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 - 왜 그리고 어떻게 인간을 연구하는가
팀 잉골드 지음, 김지윤 옮김 / 프롬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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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기존 전통적인 인류학과는 전혀 방향이 다르다. 인류와 그 문화의 기원이나 특성에 대해 연구하는 인류학과는 표면적으로 다르지만 그 본질을 닮고 있는 책이다. 책은 몹시 얇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인류학'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이처럼 얇은 책으로 어떻게 표현해 낼 수 있는지 단순한 호기심이 들어 첫 페이지를 열었다.

'사람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연구'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저자는 참여적 관점이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토대라고 말했다. 그저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지식과는 다르게 그는 '지혜'가 인간다움의 요소라고 했다. 지혜라는 것은 책의 활자나 머릿 속에 채워 넣는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깊게 관찰하고 연구하고 경험해야 얻을 수 있는 산물이다.

'자연'과 '문화'라는 거대한 두 분류로 인류학을 바라보는 저자는 일상생활의 타성에 젖은 진짜 우리를 알아보는 방식을 천천히 이끌어준다. 보편성과 특수성로 인류를 구분하고 '돈', '부채', '인종차별', '관계'를 넘어 더 크고 보괄적인 모습으로 우리 스스로를 볼 수 있도록 우리가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불과 몇 일 전에 읽은 '중국 문화'에 관한 글을 읽으며, 중국인의 특성과 문화적 배경 혹은 삶의 방식을 연구하면서 실제로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인식을 전제로 독서를 했다. 그 책을 덮고서 바로 읽었던 이 '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는 '그들도 우리도 사실은 모두가 우리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엄청난 탄소 배출을 일삼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오염시켜가고 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에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이렇게 말했다.

"Make our planet Great Again"

전 인류가 사라져 갈지도 모르는 위기 속에서도 "자본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얼마나 우리 인간이 아직도 철 없는 동물인지를 인지 시켜준다. 파리 협약과 같이 전 인류적인 이익을 도모할 국제적 협약이 존재한 다는 건, 어찌보면 인류학이 만들어낸 우리들의 성공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정체성을 좁히고 좁히다 보면, 국가와 국가 간의 이익, 집단과 집단 간의 이익, 개인과 개인 간의 이익에 대해서만 보게 된다.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눈 앞의 이익 때문에 더 큰 이익을 놓치는 그런 삶을 우리 호모사피엔스 종이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숭이의 조삼모사 이야기를 보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보다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가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지엽적인 시각에서의 삶을 탈피하기 위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라는 모호한 정의를 다시 확인하고 우리 어떤 존재인지를 우리 스스로가 함께 연구하고 관찰하는 이런 팀 골드의 인류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대만에서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이 순간마저, 다행히 태풍이 한반도를 피해가길 기대한다. 그리고 다시 엄청난 탄소배출을 시작한다. 탄소 배출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발생하는지 정확한 인지도 하려들지 않는다. 결국 모든건 우리에게 돌아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떤 국가의 피해가 더 심하고, 어떤 국가의 방역이 우수한지를 따져가며, 인류 전체적이지 않은 이익만 서로 가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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