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나방 - 장용민, 엘릭시르(2018)

귀신나방

줄거리
브로드웨이의 한 뮤지컬 극장에서 오토 바우만이라는 자가 열일곱 살 소년을 살해한다. 소년은 좋은 부모에게 좋은 교육을 받은 흠잡을 것 없던 아이. 소년과 살인범은 아무 관계없는 사이로 경찰은 전혀 살해 동기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수백 명이나 되는 목격자 앞에서 소년을 죽인 오토 바우만은 사형을 선고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사형 집행일을 사흘 앞둔 날 그는 갑자기 특별 면회 요청을 하게 된다. 상대는 과거 전도유망했던 기자 크리스틴. 절필한 뒤 세상을 등지고 살고 있던 크리스틴은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귀를 열게 된다. 오토 바우만이 이야기하는 자는 ‘아디’라 불리는 자였다. 2차세계대전 당시부터 ‘아디헌터’로 활동하며 수십 년간 그의 뒤를 쫓던 바우만은 마지막으로 크리스틴에게 자신이 이제까지 겪은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놓는데…….

페이지
pp.71-72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히틀러의 낮은 목소리가 벙커 안으로 퍼져나갔다.
˝귀신나방이라는 나방이 있다. 이놈은 인적이 드문 산속, 벼락을 맞고 부러진 나뭇등걸에 서식하지. 전 세계적으로 버마 북쪽 산림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종이다. 사람들은 이놈을 끔찍하게 생각해. 몰골이 흉측하거든. 날개는 지저분하고 더듬이는 소름 끼칠 만큼 커다랗지. 몸에서는 찐득한 점액질이 흘러내리고 거기에 역겨운 냄새까지 나지.
귀신나방에게는 신비한 습성이 있다. 귀신나방은 우기에 산란하는데 산란기가 되면 변신을 한다. 날개를 덮고 있던 지저분한 갈색은 비단처럼 반짝이는 보랏빛으로 바뀌지.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귀신나방은 산란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 녀석의 괴이한 능력이 나타난다. 산란을 마친 귀신나방은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면 숲속을 분주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정말 굉장한 광경이야. 보랏빛 요정들이 추는 춤처럼 아름답지.
그렇게 무리 지어 날던 귀신나방은 천둥이 가까워오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나무에 내려앉는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 나무에 벼락이 치는 거야. 꽈르릉. 녀석들은 벼락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마지막 순간 죽음을 향해 비행한다. 그리고 우기가 끝나면 아침 햇살과 함께 부화한 유충들이 나타난다. 녀석들은 어미가 생을 마감했던 나뭇등걸로 모여든다. 그리고 그곳에 둥지를 틀지. 또다시 반복될 생애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며.˝

p.97
˝그의 말을 믿으시나요?˝
˝그 사람 말이 진실이냐고 묻는 건가요?˝
˝네.˝
크리스틴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지난 십이 년간 기사를 쓰면서 깨달은 건 진실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저 벌어진 사실이 존재할 뿐이죠. 그리고 그 사실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요.˝

pp.228-229
휘슬러, 아니 히틀러는 지갑에 소중히 숨겨놓았던 사진을 꺼냈다. 에바 브라운의 사진이었다. ‘챠퍼펠‘은 히틀러가 에바를 부르는 별칭이었다. 오스트리아 말로 ‘착한 소녀‘라는 뜻이었다. 에바는 화창한 봄날 이른 수영복을 입은 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 찬란했던 순간이었다. 휘슬러는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에바를 만난 건 1929년 그의 전속 사진사였던 호프만의 스튜디오에서였다. 당시 에바는 꽃다운 스물세 살로 호프만의 사진 모델이었다.
그날 히틀러는 당 포스터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들렀다. 화창한 봄날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녀가 있었다. 에바는 촬영 소품으로 쓸 꽃병에 꽃을 꽂고 있었다. 새하얀 백장미였다. 하지만 장미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빛나는 에바의 금발 머리와 늘씬한 다리가 보일 뿐이었다. 히틀러는 문을 연 채 잠시 넋을 잃었다.
˝오셨습니까?˝
히틀러를 발견한 호프만이 인사를 건넸다.
˝저 여자분은 누군가?˝
히틀러가 물었다.
˝새로 온 모델이자 비서입니다. 에바, 이리 와봐.˝
에바가 다가왔다.
˝인사해. 히틀러 씨야.˝
호프만이 히틀러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히틀러 씨.˝
그녀가 봄 햇살보다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기록
2026.05.06(水) (1판 3쇄)

다.

