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무료개방이라고 해서 경복궁에 다녀왔다. 어렸을 적엔 지루하기만 했던 궁의 풍경이 나이 먹어서 보니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궁이 모두에게 열리니 참 좋다. 새삼 느낀 것인데, 우리나라 궁궐은 외국에서 본 궁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
전에 왔을 땐 없었던 국립고궁박물관에도 들어가보았다. 왕실문화, 궁궐 등을 테마로 전시가 잘 되어 있었다. 이 또한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왕실에서 쓰던 물건들-그릇, 찻잔, 책장 등-은 참 탐이 나더라...아마도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그, '효명'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도 즐겁게 보았다.
그리고 경복궁 방문 기념(?)으로, 예전에 사두고 쳐박아둔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의궤'를 읽는 중이다. 역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니 조선의 실록과 의궤는 합리적인 제도였던 것 같다. 왕권이나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잘 되어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조선을 '신하의 나라'라고 했나보다. 이참에 같은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인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궁중문화'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 이것도 경복궁 방문의 즐거움이 희미해질 쯤이면 다시 쳐박아둘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