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쪼가리 자작 -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역, 민음사(2010)
반쪼가리 자작 (세계문학전집 241)
줄거리
전쟁으로 인해 몸이 산산조각이 난 메다르도 자작. 불행 중 다행으로 야전 병원 의사들이 몸뚱어리를 이리저리 꿰매어 살려냈지만, 그것은 반쪽에 불과했다. 자작은 반쪽 몸으로 고향에 돌아오지만 이 반쪽은 ‘악’한 부분만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로지 ‘선’으로만 존재하는 반쪽 자작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반쪽 자작들은 ‘파멜라’라는 소녀를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데….
페이지
p.8
그 무렵 외삼촌은 갓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선과 악이 뒤섞인 막연한 감정들이 혼란스럽게 터져 나오는 시기였다. 그 나이에 우리는 새로운 모든 경험, 무시무시하거나 비인간적인 경험까지도 삶에 대한 불안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p.60
˝온전한 것들은 모두 이렇게 반쪽을 내 버릴 수 있지.˝
바위 위에 머리를 기대고 누운 외삼촌이 꿈틀거리는 반쪽짜리 낙지들을 쓰다듬으면서 문득 말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둔감해서 모르고 있는 자신들의 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해. 그리고 내게는 모든 것들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막연하고 어리석어 보여.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건 껍질에 지나지 않았어. 우연히 네가 반쪽이 된다면 난 너를 축하하겠다. 애야, 넌 온전한 두뇌들이 아는 일반적인 지식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어치 있는 수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반쪽으로 만들고 너의 이미지에 맞춰 파괴해 버리고 싶을 거야. 아름다움과 지혜와 정당성은 바로 조각난 것들 속에만 있으니까.˝
p.88
당신은 너무 허약한 것 같군요. 그리고 온갖 나쁜 짓이란 짓은 다 저지르는 당신의 사악한 반쪽에 대해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동정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어? 인간이 반쪽이 된다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거든. 그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러나 당신은 달라요. 당신도 약간 균형을 잃었지만 당신은 선한걸요.˝
그러자 착한 메다르도가 말했다.
˝아, 파멜라. 이건 반쪽짜리 인간의 선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든 사물이든 각각 그들 나름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이지. 내가 성한 사람이었을 때 난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귀머거리처럼 움직였고 도처에 흩어진 고통과 상처들을 느낄 수 없었어. 성한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있지. 반쪼가리가 되었거나 뿌리가 뽑힌 존재는 나만이 아니야, 파멜라. 모든 사람들이 악으로 고통받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면서 너 자신도 치료할 수 있을 거야.˝
pp.108-109
그러나 외삼촌의 목표는 조금 더 먼 곳에 있었다. 그는 문둥병 환자들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치료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문둥이들 틈에 섞여서 도덕적인 행동을 했고, 가까이에서 그들의 일을 함께 했고, 그들의 부도덕한 행동에 분개했고, 그들에게 설교를 했다. 문둥병 환자들은 그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었다. 버섯 들판의 행복하고 방탕한 시절은 끝나 버렸다. 한쪽 다리로 지탱하고 서 있는 이 인물, 검은색 옷을 입고 격식과 지각을 갖춘 바로 이 야윈 인물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지 않으면서 광장에서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시에 그런 유희와 더불어 표출하던 적의나 원한 같은 감정도 발산해 낼 수 없었다. 음악 역시 쓸모없고 음탕할 뿐이라고 그가 꾸짖었기 때문에 그들의 짜증만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이상한 악기들에는 먼지가 쌓였다. 떠들고 놀면서 감정을 발산해내지 못하게 된 문둥이 여자들은 갑자기 밝은 태양 앞에서 자신들의 병을 발견하여 밤이면 밤마다 절망에 눈물로 지새웠다.
˝악한 반쪽보다 착한 반쪽이 더 나빠.˝
버섯 들판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그외유럽소설 > 이탈리아소설
기록
2026.06.24(水) (2판 1쇄)
한
까.
한 줄
귀여운 건 나눌 수 없다
오탈자 (2판 1쇄)
p.8 위에서 8번째 줄, p.28 위에서 4번째 줄, 밑에서 5번째 줄, p.40 밑에서 4번째 줄, p.44 밑에서 7번째 줄, p.85 위에서 5번째 줄, p.88 밑에서 5번째 줄
들 → 들(붙여쓰기)
p.28 밑에서 1번째 줄
해 댔다 → 해댔다
p.48 밑에서 3번째 줄
밀사일지로 → 밀사일지도
p.119 위에서 10번째 줄
각 지게 → 각지게
확장
다람쥐 가족
p.68
그리고 아침에 무시무시하게도 자기 배 위에서 피에 젖은 작은 시체를 발견했다. 다른 것들처럼 길게 잘린 다람쥐 반쪽이었는데 황갈색 꼬리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 일을 어째……. 저 자작은 나를 살려 두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부모에게 말했다.
부모는 천천히 다람쥐 시체를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꼬리는 완전하게 남았구나. 아마도 좋은 뜻일 게다.˝
아빠가 말했다.
˝아마 그가 착해지기 시작한 모양이구나.˝
엄마가 말했다.
˝자작은 항상 두 쪽을 냈잖니? 하지만 다람쥐에서 제일 예쁜 것은 꼬리라고. 그걸 생각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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