한 줄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최다 출연자답네

오탈자 (1판 3쇄)
못 찾음

확장
천재 과학자들이 모인 독일이 핵폭탄을 만들지 못한 이유(만들었다면..?)ㅣ역사를 보다 EP.83 - 보다 BODA(2025.05.11)
윤용선 교수 : 히틀러는 원래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히틀러가 태어난 고향은 강 건너면 독일이고요. 강 하나를 두고 있는 그러니까 뭐 오스트라아 사람이다, 독일 사람이다 말하기가 조금 뭐 한, 원래 잘 알려진 사실인데 화가가 되고 싶었고 미대 지망생이었고 그래서 동쪽에 먼 빈까지 가서 유학을 청운의 꿈을 품고 갔었죠. 근데 낙방을 하고 재수생 생활을 하다가 근데 커리어라는 게 마땅히 내세울 게 없었어요. 책을 많이 본 것도 아니고 그림을 주로 그렸으니까. 그러다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독일군에 입대를 하는데 하사관으로 입대를 하거든요. 그게 이제 히틀러 개인의 커리어에서 굉장히 중요한 경력이 돼요. 거기서 독가스 때문에 눈에 부상을 입고 제대를 하고 나와서 전쟁이 끝나고 났더니 그 당시 베르사유 조약에 불만이 고조돼 있는 상태에서 참전 용사들 집단, 그들의 결속력은 대단했어요.
허준 : 1차 대전에 참전했던 독일 용사들
윤용선 교수 : 그렇죠. 그리고 히틀러가 그런 참전 용사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으니까 거기를 가면은 히틀러는 확실하게 내놓을 수 있는 명함이 있었던 거죠. 그 전에는 이렇다 할 만한 경력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가서 환영을 받고. 근데 히틀러가 남모르는 재주가 하나가 있었어요. 그게 뭐냐 하면 고향 친구들 얘기로는 그 얘기를 해요. 히틀러가 뭘 얘기를 참 잘한대요. 신화 얘기나 뭐 이런 걸 할 때 굉장히 어린애인데도 굉장히 과장되게 극적으로.
허준 : 잘 살린다?
윤용선 교수 : 그런 능력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대요. 근데 여기 참전 용사 그룹에 와서 그때 뭐 한참 정치적으로 갈등이 심할 때였거든요. 독일이 거리에 나가서 상자 하나 올려놓고 거기 서서 ˝베르사유 조약은 당장 폐기 처분해야 된다˝ 각종 선동들을 막 할 때인데 히틀러가 거기에 재능이 아주 뛰어난 거예요. 그래서 히틀러가 당내에서 빨리 입지를 굳히죠. 그거 외에는 마땅한 게 없어요.
좌중 : ㅋㅋㅋㅋㅋ
성일광 교수 : 너무 각박하신, 너무 짭니다. 좀 많이 해주세요
허준 : 경력이라고는 이야기 잘 살리는 것
윤용선 교수 : 아주, 연설할 때 보면 단순한 단어들, 어려운 단어들은 본디 자신이 그런 걸 몰랐을 테고 단순한 단어들을 쓰면서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연설을 한 거죠. 정치가들은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대중들하고 소통을 해야 되니까.
역사학자가 말하는 히틀러의 능력은 몹시나 짰다. 이 책에서는 소설의 진행을 위해 그렇겠지만 전지전능 수준으로 그려졌다.

사소한 변화 - 히가시노 게이고, 권일영 역, 비채(2019)
같은 뇌 이식을 다룬 내용에서 한일 작가의 차이점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소설 쪽이 늘 좀 더 소재의 자극성이 강한 것 같다.

저자 - 장용민(19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