도 나올 뿐이다. 영어는 '편지글', '일기문', '주장문', '설명문' 등. 다양한 글을 읽고 그 의도와 주제, 주장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것은 단어 암기와 별개로 글읽기가 필수적이다.

그날 잠들기 전, '초등 1학년, 책읽기가 전부다'라는 책을 읽었다. 다시 다짐한다. 흔들리지 말자. 초등시절은 그릇을 채울 것이 아니라, 그릇을 키우는 시기다. 아이의 학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학교에서 쌓이는 '열등감'을 없애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본 학습'은 필요하다. 즉, 공부는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기본이기는 하다. 조급해 하지 말고 본질로 다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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