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몽어스 크루원의 일기 1 - 첫 번째 우주 비행 어몽어스 크루원의 일기 1
마크 파워스 지음, 한성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 5시 50분이 되면 로봇청소기가 돌아간다. 모터 출력은 최대치다. 큰 소리가 난다. 청소기가 돌아가면 자고 있던 아이들이 깬다. 6시가 되면 아이들은 '오늘의 학습'을 가지고 온다.

한동안, 아이들은 오늘의 학습을 한다. 대략 30분 정도가 걸린다. 아이들이 눈을 뜨자마자, 학습을 하는 이유는 학습이 끝나지 않으면 학교가 끝난 뒤에 놀지 못하고 학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습이 끝나면 '그림일기'를 쓰거나 동화책을 읽는다. 나 또한 옆에서 책을 읽는다.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스케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과정에서 소리를 치거나 강제로 시키지 않는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

"하는게 좋지 않나.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않아도 돼.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그러면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하겠다고 한다.

아침부터 시끌시끌하다. 고로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냥 가볍게 읽고 넘긴다. 그렇게 아침 '할일'하는 타임과 독서하는 시간을 가진다.

일곱 시 반이면 아침 식사를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아이들은 자기 전에 식탁 위에 알림장을 꺼내 둔다. '아빠가 확인해야 하는 서류'다. 서명할 것은 서명한다. 그날 학교에서 있을 스케줄이나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한다. 나중에 준비해야 할 것은 따로 빼놓는다.

식사를 마치면 아이들은 세수와 양치질을 한다. 또한 미리 꺼내 놓은 옷으로 갈아 입는다. 옷을 갈아 입으면 알림장은 가방에 집어 넣는다. 가방에 집어 넣을 때 가방 정리도 한다. 친구들과 같이 만들었던 색종이, 장난감, 쓰레기 등을 정리한다.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안락의자에 앉는다. 책을 읽는다. 아이가 지나가며 말을 건낸다. 가벼운 대화다.

학교 준비는 철저하게 본인이 하도록 한다. 옷 입고 가방 준비도 모두 스스로 하게 한다. 규칙이 있다. 모든 해야 할 일이 완벽하게 끝나면, 그에 맞는 '완벽한 자유시간'을 준다.

아침에 해야 할 일은 이렇다.

일기쓰기, 독서, 오늘의 학습.

다시 말하지만 강제적으로 시키지 않는다. 권유하고 선택하게 한다. 그 과정에 유도는 존재한다. 그리고 했는지만 확인만 한다. 결과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숙제를 다하면 놀이터에서 놀아도 좋고, 바닷가에서 모래를 실컷 만져도 좋다. 옷이 더러워지거나 손과 발이 더러워지는 것은 괜찮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면 샤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다 끝나면 만들기나 소꿉놀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디서 보건데, 아침에 쓴 일기와 저녁에 쓴 일기는 완전히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아침에 쓴 일기는 이성적이고, 밤에 쓴 일기는 감성적이다. 대체로 밤에 일기를 쓰는 것을 사람들은 선호하지만 밤에 일기를 쓰다보면 너무 감성적으로 하루를 판단한다. 친구랑 싸웠거나 속상한 이야기를 잔뜩 적어 놓는다. 다만 아침에 글을 쓰면 차갑게 감성이 내려 앉아, 그날의 계획이나 목표를 쓰게 된단다. 숙제나 해야 할일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하는 편이 좋다. 모든 에너지를 쏟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냥 쉬는 것'이 최고다. 거기에 앉아서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부담이 있다면 반드시 거부감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일과를 묻는다. 아이들이 주절 거린다. 친구 이야기와 선생님 이야기를 한다. 가만히 듣고 있는다. 또한 아이가 배웠다고 하는 어떤 주제에 대해 자꾸 딴지를 건다.

"아빠!, 줄을 설 때, 팔을 벌려야 돼."

아이가 이렇게 말하면 꼭 딴지를 건다.

