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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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창 좋아하던 노래 중 'SG워너비'의 '한여름 날의 꿈'이라고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과는 '날'과 '밤'이라는 하나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연하게 이 노래를 접한 것은 이범수, 이선균 배우가 출연한 '뮤직비디오' 때문이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6.25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을 배경으로 한다. 한 때 가장 친했던 친구 둘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이때 벌어지는 다양한 감정이 '뮤직비디오'와 함께 '노래'로 재구성 되었다.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쏙 빼다 닮았다. 비극과 희극이 섞여 있는 이 음악이 다루는 '사랑' 이야기는 어느 하나는 이루어지고 어느 하나는 이루어지지 못할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희곡의 제목은 왜 '한여름 밤의 꿈'일까.

어린 시절에 내가 가장 무서워 했던 꿈이 있다. 나는 형체없는 존재였는데 나의 아래로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이 절벽은 가파르다 못해, 경사도가 수직에 가까웠는데, 이 수직의 절벽을 십 수마리의 악어가 엉금엉금 기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같은 꿈을 꽤 여러 차례 꾸었다. 단 한번도 악어가 나에게 도달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꿈을 꾸고 난 뒤에 이마와 베개는 흠뻑 젖어 있었다. 가만 돌이켜 보면 꿈속에서 나는 팔도 다리도 없는 그저 관찰자에 불과했다. TV화면처럼 악어가 절벽을 기어 올라오는 그 장면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왜 나는 그 비현실적인 꿈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는가.

아마 꿈이라는 것의 특성 때문에 그런듯하다. 꿈에서 느껴지는 '공포', '사랑' 따위의 감정은 그것이 비록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이라 하더라도 '감정'만큼은 진실하다. 그 감정은 실제보다 더 실제같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공포스러운 감정과 사랑하는 감정 그런 것들이 사실은 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요정과 마법이 등장하고 때로는 신화속 인물들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거기에 흠뻑 이입할 수 있는 이유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무더운 여름날 생생하게 꾸웠던 나의 '악어 꿈'과 같이 '감정'에 깊게 몰입된 꿈의 이야기 일지 모른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감정. '사랑'이다.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사랑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참사랑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또한 '사랑은 저급하고 천하며 볼품없는 것을 가치 있는 형체러 바꾸어 놓는다'

이 두 가지 메시지는 사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사랑'은 모든 것에 해답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어떤 철학을 막론하고, 어떤 음악과 시를 막론하고 역사는 '사랑'을 말한다.

다만 대부분의 고통 또한 '사랑'과 엮여 있다. 고백에 거절 당하거나, 연인들 사이에 오해나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스치듯 지나가는 자에게 가질 수 없는 섭섭함이나 갈등, 오해, 증오는 때로 가장 가까운 사람과 일어나는 일이며 그 완성은 없고, 완성으로 가는 길은 아픔을 수반한다.

'한여름 밤의 꿈'은 고대 아테네의 신비한 숲에서 일어나는 네 명의 연인과 요정들의 이야기다. 글에는 '사랑의 묘약'이 등장한다. 단순히 눈가에 뿌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변덕스럽게 바뀌어 버리는 사랑의 대상은 그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희곡은 사랑을 반대하는 아버지로 부터 시작한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내가 사랑하는 이와 같이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이가 다른 이를 사랑하는 복잡한 형태의 실이 무성의하게 얽혀 있다. 다만 어떤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실타래가 완전히 정리될 때, 우리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않는가.

사랑의 경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장애물과 극복해야할 시련들 이런 것들은 때로 '마법'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로 각색되어 있어도 여전히 우리에게 공감을 준다. 희곡을 통해 보여지는 '사랑'은 사실 누구에게나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이야기다. 거기에는 '사랑의 묘약'이나 '요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만큼 비상식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초능력적인 힘'이 있다. 때로 어떤 경우에는 그 여장 중에 만나는 오해와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꼬꾸라지는 경우가 있다. 다만 어떤 사랑도 완성을 향해 나아갈 뿐 완성이란 없기에 우리는 목적지 없는 여정의 어느 부분에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일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공부하고 사랑에서 겪는 실패와 실망으로 더 강인한 내면을 갖게 한다. 또 다른 사랑에 대처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하고.

때로는 어떤 사랑에는 '실패'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지만 그것은 멀리 봤을 때, 실패가 아닌 완성의 조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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