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10분 계산력 : A2 - 유아 7세~초등 1학년 날마다 10분 계산력
애플비북스 편집부 지음 / 애플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한다고 하면 거들 뿐이다.

도와 달라하면 도와주지 않는다. 다시 읽어보라고 할 뿐이다.

잘 한다고 칭찬하지 않는다. 한다고 칭찬할 뿐이다.

맞으면 기뻐하지 않는다. 틀리면 '보석을 찾았다!'라고 말해준다.

아이가 문제집을 가져 오더니 옆에 앉는다. 바스락 바스락 거리더니, 문제를 푼다. 가만 지켜본다. 한 아이가 문제를 풀기 시작하니, 옆에 아이가 문제집을 가져온다. 그렇게 그닥 요청하지 않는 공부 시간이 시작됐다.

꽤 했던 것 같다. 안 하겠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 하겠다고 하면 하라고 한다. 그 뿐이다. 다만 아빠가 있는 자리에 오고 싶어 할 때, 책이라도 가지고 오라고 한다. 한참을 문제를 풀던 아이가 '채점'을 해 달라고 한다.

다율이가 푼 문제를 채점하다가 틀린 문제를 발견한다. 가차없이 표시한다.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가차없이 표시한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하더니, 이내 울고 만다.

"근데 왜 우는거야?"

묻는다. 아이가 맞은 걸로 해달라고 떼를 쓴다.

"왜 틀렸는데, 맞은 걸로 해?"

그러자,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하고 떨어진다.

"틀린 거는 보석을 찾은 건데, 왜 없애?"

아이에게 틀린 거는 보석이라고 말한다.

옆에 있는 아이는 100점이었다. 아이에게 말했다.

"어이그, 바보같이 하나도 안 틀렸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묻는다.

"아빠. 안 틀리는게 좋은거야."

그러면 다시 말한다.

"안 틀린게 뭐가 좋아. 보석을 하나도 못 찾은 건데."

농담반 진담반 이렇게 말하자, 아이가 말한다.

"아빠, 이런 건 보석이 아니야."

그러더니 자기가 모아두던 보석함을 가져온다. 거기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보석이 잔뜩 쌓여 있다.

"이런 게 보석이거든?"

가만히 지켜보더니 다시 묻는다.

"너 그걸로 아이스크림 바꿔 먹을 수 있어?"

"아니"

"그런데 틀린 문제 찾아내면 나중에 아이스크림으로 바꿔 먹을 수가 있어. 바보야."

아이가 '아 그렇구나' 한다.

그러다니 자기도 틀린 문제가 있다며 보여준다.

"아빠, 이거 틀린 거 사진 찍어주면 안돼?"

그러더니 틀린 문제를 인증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틀린 문제를 자랑스럽게 펴고 사진을 찍는다. 드디어 웃는다.

"보석은 잘 모아 두었다가, 다시 공부 해야돼. 그거 잊어먹거나 까먹으면 절대 안돼!"

그러자 아이가 말한다.

"어이그, 누가 보석을 잊어버리냐?"

그러더니 틀린 문제에 '브이 표시가 아니라 하트 표시를 해놓는다.

가만보면 학창시절이나, 성인이 된 후나 오답노트가 가장 중요하다. 무언가를 계속 진행하고 반복하다보면 자신이 계속 같은 부분에서 실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그것이 더이상, 실수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이는 수학문제를 배웠지만 나는 인생을 느꼈다. 그렇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는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그것을 잘 모으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데 말이다.

요즘은 그것을 '메타인지'라고 그럴싸하게 부르지만, 그냥 단순히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지겹게 들었던 말이다.

사람에게는 아는 영역이 있고 알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또한 자신이 알고 있다고 아는 영역과 알지 못한다고 알고 있는 영역이 있다. 다만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 다시 더 깊게 들어가 보자면, 그자체를 모른다는 것 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만 보면, '일기'를 쓰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메타인지'를 향상시키는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잊고,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지를 잊고, 어떤 성공을 하고 있는지를 잊는다.

이상하게도 학창시절에 배운 배움의 노하우를 '배움'의 노하우로 그치고 '삶의 노하우'로 사용하지 못한다.

얼치기로 때려 맞춘 정답에 자만하고, 최선을 다한 오답에 좌절하며, 맞춰놓고 성장하지 못하고, 틀려 놓고 성장하지 못한다. 과연 성실하게 답을 적어놓고 그 정답과 오답을 진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받아들인 정답에 수긍하고 오답에 안도감을 느끼며 다음 단계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가.

돌이켜보면 삶이 덧셈, 뺄셈보다 지극히 어려울 것 없는 난이도 임에도 혼자서 정답없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착각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