"왜? 팔을 왜 벌려야 하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 거래."

"왜? 선생님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 거래?"

"그건 모르지"

"모르는데 왜 해? 다율이는 몰라도 그냥 하는 사람이었어? 선생님한데 왜 해야 하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아, 맞다. 내일 물어 볼려고 했는데, 깜빡했어. 내일 물어볼꺼야."

그러면 아이가 다음날 선생님께 물어 본다. 행위에는 '본질'과 '목적'을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중요하다. 왜 그것을 해야하는지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는 어떤 교육 철학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일종에 대화 습관 같은 거다. 또한 반응이 재밌기도 해서다. 가끔은 괜히 반대가 될만한 답을 내놓는다.

"아빠, 발표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아?"

"발표할 때는 친구랑 딴짓하면서 발표하는 거 아냐?"

그러면 아이는 아니라고 정색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

그러면 아이가 줄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교육학에서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이 '교육'이라고 한단다. 다시 말해서 어디서 듣거나 보는 것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이란다. 고로 일부러 틀린 대답을 말하고 왜 그런지 설명을 듣는다.

여기에는 교육철학이 있느냐, 그렇지 않다.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것이 재밌고 그 반응을 보려고 하는 일일 뿐이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면 외투를 걸어 놓고, 책가방에서 알림장을 꺼내 놓는다. 책가방은 현관 문 앞 신발장에 나란히 정리한다. 모든 해야 할 일을 다하면 선택권을 준다.

"밖에서 놀거야? 씻고 쉴꺼야?"

아이가 대답하는 대로 한다. 아이가 샤워를 한다. 깨끗하게 씻고 나오면 머리를 말려준다. 그 전까지 책을 보고 있는다. 아이가 깨끗이 씻고 나오면 다음날 학교 갈 때 입을 옷을 꺼내 놓는다. 그 쯤되면 3시다. 3시에는 청소기가 돌아간다. 청소기가 돌아가면 바닥에 있는 물건을 빨리 치워야 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집안일을 시작한다. 옷을 세탁기에 넣고 정리를 한다. 이렇게 정리가 모두 끝나면 그때부터는 자유시간이다.

일을 하러 나갈 때가 되면 아이는 무한대의 놀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아침에 모든 것이 끝났을 때다. 모든지 다 해도 좋다.

단, 결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할 수 없다. 일단 중요한 것은 우리집에 전자기기 충전선은 모두 '세탁실'에 있다. 세탁실의 깊은 곳에 C타입 충전선과 라이트닝 충전선,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충전기가 있다. 고로 집 전체에 전자기기가 없다. TV는 당연히 없다.

아이들이 잠에 들 때는 책을 읽어준다. 또래 책을 읽어주는 일이 힘들 때는 오디오북을 틀어준다. 아이가 잠에 든다. 그러면 몰래 일어나 그때서야 스마트 기기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한다.

몇 일 전에 하율이가 서점에서 '어몽어스'를 사야 한다고 했다. 어찌나 절실하게 찾던지 점원 언니에게 어몽어스를 한참 설명했다. 언니가 묻기에, 어몽어스는 워낙 많아서 어떤 걸 찾는지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어찌됐건 본인이 생각하는 책을 하나 사고 왔다. 몇 일 간 그 책을 읽지 않았는데, 지난 주에는 그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다.

읽었다. '어몽어스', 어린이가 읽는 책인데, 이렇게 재밌단 말이야.

어휘가 조금 쉽고 내용이 단순해서 그렇지.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구성이 어린이 책에서도 그대로 있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극중 주인공인 '빨강'과 '파랑' 누가 범인일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개인적으로 아이보다 내가 더 재밌게 읽었다. 1권에서 내용이 정리가 됐는데, 2권도 있다고 한다. 2권에 내용도 너무 궁금한데, 아직 하율이가 2권을 사고 싶다고 하진 않는다. 나중에 서점에 가면 하율이에게 2권을 읽어 볼 생각이 있는지 묻고, 사서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