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아프리카 베냉에서는 꽤 아주 특이한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 2001년, 서아프리카 베냉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절도는 사람들을 화가 나도록 했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사람들은 용의자에게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인 다음 그가 타죽는 것을 지켜보기까지 했다. 화가 난 군중들은 '이것'을 흠친 용의자 다섯 명을 죽이기도 했는데 이 살인 사건의 발단은 '절도' 였다. 군중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났으며, 무엇을 훔쳤기에 그토록 분노 했을까.

베냉의 남자들은 인근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것'이 도난 당했다고 소리쳤다. 이 소시를 들은 주변 군중들은 도둑을 향해 달려 들었다. 그리고 집탄 폭행과 살인은 저질렀다. 그렇다. 그들이 도난 당한 것은 바로 '남성의 음경'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집단 히스테리 혹은 '사회적 패닉'의 형태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자신의 음경이 점점 줄어들거나 완전히 사라졌다고 느꼈다. 실제로 '그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느끼게 되는 '뇌의 착각'은 집단적으로 강한 두려움과 사회적 혼란을 만들었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근거없는 믿음과 사회, 경제적 불안정이 결합한 결과로 봤다. 실제로 뇌는 물리적 실체와 상관없이 무언가가 없다거나 사라진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신체편집분열증'이라 부른다. 좌측 편마지와 관련해 신체편집분열증을 앓는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가 '소'의 것이라던지 다른 인격의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일들은 조금더 '실천적인 의지'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바로 신체통합정체성장애(BIID)이다. 이 장애를 갖게되는 환자들은 자기 몸의 일부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금각과 함께 극심한 우울,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리고 이 낯선 몸을 자신으로 부터 잘라내고 싶어하는 강한 의지를 갖는다. 어떤 누군가는 자신의 손을 '시어머니의 손'이라고 여겼고, 어떤 누군가는 자신의 어떤 손을 지하철에 두고 내렸다고 여겼다.

1970년대 존스홉킨스대학의 '정신호르몬 연구실'에서의 일이다. 어느날 이곳에서 일하는 이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이 전화의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전화 상대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잘라줄 외과 의사를 찾고 있었다. 그는 13살부터 자신의 다리를 잘라내고 싶어 했으며 그러한 의지는 집착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다리를 잘라내고 싶어했언 이유는 성적인 이유였다. 그는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성적 흥분을 했다. 또한 다리가 절된단 사람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했는데, 이후에는 자신의 다리를 잘라낼 의사를 찾아 다니곤 했다. 그러나 역시 당시에도 이는 '의료윤리적 문제'로 의사들에게 거절되는 일이었다. 결국 자신의 다리를 절단해 줄 의사를 찾지 못하자, 그는 결국 결심을 했다.

그는 스테인리스 쇳조각을 줏어다가 자신의 다리를 찔렀다. 이후 망치로 쇳조각을 내리쳐서 정강이뼈에 박아 놓았다. 정강이빼에 박힌 쇳조각을 다시 빼내자, 피부에서 뼈까지 이어지는 구멍이 생겨났는데, 그는 그 구멍 속에 얼굴 여드름에서 짜낸 고름, 콧물을 섞어 만든 오물을 채워 넣었다. 이후 그 오물들이 자신의 정강이뼈에 심각한 감염을 만들어주길 기다리다가 의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날 의사는 그의 다리를 성심히 치료했고 그는 두 발로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일에 대한 집착과 착각은 대체로 '주술'이나 '종교' 등에서 다뤄진다. 그러나 현대 과학에서 이들이 모두 '뇌'가 벌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1972년생 에리카 라브리에는 미국의 양궁선수다. 그는 1999년 일본에서 처음 양궁을 시작했으며 뉴욕에서 열린 제42회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FITA팀 기록을 깼다. 또한 IFAA 실내 선수건 대회에 참여하여 2007년에도 금메달을 획득하고 독일 만하임에서 단일 라운드 세계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04년 그는 한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로 인해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뀐다. 그가 사랑에 빠진 대상은 바로 '프랑스 파리의 마르스 광장에 서 있는 '에펠탑'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스치고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였다. 그녀는 2007년에는 에펠탑과 결혼식을 했는데 그로 인해, 그녀의 이름은 현재 '에리카 라브리에'에서 '에리카 에펠'로 바뀌었다. 그는 무생물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조직인 OS 인터네셔널의 설립자로 활동하고 있다.

뇌는 그밖에 꽤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충격에 의해 누군가는 감정을 잃기도 하고, 누군가는 천재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는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은 모두 같은 것을 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적은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만화처럼 단절된 현상을 보는 이도 있고 어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손에 달린 손이 수박만큼 크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 뇌와 연관된 일이다. 이런 현상은 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없는 일도 아니다. 꽤 적지 않은 사례가 보고 되고 있으며 실제 보고되지 않은 사례를 합한다면 이는 어쩌면 흔한 일이거나 누구에게나 일생 중 겪어 볼 만 한 일이다. 명백하게 손에 붙어 있는 손가락을 보고도 손가락이 없다고 믿는 이들은 다른 인지나 지능에서 보통 범주의 사람들이다. 이들이 이런 착각을 하는 이유가 생물학적인 이유라면 나 혹은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도 이런 착각을 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우리는 모두 같은 색을 보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같은 모양을 보고 있으며,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가. 알 수 없다. '뇌'를 연구하는 것은 어쩌면 '우주'을 연구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고도 신비한 일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