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린다 1
히무로 사에코 지음, 김완 옮김 / 길찾기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건 다른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지 않다는 묘한 느낌을 받았었다. 사실 여주인공 리카코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서 이 애니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계속 신경쓰이고 생각이 났다.

 

그 후 한동안 잊고 있다가 만화 <내게 너무 멋진 그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때 이 만화의 원작자인 히무로 사에코가 애니 <바다가 들린다>의 원작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작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그때는 이 책이 절판상태여서, 나는 무리해서 일본어 원서 두권을 주문하고는 짧은 일본어로 조금 읽다가 금세 그만두었다.  

 

그러다 다시 이 책을 찾아 읽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읽은 사이토 미나코의 <문단 아이돌론>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사이토 미나코는 일본 문단 아이돌(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우에노 치즈코, 다치바나 다카시 등)의 인기 이유에 대해 신랄하게 써놓았는데, 그 중에서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저서에서 80년대 코발트 문고 느낌이 난다는 것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코발트 문고의 대표작가인 히무로 사에코가 또다시 등장한 것이 반가웠다. 그리고 때마침 이 책이 개정출판되어 있어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읽게 된 이 책은 애니메이션과 거의 비슷하지만 심리묘사가 좀더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좋았다. 사이토 미나코가 말한 '코발트 문고'가 어떤 건지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가벼운 문체와 묘사.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된 버블경제 시절의 일본 이야기는 어쩐지 붕 떠있고 흥미롭다. 도쿄의 지명 곳곳이 등장하는 것이나 고등학교, 상경한 대학생의 생활을 묘사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리카코는 지금 읽어도 별로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라, 2권을 읽을지 말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보다는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어쩐지 계속 주변을 맴돌다가 드디어 만나게 된 책. 사람과 책 사이에도 인연이 있나보다. 2권도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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