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슬픔엔 영양가가 많아요
강지윤 지음 / 봄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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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각 책마다 쓰여있는 문자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 문자를 담고 있는 포장지와 책이 품고 있는 촉감과 냄새가 그 책의 정체성을 형성한 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접시에 담고 있는지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는 것 처럼 이 책을 담고 있는 겉표지는 슬픔을 위로한다는 것을 대변하듯 부드러운 촉감을 갖고 있다. 벨벳 느김의 부드러운 표지와 감각 있는 디자인은 이 책을 펴기도 전부터 책에 기대하게 만든다. 누구나 가슴 속에 슬픔 하나 이상씩은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을뿐이다. 이 책은 다소 낮은 텐션을 유지하며 슬픔이 있는 누군가에 공감해준다. 하지만 위로는 아니다.

단, 한 시간이면 속독으로 다 읽을 수 있을 분량의 책을 나는 3일이나 걸려 읽었다. 어떤 날 우연하게 폈던 책의 페이지를 읽고 수 시간을 다음 페이지로 넘기지 못하는 그런 날을 3일이나 반복했다. 앞서 말한대로 책은 슬픔에 대한 위로를 하지 않는다. 다만 너만 그렇지 않다는 공감만 해줄 뿐이다. 가끔은 이래라 저래라 하는 해답에 지쳐 그저 나와 같은 동료를 만나는 일이 절박해질 때가 있다. 세상에는 정답을 내려다 줄 사람들은 넘쳐 흐른다. 하지만 그것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보는게 어때?' 따위의 해답이나, '괜찮아, 뭐든 다 잘 풀릴꺼야' 따위의 위로 수준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 슬픔에는 그저 '내가 겪었던 이런 슬픔도 있었어' 식의 공감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되어 주기도한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산다. 부양할 '부모'나 '처자식'이라는 의미로 스스로의 위치가 누군가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산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의 행복조차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이가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챙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처나 예수의 가르침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라'를 넘어'스스로 먼저 행복해라'라고 일방적으로 가르친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는 '짜증'이며 그 짜증은 '누군가, 즉 가까운 누군가'에게 반드시 표출된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타인의 행복을 운운할 수 없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은 주변에 행복한 기운을 만들어준다.

행복하다는 것과 슬픔이 없다는 것은 다르다. 누구나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공감 부족의 인격장애증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슬픔을 가지고 있지만 행복할 권리는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타인에게 스스로의 슬픔을 그대로 들어내며 자가치유를 하고 그 과정을 공개하며 타인을 치료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혹은 모든 것에는 '자가치유능력'이라는 것이 있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 또한, 자신의 치유를 위해 스스로 처방전을 받아든 것처럼 일종의 치유를 위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있다는 식의 교육을 받아왔다. 학창시절 받아든 시험지에는 오답이 4개가 있지만 그 다섯 중 하나가 정답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학창시절을 지나서도 우리는 여러 자기계발서들을 통해 모든 문제에 해답이 있다고 배운다. 하지만 '정작' 해답 없는 문제를 처음 마주한 자들이 받아든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에 정답이 존재한다는 환상은 일종의 우리 능력의 과신일 뿐이다. 마주한 문제에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 막다른 골목에서 포식자를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을 느끼고나면 우리는 약을 복용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매일 38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막았다고 국민의 보건에 힘쓴다는 K방역이 이토록 허무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요즘은 사회자체가 슬픔에 잠겨 있는 듯 하다. 사회의 슬픔이 개인의 슬픔으로 내려와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 타인의 슬픔에 감염되지 않기위해 쓰고 있는 마스크처럼, 우리는 상대와 철저하게 격리되어 고통을 극복하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코로나'블루'가 다른 것은 나눌수록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것이다. 강지윤 작가 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곧 내 이야기도 하고 싶어진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원래 그렇게 치유가 되는 것 같다. 슬픔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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